기고

연준(Fed)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오해와 은행주

bondstone 2017. 8. 17. 17:37

[머니 인사이트] 연준(Fed)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오해와 은행주


주가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 하나의 걱정거리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축소다. 위기에 빠진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연준의 대차대조표상 자산 규모는 07년말 9천억달러에서 현재 4.5조달러로 급증했다. 연준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에서 시작시점을 제외한 자산축소의 구체적 실행 계획을 이미 밝혔으며, 9월에 발표하고 10월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 현재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다.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했을 때 주가가 상승했으니 흡수하면 당연히 하락할 것이다?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했을 때 자산가격이 상승했으니, 흡수할 때는 당연히 하락할 것”이라는 걱정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자산축소나 유동성 흡수는 본질적으로 “줄일 만 하니까 줄이는 것”이다. 연준의 자산축소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 상승이 제한되면서 주가는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연준이나 중앙은행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경제가 부진할 때는 대출을 비롯한 민간의 유동성 창출과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된다. 경제전반에 필요한 총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나 중앙은행이 열심히 돈을 푼다. 총유동성은 유지된다. 그러다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되고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유동성 창출 기능이 살아나면, 총유동성의 과잉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나 중앙은행은 필요 이상으로 풀린 유동성을 조심스럽게 흡수한다. 그래도 총유동성은 유지된다.


실제로 2014년 10월 이후 연준의 유동성 공급과 자산증가는 이미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유동성 공급이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미국의 총통화량 증가율(M2)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연 6~8%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민간의 유동성 창출 속도가 빨라진 만큼 연준은 과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흡수하여 경제전반의 총통화량 증가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최근 대차대조표 축소와 추가 금리인상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배경이다.


연준이 밝힌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에 따르면, 1년차에는 3천억달러, 2~3년차에는 각각 6천억달러의 유동성이 흡수될 예정이다. 흡수되는 규모만큼 자생력을 회복한 민간의 유동성 창출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를 통해 가늠해보자. 현재 미국의 총통화량(M2)은 13.5조달러이며, 대출잔액을 포함한 상업은행의 총신용 규모는 12.7조달러다. 즉 대출 등 상업은행의 신용창출이 연 2.4%만 증가하면 1년차에 연준이 흡수할 3천억달러를 상쇄할 수 있다. 연 4.7%면 2~3년차에 연준이 흡수할 연 6천억달러를 상쇄할 수 있다. 2011년 이후 상업은행의 신용증가율 연 4.9%을 감안하면 연준의 1년차 유동성 흡수 규모는 민간의 신용창출에 의해 충분히 상쇄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을 포함한 신용증가율이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요인이다.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증가율은 1년전 8%에서 현재 3%대로 낮아진 상태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금융환경이 여전히 완화적인데다, 경험적으로 대출증가율이 미국의 경기선행지표들에 약 1년 정도 후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미국의 신용증가율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기선행지표들은 대체로 2016년 상반기에 반등을 시작했다.


연준이 유동성 흡수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되어 이전보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도움을 적게 받아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장기금리의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며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오히려 조심해야 하는 타이밍은 그 이후다.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대출 등 민간의 유동성 창출이 활발해질 때 찾아온다. 대차대조표 축소 초기에 장기금리는 큰 혼란 없이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간의 신용창출 속도가 은행의 규제완화와 결합되어 빨라지고 마침내 인플레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함께 빨라질 것이다. 이때는 장기금리의 상승폭도 커질 위험이 높다. 물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듯 하다.



미국 은행주, 금융규제 완화와 수익성 개선으로 매력적

미국은 신용창출을 가속화할 은행의 규제완화 논의가 한창이다. 금융규제 완화를 담은 금융선택법은 최근 하원을 통과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수정을 거쳐 상원을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의 금융규제 완화는 의회를 통과하지 않는 우회 방법을 통해 진행 중이다. 미국 재무부의 금융규제 개편권고안을 따라 상당부분이 감독기관의 규정 개정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규정 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금융규제기관의 수장에 규제완화를 선호하는 인물들을 임명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달 연준의 금융규제담당 부의장으로 지명한 랜달 퀄츠 이사는 은행규제 간소화 등 금융규제 완화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6월말 발표된 연준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최종 결과에 따르면, 사상 처음으로 34개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GDP성장률 6.5% 하락, 실업률 10%, 주택가격 35% 하락, 상업용 부동산가격 35% 하락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극단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도 최소 규제기준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4.5%를 큰 폭으로 상회한 9.2%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 2008년 주요 은행들의 CET1 비율이 5.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테스트를 통해 은행들의 기초체력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테스트 통과로 자본이 탄탄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미국 은행들은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분위기를 타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대대적인 주주환원계획을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제이피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국의 6대 대형은행들은 향후 4개분기 동안 950~970억달러를 주주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의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주주환원 가능 금액보다 50%가 증가한 금액이다.


은행들의 수익성은 이미 바닥을 찍고 회복 중이다. 최근 금융주들의 성과는 장기금리 안정과 연동되고 있다. 금리상승과 은행대출 증가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답답한 흐름이다. 그러나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확대시켜 수익성 개선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대업무 비중이 높은 지역은행들은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어야 수익성이 개선된다. 반면 사업포트폴리오가 분산되어 있고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대형은행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영향을 덜 받는다.


하반기의 다양한 이벤트들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미래의 수익기대를 충분히 반영한 기술주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미 그런 상황들을 몇차례 목격했다. 밸류에이션의 절대수준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술주의 성장성과 중장기 상승추세가 꺾일 가능성은 낮지만, 독보적인 주도력이 약해진다면 다른 한자리는 은행주가 채울 가능성이 있다. 은행주는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눌려있던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큰 전환기에 있다. 이익전망도 개선 중이고 배당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올해 성과는 아직 부진하다. 이익개선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아 가격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