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주가는 버블인가?

bondstone 2021. 1. 22. 18:25

[Wealth Management]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주가는 버블인가?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코로나19 이후 급락했던 주요국 자산가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지수는 지난 해 3월 저점 대비 70% 이상 상승했으며, KOSPI 지수는 2개월 여 만에 약 1,000포인트나 급등했다.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과 저금리 기조 장기화, 백신 보급 시작, 미국의 집권당 교체 등이 자산가격 상승의 배경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와 자산군에서 자산가격 상승이 광범위하고 가파르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는 점에서 버블 논란도 함께 이어지는 중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 2000년대 중반 미국의 버블 형성기와 현재 우리나라의 비교
자산가격 붐은 경기회복, 풍부한 유동성, 위험선호 확대 등이 맞물려 수년간 지속되기도 하지만, 과열을 우려한 중앙은행이 허둥대며 긴축으로 급선회하면서 붕괴로 이어지고 결국 사후적으로 ‘버블’로 판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 일본의 자산버블 붕괴는 장기불황으로 이어졌으며, 2008년 미국 투자은행의 과도한 투자는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과거 주요국의 버블 형성 및 붕괴 사례와 현재 우리나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부동산과 주가의 버블 위험을 점검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최근 국내 자산가격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본 및 미국의 버블 형성기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고평가 정도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가계신용 급증에 따라 위험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는 했으나, 향후 일본, 미국과 같은 급격한 버블 붕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본격적인 버블 형성 시기였던 1980년대 후반 일본, 2000년대 중후반 미국과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자산가격의 상승폭과 버블의 규모다. 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 주택가격도 2015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1986~1990년까지 나타난 일본의 자산가격 상승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매우 작다.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격 궤적을 비교해봐도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상당히 완만한 수준이다. 

단순한 가격 상승폭 이외에도 펀더멘털로 추정한 적정 가격과의 괴리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는 크다. 펀더멘털 지표인 소득, 물가로 추정한 부동산 가격과 실제 가격을 비교해보면, 1980년대 후반 일본,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20% 이상의 상당한 수준의 버블이 확인되나,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대체적으로 펀더멘털과 동행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2020년의 추가 상승과 소득 감소를 반영하며 이제 고평가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지만, 과거 일본과 미국과 비교하면 고평가 정도는 미미하다.

한국증시,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면 지금은 상승장의 중반으로 향하는 길
주식시장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 Price Earning Ratio)이다. 최근 미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P/E는 22~23배로, IT버블 당시인 24.5배 수준에 근접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버블 논쟁이 활발하다. 그러나 낮아진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미국주식은 비싸지 않다. 금리가 높을 때는 주식의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금리가 낮을 때는 반대로 할인율이 낮아지면서 주가를 부양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충격 이후에 금리가 낮아진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팬데믹 이전의 밸류에이션 수준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코스피의 P/E 역시 13~14배까지 높아지며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또 다른 판단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 Price Book value Ratio)은 과거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코스피가 과열된 것이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ROE가 바닥 국면에 있다는 점이다. 듀퐁분석을 통해 ROE를 순이익률과 자산회전율, 재무레버리지로 분해해보면, 한국기업은 완전히 체질이 바뀌었으며 ROE는 저점 확인 후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상장 기업은 1) 경기민감산업 비중이 높고, 2) 수출 중심이어서 대외경기에 민감한 특성이 있다. 순이익률도 약 6~7년을 주기로 3~8% 사이에서 급변동한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달러약세가 겹치는 시기에는 8%가 넘는 이익률을 기록한다. 2021년 순이익률 전망치는 5.6%에 불과하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달러약세가 겹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순이익률이 7~8%만 상승해도 순이익은 40% 가까이 증가한다. 여기에 매출액 증가까지 감안하면 P/E는 9~10배 수준으로 낮아진다.

만약 한국기업들이 모든 신산업에 대한 노력이 실패하고, 과거와 달리 ROE의 순환적인 반등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지금은 버블의 끝자락이 맞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 슈퍼사이클이 도래하고 있으며, 지난 7년간 매출이 정체되었던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로의 확장에 성공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삼성 등 IT기업들과 제휴하며 전기차/수소차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IT와 자동차에 선진기술을 모두 가진 국가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2013년 원자재 가격 급락에 타격을 입었던 중후장대 산업도 그냥 무너지지 않고, 2차전지/태양광/풍력 등의 새로운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전혀 다른 새로운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는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수년 내에 이익회수기를 맞을 때는 이익이 급증할 것이다.

한국기업에게는 장인정신이나 옛 것을 보전하는 힘은 부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을 빠르게 추진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ROE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불과 10년만에 한국증시는 중후장대 산업 중심에서 IT/바이오/2차전지/비메모리 등 신사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과거 이렇게 빠르게 산업구조를 전환한 국가는 없었다. 과거 코스피는 P/B 1.8~1.9배에서 고점을 형성했다. 코스피의 P/B는 이제 1.2배 수준에 도달했을 뿐이다. 과거에 비춰보면 상승장의 중턱쯤 되는 지점이다. 물론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우리의 예상대로 ROE가 회복하고 장기 달러약세가 펼쳐진다면 불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한국의 자산가격은 하락위험보다 상승 잠재력이 더 크다. 다만 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는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요소다. 금리하락으로 이자 부담은 크게 늘지 않았으나, 금리 상승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기 및 물가 움직임은 주의해야 한다. 미국 증시의 120년 역사를 돌아보면, 버블 붕괴의 시그널은 실업률의 상승, 추세적 인플레이션과 동반된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이었다. 이 두 지표를 통해 버블 붕괴 신호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

[그림] 한국과 일본의 실제 주택가격과 펀더멘털로 추정한 적정 가격과의 괴리    
자료: Bloomberg, KB증권

[그림2] 코스피의 순이익률은 변동폭이 매우 크고 빠르다   
자료: Quantiwise, KB증권

20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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