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혼란스러울 땐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

bondstone 2019. 5. 22. 14:22

[Wealth Management] 혼란스러울 땐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5월 9~10일 워싱턴 무역협상 결렬 이후 미국은 대중국 수입품 2천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중국은 즉각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6월 말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연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렬 이후 양국은 퇴로를 찾기 어려운 강경한 발언들을 주고받는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최근 협상에서 자신들이 엄청 얻어 맞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민주당이 승리할 2020년 대선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듯 한데, 내가 이길 것이다. 나의 두 번째 임기에 협상한다면 합의 내용은 중국에 더 나쁠 것이다.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중국제조 2025를 가지고 있다,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됐다면 중국경제는 임기 말까지 우리보다 훨씬 커졌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대체해 세계를 이끄는 슈퍼파워가 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 앞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중국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내부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중국 보수 언론들은 방미 전부터 류허 부총리를 1895년 청일전쟁 패전 후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했던 청나라 리홍장과 빗대어 굴욕적인 협상을 경계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협상 결렬 직후 류허 부총리는 “중국은 원칙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권과 존엄성, 국가 핵심이익’ 등을 언급하는 등 전례없는 강한 어조로 대응했다.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들은 연일 “무역전쟁은 인민의 전쟁 (People’s War)”으로 규정짓고, “무역전쟁으로는 중국을 굴복시킬 수 없으며, 중국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전쟁처럼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애국심을 고취하며 선동에 나서고 있다.


관세를 이미 25%로 올린 뒤 철회를 조건으로 미국이 원하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강제이전 금지 등의 법제화에 합의한다는 것은 자존심상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힘의 균형도 작년만큼 기울지 않는다.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은 압도적으로 강했던 2018년보다는 약해진 반면, 중국은 경기부양효과로 개선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하반기와는 다른 점들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하반기처럼 주식 등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매력도를 즉시 낮추거나 현금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19년에는 이번 관세인상이 양국의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 KB증권 매크로팀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산 수입품 관세 25% 인상에 따른 2019년 성장률 하향조정 폭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0.2%p, -0.1%p에 불과하다. 미중 협상 결렬 직후 파월 연준 (Fed) 의장은 “대중 관세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낮다”고 평가했고, 마쥔 중국인민은행 정책위원도 “관세인상과 보복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성장률은 0.3%p 하락에 그칠 것이며, 중국의 통화정책은 불확실성을 타개할 방대한 여력을 갖췄다”고 응수했다. 즉 2018년과 같은 경기침체 공포가 별로 없다.


둘째, 그러나 2020년부터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중국산 수입품의 나머지 3,250억 달러에도 관세 25%가 부과될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2020년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약 -0.1%p 낮아지는데 그치지만, 중국경제는 약 -2.0%p가 넘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물론 중국은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을 활용하여 충격을 완충하겠지만 GDP의 약 1%p 정도의 추가 재정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성장률 둔화 폭은 약 -1.0%p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을 빠르게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나머지 3,250억 달러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와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약 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그러나, 나머지 3,25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장난감, 스포츠용품, 신발, 의류, 전자제품 등 소비재 비중이 72%에 달해 관세에 의한 제품가격 인상은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도 직접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2차 관세 500억 달러의 소비재 비중은 1.6%에 불과했으며, 이번에 인상된 3차 2,000억 달러의 소비재 비중도 33.7%였다. 대대적인 소비재 가격 상승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에게도 부담이다. 미국의 물가도 약 +0.3%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그렇다면 남아있는 대중국 압박 카드는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와 자금공급 차단이다. 2018년 중국의 첨단기업 ZTE에 대한 제재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화웨이에 대한 핵심부품 공급 차단과 유예기간 설정 등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였다. 당장 8월 13일부터는 2018년에 트럼프가 서명한 ‘2019 국방수권법 (NDAA)’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모든 정부기관은 화웨이, ZTE 등 중국의 5개 기업 제품 (서버 등 통신장비,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조달이 불가능해지며, 이들의 부품을 탑재한 여타 기업제품과 장비도 모두 정부 조달에서 배제된다. 나아가 2020년 8월부터는 5개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들도 미국 정부기관에 납품이 모두 배제된다. 미국의 반도체 및 IT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각각 80%, 50%가 넘는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매출 비중만 5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고, 미국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기술주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실제로 2018년 4분기에는 중국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미국의 대형 기술주의 폭락으로 전이되면서 미국 S&P500 지수도 20% 넘게 급락했던 경험이 있다. 미국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이 작년보다 약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경험은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조절하도록 만들 것이다.


다섯째, 나머지 3,250억 달러의 추가 관세와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조심스럽다면, 현실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미국의 압박 카드들은 대부분 나왔다. 무역분쟁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미중 양국은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각각 내수부양책을 적극적으로 가동할 것이다. 미국은 작년과 달리 연준이 여차하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준비를 하고 있고, 지난 5월 1일에는 트럼프와 민주당 지도부가 2조 달러 인프라투자 지출에 합의했다. 중국 당국은 달러당 7위안을 앞두고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를 통해 관세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중이다. 추가 지준율 인하와 다양한 대출프로그램 등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1분기 GDP 호조 이후 주춤했던 추가 경기부양 강도도 다시 속도를 낼 것이다.


무역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혼란스러울 땐 펀더멘털에 집중

미중 양국이 상당한 간극을 확인한 만큼 연내 무역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역분쟁이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양국은 각각 내수부양책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며 심리위축을 방어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부정적 이벤트가 발생한 만큼 연내 주요 주가지수의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춰야겠지만, 2018년처럼 마냥 급락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특히 감속 구간이지만 잠재성장률 위에서 경제성장이 견조하게 진행되고 있고, 무역분쟁의 타격도 미미한 미국 S&P500지수의 하단은 2,800pt에서 제한될 것이다 (5월 21일 현재 2,864pt). 2,800pt는 2018년 3분기까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당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PER)의 하단 16.1배에 해당하는 지수다. 가격부담도 높지 않다. 만약 예상과 달리 12개월 선행 PER 15.5배인 2,690pt를 하회하고 고점 대비 10% 가량 하락한다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비칠 가능성이 높다. 혼란스러울수록 펀더멘털의 상대적인 매력이 뚜렷한 미국주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림1)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에도 견조한 미국증시 

자료: Bloomberg, KB증권


(그림2) 미국, 중국산 수입품 중 품목별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비중 

자료: PIE, KB증권


2019.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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