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경제, 침체가 아니라 감속이다

bondstone 2019. 1. 31. 08:50

[신동준의 전술적 자산배분] 미국 경제, 침체가 아니라 감속이다


미국경제가 2009년 6월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장기팽창국면을 이어가면서,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1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 항목 중에서 현재상황과 6개월 뒤 미래를 평가하는 항목 사이의 격차가 대폭 벌어지면서 월가에서는 “경기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는 중이다.


그러나 오래 지속됐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경제가 곧 꺾일 것이라고 볼만한 지표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경기침체 전에 관찰되는 과잉부채와 대출은 물론 과잉투자, 과잉소비 및 재고 등의 조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경제성장의 기울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완만하다. 


길어졌기 때문에 곧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길어진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기울기가 완만했던 이유는 ‘부채 없는 성장’ 때문이다.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중이다. 


과거 경기정점에서는 은행의 대출증가율도 전년대비 10%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출이 활발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물가도 안정돼 있다. 취약한 민간의 신용창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정부부채가 급증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고려할 때 아직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기업부채도 사상최대이기는 하지만 수준이 높지 않다.


다만, 금융투자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장기사이클보다 잠재성장률을 중심으로 경제의 위치를 판단하는 1년 반~2년 주기의 단기사이클이 중요하다. 


단기사이클 관점에서 미국경제는 2017년 1분기를 저점으로 2018년 4분기에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작년 4분기부터 미국경제는 아직 잠재성장률 위에 있기는 하지만 내려가기 시작하는 단기 감속성장에 진입했다.


감속성장의 초입인 2019년 상반기에는 지난 2년간의 경기확장국면에서 전 세계 증시를 이끌었던 미국주식과 대형기술주의 주도력은 약화될 것이다. 해외매출 비중이 각각 50%, 80%가 넘는 IT와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달러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면서, 2018년 약 10% 증가가 예상되던 미국 기업들의 2019년 주당순이익 (EPS) 전망도 올 1분기에는 약 3~4%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성장의 장기추세는 꺾이지 않았지만 속도가 줄어드는 만큼, 매 분기마다준금리를 인상했던 속도는 대폭 감속될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경제는 양호하지만 인내심을 갖겠다”면서 대폭 완화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도 조기에 종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을 통해 장단기금리차 역전을 방어하고, 미국의 경기팽창국면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파월 연준의장은 “조심스러웠던 1990년대의 연준을 추구할 것”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20세기말 연준은 강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을 근거로 단 한 차례만 금리를 인상하는 등 조심스러운 통화정책을 선보였다. 


그 결과 경기팽창과 주가상승은 장기화됐고 장단기 금리차는 역전을 피한 채 좁은 범위에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과도한 경기침체 우려에 의한 주가하락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전략가·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2019.1.31

헤럴드경제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0131000459


아래는 원문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인가?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전략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미국경제가 2009년 6월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장기팽창국면을 이어가면서, 미국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1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 항목 중에서 현재상황과 6개월 뒤 미래를 평가하는 항목 사이의 격차가 대폭 벌어지면서 월가에서는 "경기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는 중이다.


그러나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미국 경제가 곧 꺾일 것이라고 볼만한 지표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경기침체 전에 관찰되는 과잉부채와 대출은 물론 과잉투자, 과잉소비 및 재고 등의 조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경제성장의 기울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완만하다. 길어졌기 때문에 곧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길어진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기울기가 완만했던 이유는 ‘부채 없는 성장’ 때문이다.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중이다. 과거 경기정점에서는 은행의 대출증가율도 전년대비 10%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출이 활발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물가도 안정되어 있다. 취약한 민간의 신용창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정부부채가 급증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고려할 때 아직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기업부채도 사상최대이기는 하지만 수준이 높지 않다.


다만, 금융투자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장기사이클보다 잠재성장률을 중심으로 경제의 위치를 판단하는 1년 반~2년 주기의 단기사이클이 중요하다. 단기사이클의 관점에서 미국경제는 2017년 1분기를 저점으로 2018년 4분기에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작년 4분기부터 미국경제는 아직 잠재성장률 위에 있기는 하지만 내려가기 시작하는 단기 감속성장에 진입했다.


감속성장의 초입인 2019년 상반기에는 지난 2년간의 경기확장국면에서 전세계 증시를 이끌었던 미국주식과 대형기술주의 주도력은 약화될 것이다. 해외매출 비중이 각각 50%, 80%가 넘는 미국 IT와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달러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면서, 2018년 약 10% 증가가 예상되던 미국기업들의 2019년 주당순이익 (EPS) 전망도 올해 1분기에는 약 3~4%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성장의 장기추세는 꺾이지 않았지만 속도가 줄어드는 만큼, 매 분기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속도는 대폭 감속될 것이다. 미국 연준(Fed)은 1월 FOMC에서 "미국경제는 양호하지만 인내심을 갖겠다"면서 대폭 완화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도 조기에 종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을 통해 장단기금리차 역전을 방어하고, 미국의 경기팽창국면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파월 연준의장은 “조심스러웠던 1990년대의 연준을 추구할 것”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당시 연준은 강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을 근거로 단 한 차례만 금리를 인상하는 등 조심스러운 통화정책을 선보였다. 그 결과 경기팽창과 주가상승은 장기화되었고 장단기 금리차는 역전을 피한 채 좁은 범위에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과도한 경기침체 우려에 의한 주가하락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