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lth Management] 중국과 신흥시장 투자 위험 점검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무색하게 연초 이후 전세계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지수인 S&P500과 CSI300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저점 대비 각각 18.1%, 16.2%나 반등했다. 작년 말 역대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미국주식은 하락폭의 73%를 만회했고, 대형주 중심의 중국 CSI300지수는 이미 2018년 9월 이후 하락폭을 모두 만회했다. 주식시장의 자금유입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주식펀드에서는 빠져나갔던 금액의 각각 69%, 50%가 단 6주 만에 다시 유입되었다.
글로벌 주식시장을 극적으로 돌려세운 변화의 배경은 세가지다. 첫째,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되었고, 둘째, 지난 1월 6일, 그동안 금리인상에 적극적이던 연방준비제도 (Fed)와 파월 의장이 완화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연방준비제도는 향후 금리인상을 멈추는 것은 물론, 유동성 공급을 줄여오던 것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추면서 자본유출을 걱정하던 신흥국들이 숨통이 트였다. 통화가치와 물가 안정을 바탕으로 중국 등 신흥국들이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신흥시장 주식도 빠르게 올랐다. 이는 모두 미국과 중국이 작년 말 형성되었던 경기침체 공포에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연초 이후 주식시장의 급반등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을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을 만큼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라는 의미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가는 “투자심리 개선만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1월 반등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라면 올 한해 연간 수익의 대부분을 놓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경기침체의 공포는 벗어났지만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미국은 감속성장 국면에, 중국은 불황의 한 복판에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그 영향으로 강한 주가반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장기금리는 완만하게 하락하는 중이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경기 안정화에 나서고 있는 중국과 신흥시장 주식의 반등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특히 최근 투자자들을 만나면, “중국은 부채가 많아서 곧 위기가 온다던데 중국 투자를 계속 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중국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경기안정화 기대가 높아지고, 중국기업들의 부도위험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18년 하반기 이후 집중된 정책 효과의 시차를 고려할 때 중국경제는 2분기에 저점이 형성되고 일부 경제지표들은 3월부터 반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와 인프라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향후 3개 분기 동안 최소 0.35%포인트의 경제성장률 상향조정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3월 1일,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25%로 상향되지 않고 10%로 그대로 유예된다면 0.2%포인트의 추가 상향조정도 가능하다. 상반기에는 중국의 성장률 상향 조정이 주요 이벤트로 자리잡을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다만, 단기 우려는 크게 완화되었으나, 과도한 민간부채와 자본유출 우려 등 중장기적인 시스템 위험은 오히려 더 가중되는 중이다.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과도한 기업부채 위험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부와 인민은행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을 적극 지원했던 은행이 대출 확대 등 정책지원 창구로 활용되면서 잠재 부실 위험에 노출되었고, 은행의 부실채권은 자산관리공사로 이전되면서 자산관리공사의 위험 부담이 커졌다. 4대 국유자산관리공사는 대형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이 약 50%로 높고, 정부 지원 가능성도 높아 당장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설립이 허가된 50여개 지방자산관리공사는 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상업은행의 부실채권을 집중 매입한데다 정부의 지원가능성은 물론 자본력도 낮아 향후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등장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정책적 지원도 강화되는 중이다. 은행의 보유채권을 담보로 저금리로 시중에 공급할 자금을 빌려주고, 담보 범위를 AA등급 채권까지 확대하여 저신용채권을 줄이려는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최근에는 은행의 영구채와 중앙은행증권의 교환 (스왑)을 통해 은행의 자본적정성 유지에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은 인민은행과 정부가 은행 지원을 비롯하여 기업부채의 부담까지 떠안고 가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중장기 부담이 더욱 높아졌다.
중국의 기업부채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자국통화표시로 된 부채다. 환율보다는 국내금리가 상승할 때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중국의 경기여건상 당분간 국내금리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한가지 위험이 커지는 경로는 자본유출에 의해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동안 중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풍부한 외환보유고는 이러한 위험고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인이다. 2018년 1분기 중국의 경상수지는 17년 만에 분기별 실적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줄고 있고,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여행수지 적자가 추세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경제규모 대비 1.9%의 흑자를 나타냈던 중국의 경상수지는 2018년 9월 말 기준 0.4%로 축소되었다. 더구나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중국의 경상수지는 향후 추세적인 적자로 돌아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위기론은 지난 수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담보대출과 스왑 등 ‘중국판 양적완화 (QE)’라고도 불릴 만큼 인민은행의 지원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은 과거와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중국경제는 연말까지 정부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다만, 반등은 3분기까지 이어지겠지만 탄력은 약해지고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다. 2020년부터는 정책의 영향력과 지속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약점인 기업부채와 자본유출 우려 등 중장기 시스템 위험은 정책효과가 약화되는 2020년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2019.2.21
GOLD&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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