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lth Management] 미국경제, 침체가 아니라 과열을 우려해야 한다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미국경제가 2009년 6월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장기팽창국면을 이어가면서, 미국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월에는 미래의 경기침체 예측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채의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차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는 “경기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는 중이다 (그림1).
그러나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미국 경제가 곧 꺾일 것이라고 볼만한 지표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경기침체 전에 관찰되는 과잉부채와 대출은 물론 과잉투자, 과잉소비 및 재고 등의 조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경제성장 기울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완만하다 (그림2). 길어졌기 때문에 곧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길어진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기울기가 완만했던 이유는 ‘부채 없는 성장’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규모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중이다 (그림3). 과거 경기정점에서는 은행의 대출증가율도 전년대비 10%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잘 빌리려고 하지 않고 또 잘 빌려주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등 부채의 위기를 크게 겪은데다, 은행들에 대한 당국의 강한 건전성 관리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카드채 사태를 겪은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났던 전형적인 현상이다. 대출에 의한 신용팽창이 활발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물가도 안정되어 있다.
반면, 취약한 민간의 신용창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고, 정부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정부부채가 급증했다. GDP의 약 80% 수준까지 증가했는데,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고려할 때 아직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일본의 정부부채는 이미 GDP 대비 200%가 넘은 지 오래다. 기업부채도 사상최대이기는 하지만 수준이 높지 않다. 미국경제는 2018년에 2.9% 성장한 데 이어 2019년에는 2.3%의 성장이 예상되는 ‘감속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성장률은 여전히 잠재성장률인 1.8~1.9%보다 위에 있지만, 작년과 비교한 전년동기비 데이터는 올해 내내 둔화되는 ‘감속성장’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일부 취약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가산금리 (신용스프레드)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여전히 성장률 수준이 잠재성장 위에 있어 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다. 2020~2021년에도 모두 2.0%씩 성장하면서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과 유로존 경제도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개선되는 흐름을 예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하 ‘연준’)는 3월 중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경기침체 논란이 확대되자, 연준 위원들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를 연내 두차례 인상에서 동결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금융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여차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 간파되자 흔들리던 투자심리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경기침체 예측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의 예측치 (expectation of the path of short term rates)와 기간프리미엄 (term premium)의 합으로 구성된다. 기간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장기채권을 보유했을 때 요구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자 추가수익률의 개념이다. 연준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한 2009년 3월 양적완화 (QE) 이후 장기금리를 구성하는 기간프리미엄의 왜곡은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예측력을 대폭 저하시켰다. 연준과 주요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미국 장기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뉴욕연준에 따르면, 양적완화 (QE 1, 2, 3)가 발표된 날마다 미국 국채10년 금리의 기간프리미엄은 누적적으로 1.08%포인트 하락했다.
양적완화 이후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간프리미엄이 대폭 하락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지표들에서는 과열이나 경기침체의 조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왜곡된 시그널에 대응한 연준의 과도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미래의 금융환경을 대폭 완화시켜 오히려 주식시장에 과열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연준은 6월 초 시카고 연방은행이 주최하는 연례회의에서 통화정책 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구조적인 부양기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내년 상반기에 최종 결과를 내놓기 전에 중간점검을 하는 자리다. 6월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열리는 이 회의에서 연준의 완화기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경기침체 위협이 강해질수록 주요국들의 재정지출 확대 논의도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
3~6개월 미만의 단기투자자는 중국주식의 비중확대가 여전히 유효하다. 반등은 4분기 초까지 이어질 것이며 약 10% 내외의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 1년 이상의 중장기투자자는 미국주식과 함께 구조개혁이 진행 중인 인디아, 베트남, 브라질 주식의 분산투자를 권고한다. 중국경제에 이어 유로존 경제도 2분기 이후 반등을 예상한다. 부진했던 기업이익의 반등 조짐이 관찰되고 있다. 하반기 이후부터는 경제지표 개선과 함께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과 미국의 장기채권 투자자는 2분기 중반까지 이익실현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1) 미국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차, 2007년 이후 첫 역전
자료: Bloomberg
(그림2) 2009년 6월 이후 미국경제,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상승국면
자료: Bloomberg
(그림3) 미국경제, 역사상 유례없는 민간의 부채 없는 성장
자료: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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