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지는 투자상식] 장단기 금리차 축소, 경기침체의 전조인가?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장단기 금리차 축소의 배경
미국증시의 대표지수인 S&P500지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을 극복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3월에는 미래의 경기침체 예측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채의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차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는 “경기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는 중이다.
수익률곡선 (Yield curve)은 역사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가장 뛰어난 수단 중의 하나로 기능해 왔다. 이는 채권의 만기와 만기수익률의 관계를 표현한 것인데, 만기가 길수록 채권금리도 높아져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은 우상향하는 형태를 띤다.
시장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수익률곡선의 형태다.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수록 향후 경기는 개선될 것으로, 반대로 평탄화될수록 경기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익률곡선의 형태를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의 단기금리와 장기금리를 비교한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가장 관심 있게 관찰하는 만기 조합은 10년과 2년의 금리차, 10년과 3개월의 금리차, 그리고 30년과 5년의 금리차다.
최근 10년과 2년 금리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축소되었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그리고 2007년 등 경기침체 발생 직전에 수익률곡선은 빠르게 평탄화되었다. 10년-2년 금리차가 역전된 이후에는 어김없이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간략하게 말하면, 장기금리는 채권의 만기 동안 각 기간마다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단기금리들의 평균과 같다. 따라서 2년물과 같은 단기금리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10년물 이상의 장기금리는 미래의 성장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더 크게 좌우된다.
최근 논의되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준 (Fed) 정책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인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잉긴축의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경기가 호황국면에 접어들면 중앙은행은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양적긴축을 개시한다.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거나 곧 나설 것이라는 예상만으로도 수익률곡선은 평탄화되고 10년-2년 금리차는 축소된다. 현재 경제는 호황이지만 지금의 유동성 흡수로 인해 미래의 성장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앙은행이 과도한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둘째, 장기채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고령화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금과 보험자산이 증가하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이며,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자국통화의 강세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로 된 미국의 장기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셋째, 중앙은행들의 합작품이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양적긴축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 (ECB), 일본은행 (BOJ), 영란은행 (BOE), 중국인민은행 (PBoC)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면서 넘쳐나는 자금들이 미국의 장기채를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정책 영향 때문이 아니라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앞으로 올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전형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침체가 아니라 오히려 과열을 우려해야 한다
미국 연준은 3월 중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경기침체 논란이 확대되자, 연준 위원들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를 연내 두 차례 인상에서 동결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금융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경기침체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여차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 간파되자 흔들리던 투자심리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경기침체 예측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 2009년 3월 양적완화 이후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지표들에서는 과열이나 경기침체의 조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왜곡된 시그널에 대응한 연준의 과도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미래의 금융환경을 대폭 완화시켜 오히려 주식시장에 과열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연준은 6월 초 시카고 연방은행이 주최하는 연례회의에서 통화정책 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구조적인 부양기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내년 상반기에 최종 결과를 내놓기 전에 중간점검을 하는 자리다. 6월 FOMC를 앞두고 열리는 이 회의에서 연준의 완화기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림] 경기침체 직전에 어김없이 역전된 미국 장단기금리차
자료: Bloomberg
주: 음영은 미국경제 침체기
2019.4.29
KB 골든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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