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배경 및 전망

bondstone 2019. 8. 21. 16:55

[Wealth Management]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배경 및 전망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따른 경기침체의 공포

지난 8월 16일,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가 장중이었지만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경기침체 확률을 계산할 때 주로 사용되는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은 이미 지난 3월부터 5개월 째 지속되는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 한번 큰 충격에 빠졌으며, “경기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공포와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수익률곡선 (Yield curve)은 역사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가장 뛰어난 수단 중의 하나로 기능해 왔다. 수익률곡선은 채권의 만기와 만기수익률 (금리)의 관계를 표현한 것인데, 만기가 길수록 채권금리도 높아져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은 우상향하는 형태를 띤다.


시장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수익률곡선의 형태다.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수록 향후 경기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며, 반대로 평탄화될수록 향후 경기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간략하게 말하면, 장기금리는 채권의 만기 동안 각 기간마다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단기금리들의 평균과 같다. 따라서 2년물과 같은 단기금리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10년물 이상의 장기금리는 미래의 성장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더 크게 좌우된다. 이번에도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 역전과 함께 미국의 30년 금리가 급락하며 2% 아래로 내려가자 미래의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되었다.


수익률곡선의 형태를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의 단기금리와 장기금리를 비교한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가장 관심 있게 관찰하는 만기 조합은 10년과 2년의 금리차, 10년과 3개월의 금리차, 그리고 30년과 5년의 금리차다. 이러한 조합 중에서 특히 금융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10년과 2년 금리 차이가 장중 한 때였지만 12년 만에 역전되었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그리고 2007년 등 경기침체 발생 직전에 수익률곡선은 빠르게 평탄화되었고, 10년-2년 금리차가 역전된 이후에는 어김없이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최근 논의되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 및 역전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준 (Fed) 정책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인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잉긴축의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연준과 파월의장을 공격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경기가 호황국면에 접어들면 중앙은행은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양적긴축을 개시한다.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거나 곧 나설 것이라는 예상만으로도 수익률곡선은 평탄화되고 10년-2년 금리차는 축소된다. 현재 경제는 호황이지만 지금의 유동성 흡수로 인해 미래의 성장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중앙은행이 과도한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형태는 경기호황 국면에서 인플레가 발생하고, 중앙은행은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한 결과 단기금리는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 기대가 낮아져 하락하면서 나타난다. 현재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독특하게도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발생했다. 장단기 금리가 동시에 급락하지만 장기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나타났다.


둘째, 장기채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고령화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금과 보험자산이 증가하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이며,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자국통화의 강세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로 된 미국의 장기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경기침체 예측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의 예측치 (expectation of the path of short term rates)와 기간프리미엄 (term premium)의 합으로 구성된다. 기간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장기채권을 보유했을 때 요구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자 추가수익률의 개념이다. 연준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한 2009년 3월 양적완화 (QE) 이후 장기금리를 구성하는 기간프리미엄은 오히려 현재 마이너스 값으로 떨어져버렸다. 연준과 주요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미국 장기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국채를 구하기가 어려워 웃돈을 얹어주면서 사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중앙은행의 대규모 일본 장기국채 매입 결과, 금융시장에서 살 수 있는 국채가 없어 하루종일 거래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기간프리미엄의 왜곡은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예측력을 대폭 약화시켰다. 뉴욕연준에 따르면, 양적완화 (QE 1, 2, 3)가 발표된 날마다 미국 국채10년 금리의 기간프리미엄은 누적적으로 1.08%포인트 하락했다.


양적완화 이후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간프리미엄이 대폭 하락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지표들에서는 경기침체 전에 나타나는 과잉투자, 부채, 재고, 소비, 대출 등 과열의 조짐을 찾아보기 어렵다. 트럼프와 금융시장의 강한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쉽사리 인하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중앙은행들의 합작품이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양적긴축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 (ECB), 일본은행 (BOJ), 영란은행 (BOE), 중국인민은행 (PBoC)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면서 넘쳐나는 자금들이 미국의 장기채를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국채지수는 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3대 국채시장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미국의 국채10년 금리는 1.56%이지만, 독일과 일본의 국채10년 금리는 각각 -0.69%, -0.23%이다. 스위스는 -1.04%로 이미 -1% 밑으로 내려갔다. 유로존과 일본의 경기둔화에 따른 이들의 국채금리 급락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채권이 되어버린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적정한 펀더멘털보다 장기금리가 더 낮아지는 배경이다.


넷째,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정책 영향 때문이 아니라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 및 역전은 앞으로 올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전형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미숙한 연준과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조합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둔화 위험을 높이고 있다. 7월 FOMC는 그 위험을 임계점 부근으로 높여 놓았다. 보험성 인하에서 금리인하의 조건은 경제지표의 둔화가 아니라, 침체를 위협하는 금융시장의 반응 또는 심리지표의 변화다. 7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경제지표를 이유로 연준이 보험성 인하를 꺼린다고 의심하게 되면서, 연준과 파월은 점차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서 ‘지금은 내리지만 앞으로 웬만하면 더 내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칫 여기서 남아있는 시장의 신뢰마저 잃는다면 결국 연준은 훨씬 더 많은 금리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침체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다소 비싸더라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헤지용 국채와 달러의 비중확대는 여전히 유지해야 한다. 만약 시장의 기대대로 대대적인 통화완화가 유발된다면 단기적으로 국채금리는 급락할 것이며, 반대로 연준이 이번에도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한다면 글로벌 경제의 하방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경기침체 직전에 어김없이 역전된 미국 장단기금리차

자료: Bloomberg, KB증권

주: 음영은 미국경제 침체기


2019.8.21

GOLD&WISE



[신동준의 전술적 자산배분] 장단기 금리차 역전 배경과 전망

장기채 수요 대폭 증가 여파

헤지용 국채·달러 비중 유지해야



지난 8월 16일,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가 장중이었지만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경기침체 확률을 계산할 때 주로 사용되는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 한번 큰 충격에 빠졌으며, “경기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공포와 논쟁이 더욱 가열되는 중이다.


최근 논의되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 및 역전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준 (Fed) 정책의 영향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인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잉긴축의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연준과 파월의장을 공격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형태는 경기호황 국면에서 인플레가 발생하고, 중앙은행은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한 결과 단기금리는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 기대가 낮아지면서 나타난다. 그러나 현재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독특하게도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발생했다. 장단기 금리가 동시에 하락하지만 장기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나타났다.


둘째, 장기채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고령화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금과 보험자산이 증가하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이며,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자국통화의 강세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로 된 미국의 장기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의 예측치와 기간프리미엄의 합으로 구성된다. 기간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장기채권을 보유했을 때 요구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자 추가수익률의 개념이다. 연준이 막대한 2009년 3월 양적완화 (QE)를 시작하면서 장기금리를 구성하는 기간프리미엄은 오히려 현재 마이너스 값으로 떨어져버렸다. 연준과 주요 중앙은행들이 대규모로 미국 장기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국채를 구하기가 어려워 웃돈을 얹어주면서 사고 있다는 뜻이다.


양적완화 이후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간프리미엄이 대폭 하락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제지표들에서는 경기침체 전에 나타나는 과잉투자, 부채, 재고, 소비, 대출 등 과열의 조짐을 찾아보기 어렵다. 트럼프와 금융시장의 강한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쉽사리 인하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중앙은행들의 합작품이다. 유로존과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하는 등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금리가 대폭 낮아졌다. 전세계 국채지수는 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3대 국채시장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미국의 국채10년 금리는 1.56%이지만, 독일과 일본의 국채10년 금리는 각각 -0.69%, -0.23%이다. 스위스는 -1.04%로 이미 -1% 밑으로 내려갔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채권이 되어버린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적정한 펀더멘털보다 장기금리가 더 낮아지는 배경이다.


넷째,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정책 영향 때문이 아니라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 및 역전은 앞으로 올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전형적인 신호란 것이다.


미숙한 연준과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조합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둔화 위험을 높이고 있다. 7월 FOMC는 그 위험을 임계점 부근으로 높여 놨다. 보험성 인하에서 금리인하의 조건은 경제지표의 둔화가 아니라, 침체를 위협하는 금융시장의 반응 또는 심리지표의 변화다. 연준과 파월은 점차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서 ‘지금은 내리지만 앞으로 웬만하면 더 내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 신호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자칫 여기서 남아있는 시장의 신뢰마저 잃는다면 결국 연준은 훨씬 더 많은 금리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침체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다소 비싸더라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헤지용 국채와 달러의 비중확대는 여전히 유지해야 한다. 만약 시장의 기대대로 대대적인 통화완화가 유발된다면 단기적으로 국채금리는 급락할 것이며, 반대로 연준이 이번에도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한다면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2019.8.22

헤럴드경제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0822000470

http://news.naver.com/main/hotissue/sectionList.nhn?mid=hot&sid1=110&cid=1085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