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지금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주목해야 할까?

bondstone 2020. 9. 24. 01:49

[Wealth Management] 왜 지금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주목해야 할까?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지구온난화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그런데 왜 지금 '기후변화'일까? 왜 지금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주목해야 할까?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메가 트렌드이다. 2000년대를 주도한 성장주가 중국과 신흥시장이었다면 2010년대는 미국 기술기업들이 성장주였고, 2020년대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기후변화 대응 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인식 변화, 경기침체의 극복, 초저금리와 확대된 재정정책 요구,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프로젝트, 빨라진 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은 기후변화 대응에 ‘지금’ 나서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왜 지금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주목해야 할까?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됐다. 1965년에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지구온난화가 공론화된 지도 오래다. 작년 말, 2020년 경제 혹은 금융시장을 전망하면서 전염병 관련 위험을 떠올린 사람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전염병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왔지만, 글로벌 감염병 관련 경고는 무시되었고 결국 글로벌 팬데믹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된 이후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다. 지난 2016년 TED Talk에서 전염병 대유행을 경고했고, 코로나19 발병 직전인 2019년 11월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신종 전염병의 팬데믹을 경고했다.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닌, 계속적인 경고로 이미 알려져 있는 위험 요인이지만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발생하는 큰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 부르는데, 기후 변화는 블랙스완이라기보다, 멀리 있어도 진동으로 위험을 느낄 수 있는 회색 코뿔소에 가깝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충격에 빠진 경제. 일자리를 만드는 재정정책 필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고용시장은 영구적 충격을 입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생산과 보급까지는 2년 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 기간 동안의 공백을 모두 정부의 보조금으로 메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점력을 지닌 대형 기술기업들이 성장할수록 다수 전통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성은 꾸준히 향상됐지만, 민간고용, 1인당 GDP, 중위계층 가계 소득 등은 2000년대 들어 정체 상태인 이유다. [그림]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재정정책에 대한 인식을 빠르게 바꿔놓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재정긴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오히려 통화정책과 결합된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역할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재정정책의 역할이 처음 확대됐던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 당시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은 뉴딜의 테네시강 댐 건설 프로젝트와 같은 인프라 투자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인프라 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 대응 관련 산업의 고용유발 효과도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발전원별 비중을 보면, 비중이 월등히 작은 태양광과 풍력의 고용이 석탄과 천연가스에 비해 높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한 일자리 지원은 합리화되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성을 보일 미국, 먼저 달려가는 유럽
마침 미국에서는 재정확장 정책을 선호하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좁혀지고 있지만, 주별 선거인단의 간접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구조를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전국 지지율 격차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여전히 앞선다. 바이든 후보는 7월에 향후 4년 동안 2조 달러를 환경에 투자하겠다는 대규모의 환경정책을 경제공약으로 내세웠다. 2050년까지 경제 전반에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고, 2035년까지 전략생산에서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의회 차원에서 규제나 보조금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추진될 전망이다.

유럽도 지난 20년 동안 신흥국과 미국에게 뺏긴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2000년대 첫 10년은 중국에게 제조업 추격을 허용했고, 2010년대에는 미국의 대형기술주에게 성장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이후, 유럽의 주요 리더십은 모두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작년 말에는 EU 정상들이 ‘그린 딜’ (European Green Deal)에 합의했는데,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인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55% 감축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EU의 그린 딜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독일-프랑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7,500억 유로 규모의 회복기금에 합의했고, 회복기금의 최소 30%를 기후변화 대응에 지출하기로 하면서 그린 딜 달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룰 수 없는 기후변화 대응, 경제적으로도 이미 매력적인 신재생에너지
경기부양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 관점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매력이 높아졌다.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효과가 더디고 기존의 경제활동을 움츠러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크고 잦아지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라는 대중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늦게 대응할수록 더욱 극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작년 말에 제시된 EU의 그린 딜은 이전보다 더 높은 목표를 제시했고,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작년에 발표한 것보다 많은 재정을 더 짧은 기간에 환경 정책에 집행하겠다고 공약을 수정했다. 정책 추진 속도는 이전보다 더 빨라질 전망이다.

경제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매력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 (grid parity)에 도달하거나 도달한 지역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몇 년 전까지 ‘대체에너지’로 불렸다. 발전단가가 높아서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는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깨끗하지만 비싼 에너지원을 선호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수 년 내로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 (LCOE)은 더 많은 지역에서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균등화발전비용은 같은 전력량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다. 유럽과 미주, 중국과 중동, 오세아니아 등 전세계 GDP의 71%, 에너지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이미 균등화발전비용이 가장 낮은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이다. 보조금과 세금혜택과 같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도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가격 경쟁력이 형성되었다. 재정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진하기 위해 나선다면,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산업에 투자 가능한 ETF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글로벌 클린에너지 테마 ETF인 ICLN은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연료 등 광범위한 클린 및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고, 투자 지역 또한 미국, 유럽과 이외 선진국 등에 폭 넓게 투자할 수 있는 ETF이다. ICLN 내 미국 기업의 비중은 약 42%를 차지하고 있어 MSCI ACWI의 글로벌 지수보다 미국의 비중이 낮다. 또한, 유럽 유틸리티와 산업재 섹터의 비중이 높고 기술주의 비중도 큰 편이다. 따라서, 미국 이외 지역에 분산투자 할 수 있고 동시에 기술주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ICLN은 해당 테마 내 총운용자산 (AUM) 규모가 가장 크고 운용보수 (0.46%) 또한 저렴하다.

[그림] 기술 발전으로 나타난 ‘고용 없는 성장’   
자료: REFINITIV, KB증권

 

2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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