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세 가지 변화와 시사점

bondstone 2020. 11. 9. 23:15

[똑똑투자]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세 가지 변화와 시사점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을 시사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제기한 개표 중단 소송은 모두 기각되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비교적 큰 표 차이로 당선이 확정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혼란은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주식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양원의 권력이 분할되었을 때 주가상승률이 더 양호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도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당선자가 코로나19의 적극 대응을 시사했지만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고, 내년 1월 초까지는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놓고 양당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여 추가 부양책 합의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기후변화 대응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서도 속도를 낼 전망이어서 친환경주의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얻지 못하더라도 공화당이 원하는 인프라투자 정책은 힘을 받을 것이다. 소재와 산업 업종, 그리고 5G 업종의 강세를 예상한다.

 

대선 직후에는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가능성이 우세하여 상하원 분점이 확실시되었지만, 2석의 조지아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모두 2021년 1월 5일에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되면서 상원의 구도가 아직 확정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조지아에서 모두 승리하면 상원 100석 중에 50석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 경우 부통령 당선자인 해리스가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돼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베팅사이트에 반영된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가능성은 약 25%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안도하던 대형기술주 투자자들은 다시 경계 모드로 전환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의 공약인 친환경 인프라 투자와 미중 관계 개선 기대는 지속되는 중이다. 대선 이후 미국 증시에서는 소재, 산업 업종과 친환경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고, 미중 갈등의 영향을 종종 받았던 반도체주도 상승했다. 미국 대선 이후에 예상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수 대형기술주 집중 투자는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한다. 2017년 이후 미국증시는 독점력을 앞세운 시가총액 상위의 소수 대형기술주들이 주도했다.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다수 기업들의 체감 투자수익은 부진했다. 반면, 미국 대선 이후에는 지수 상승은 완만하더라도 다수 기업들의 체감 투자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화당의 상원 장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형기술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는 않겠지만 방향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통해 기술산업의 장기성장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 마침 일부 대형기술주의 이익성장이 가파른 성장기를 지나 안정적인 성숙기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상승속도는 지난 2~3년에 비해 상당히 완만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사실상 친환경으로 포장된 인프라 투자 정책이다. 4년간 상업용건물 400만 채, 주택 200만 채를 개조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친환경 주택 150만 채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소재, 산업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기후변화 대응 산업은 주요국들이 앞다퉈 추진하는 메가트렌드인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에 분할하여 편입할 필요가 있다. 즉, 소수 대형기술주 집중 투자는 중상위권 이하 기술기업들과, 소프트웨어/컨텐츠처럼 플랫폼 위에서 사업하는 기업들, 그리고 소재, 산업 등 친환경으로 포장된 인프라투자 관련 업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둘째, 미국에 집중된 투자 선호 역시 상대적으로 코로나 회복력이 양호하고 통화정책이 덜 완화적인 중국과 한국 등으로 분산될 것이다. 중국은 2019년 말 팬데믹 이전 경제수준을 올해 2분기에 이미 회복했고, 미국과 한국경제는 2021년 3분기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미국,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경제활동 수준을 2021년에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8월 27일, 잭슨홀에서 연준 (Fed)이 평균인플레 고용과 인플레의 오버슈팅 정책을 공식화한 이후 달러약세는 주로 아시아 통화들을 통해 반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보합이었다.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은 위안화 강세의 영향을 반영하는 중이다. 중국과 한국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고, 산업생산도 제한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통화정책은 상대적으로 덜 완화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와 중국 등 아시아의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그리고 중국 채권시장이 세계국채지수 (WGBI)에 편입된 영향도 있다. 달러/원 환율의 하락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아시아 경제와 미국 대선 이슈에 따른 달러약세 전망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달러약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제로금리가 장기화되고 주식과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인컴 수익과 함께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춰줄 수 있는 ‘채권의 대체자산 찾기’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2021년 채권투자의 총수익률 (Total Return)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모든 나라가 강력한 재정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이 결국 채권매입을 통해 금리의 상단을 제한하겠지만 이는 사후적인 개입일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채권투자는 1) 고정적인 이자를 얻고, 2) 주식과 역의 상관관계를 가짐으로써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춰준다. 3)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켜주는 역할도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채권 고유의 특성이 약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비중을 약 60~70%로 가져가는 전통적인 자산배분 전략하에서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리츠, 고정배당 우선주, 저변동성 팩터, 전환사채 등 채권 이외의 다양한 자산들을 채권의 세 가지 특성에 맞춰 재분류하고, 다시 국면별로 적절히 혼합하여,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합성 채권”의 역할을 만들어 내야 한다.

 

2020.11.9

KB골든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