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증시, 밸류에이션 재평가 구간 진입 가능성

bondstone 2020. 12. 18. 19:02

[Wealth Management] 한국증시, 밸류에이션 재평가 구간 진입 가능성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주식비중 확대와 채권비중 축소 전략을 유지한다. KOSPI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 따른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주식의 투자매력도는 여전히 가장 높다. 기업이익 증가와 달러약세로 한국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재평가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12개월 선행 P/E가 13배로 높지만, 5%대의 ROE는 여전히 상향될 여지가 높다. 달러/원 환율은 2021년 상반기 중 1,060원까지 하락할 것이다. 다만 2021년 1분기 중반~2분기 중반까지는 생산과 원자재, 서비스 등 세 가지 공급차질 위험이 예상치 못한 인플레와 금리 반등으로 이어질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미국 대표지수인 S&P 500지수와 한국의 KOSPI가 2020년 12월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한창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봉쇄 우려,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백신의 유효성 논란, 미국의 추가 재정부양책 협상 지연과 2021년 1월 5일 조지아주의 연방 상원위원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등 기술적인 단기 조정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비중 확대와 채권비중 축소 전략을 여전히 유지한다. 향후 1년 동안 투자한다고 할 때, 전세계 증시 중에서 투자매력도는 한국 주식이 가장 높다. 기업이익 증가와 달러약세로 한국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재평가되는 구간에 진입했다. 달러/원 환율은 2021년 상반기 중 1,060원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호조와 수출 회복, 외국인 주식 매수 흐름을 감안할 때 1,000원선까지의 하락 가능성도 열려있다. 또한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단기 매력도도 높아졌다. 2021년 상반기까지 백신 보급, 중국 등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교역량 회복, 달러약세와 원자재가격 반등, 채권 대비 높아진 투자 매력도를 배경으로 신흥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추가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 (P/E)은 주가 (Price)를 주당순이익 (EPS: Earnings Per Share)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 또는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다. 즉 회사가 벌어들일 돈에 비해서 주가가 얼마에 형성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KOSPI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P/E)은 약 13배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고점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단순 비교를 통한 주가 고점 논란은 위험하다. 산업구조의 변화를 감안하여 평가해야 한다. 2007년 당시 P/E를 끌어올린 산업은 건설, 조선, 기계, 필수소비재, 유통 등 소위 중국 관련 수혜업종들이었다. 반면, 현재는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화학 등 구조적 성장산업들이 P/E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더구나 자동차, 건설, 통신, 철강 등 친환경 인프라투자를 통해 구조적 변신이 기대되는 산업들은 여전히 시장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소재, 산업 업종 등 이들 소위 굴뚝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종목 수는 모두 대폭 축소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면서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즉 재무구조 효율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다. 또한 P/E가 과열의 신호로 판단되려면 기업이익 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5%대의 ROE (자기자본이익률)는 여전히 상향될 여지가 높다. 12%대 ROE에서 P/E가 13배까지 치솟았던 2007년과는 다르다. 물론 올해가 워낙 극심한 침체였던 탓에 기저효과도 있지만, 기업이익뿐 아니라 매출도 함께 늘고 있어 수요 개선 효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소재, 산업 업종 등 친환경으로 변신하는 인프라투자 관련 수혜업종들을 중심으로 기업이익이 빠른 속도로 상향조정되는 중이다.

공급차질 위험 (Shortage risk)이 예상치 못한 인플레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유의
다만 2021년 상반기까지는 생산과 원자재, 서비스 등 세 가지 공급차질 위험이 (Shortage risk)가 예상치 못한 인플레와 금리 반등으로 이어질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넘어도 평균적으로 2%가 될 때까지는 일정기간 용인하겠다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 연준도 쉽게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2분기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 (CPI) 상승률은 각각 전년대비 2.5%, 1.1%로 큰 폭으로 반등할 전망이다. 현재 컨센서스는 이러한 물가상승이 일시적 기저효과일 뿐 추세적 인플레 요인은 아니라는 데 모아져 있다. 그러나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회복과 가파른 자산가격 상승이 세 가지 공급차질 위험과 순차적으로 맞물린다면 2021년 1분기 중반~2분기 중반까지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흡수 우려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자재와 서비스 공급차질은 아직 시장가격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생산의 공급차질은 이미 삼성전자와 KOSPI의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는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은 반면, 생산은 경제봉쇄로 공장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아직 절반 밖에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소비 급증에 따른 부족분을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수입으로 대체하며 미국의 경상적자는 대폭 확대되었다. 반면 교역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와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백신 보급 기대는 미국과 선진국의 비어있는 창고를 채우기 위한 강력한 중간재 수요와 재고확충 (restocking) 사이클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의 생산 증가가 곧 선진국 투자 사이클의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반도체와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둘째, 원자재의 공급차질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탄소배출 절감,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 등 유럽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 석유기업들의 원유/가스 자산 매각과 더불어 미국 에너지기업의 자본지출 (CAPEX) 감소는 필연적으로 원유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영국의 BP다. BP는 2050년까지 순탄소 제로배출을 목표로 설정했고, 2030년까지 자본지출 (CAPEX)의 30%를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약 250억 달러의 석유/가스 자산도 매각할 계획이다. 투자은행들의 셰일 산업 낙관론도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3대 메이저 석유회사의 2021년 자본지출은 29.7억 달러로 올해 대비 22.4% 감소할 전망이다. 원유 시추공 증가에 부정적이다. 화석연료 수요감소로 장기 원유가격은 현재보다 낮은 수준에서 하향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 원유가격은 다르다. OPEC+의 생산 확대가 가능하지만 코로나 이후 일시적 수요회복 시기에는 원유 수급이 매우 빡빡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시적인 물가상승이 아닌 중장기적인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셋째, 백신 보급 기대가 한껏 높아질 2021년 2분기부터는 서비스 공급차질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충격으로 영구폐업 등 노동력이 떠나면서 서비스 공급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빠른 수요 회복은 서비스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CPI)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한다. 경기회복과 함께 후행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주택가격 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 압력도 반영된다면 2~3분기가 될 전망이다.

[그림] KOSPI, 12%대 ROE에서 P/E 급등했던 2007년과 차이
자료: Quantiwise, KB증권

[그림2] 현재 KOSPI의 밸류에이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업종은 신성장산업
자료: Quantiwise, KB증권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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