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급망 차질의 원인과 정상화 전망

bondstone 2021. 10. 22. 14:25

[Wealth Management] 공급망 (Supply Chain) 차질의 원인과 정상화 전망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https://bit.ly/2Za4WL8


공급망 차질,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Supply Chain)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들의 공급병목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며,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리면서 일부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은 대부분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른 결과인데,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 모두 원인이 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는, 백신 접종 확대로 멈췄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생산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부 보조금은 수요 개선을 더욱 부추겼다. 특히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물면서 내구소비재 등 재화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공장가동은 제한되면서 재고부족에 따른 공급병목 현상이 심화되었다. 팬데믹 초기부터 전면적인 이동 제한에 나섰던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생산과 수출이 가능했던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기업들의 수혜가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

공급 측면에서의 원인은 조금 더 복잡하다. 소비는 급증했지만, 공급은 팬데믹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반도체 등 부품공급 부족, 해상과 내륙 운송 차질, 노동력 부족 등으로 회복이 제약되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여파로 유럽과 중국의 전력난이 발생했고,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의 생산비용이 빠르게 늘어난 점도 공급 차질의 중요한 배경이다.

팬데믹 이후 자동차 수요 부진을 예상한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IT용 반도체 등으로 설비를 전환하면서 2021년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었고, 2021년 가을에는 IT와 반도체, 자동차 부품 생산 비중이 높은 동남아 지역에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부품조달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는 결국 GM과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축소로 이어졌다. 반도체와 자동차 이외에도 우유, 새우, 토마토, 커피원두 등 식품은 물론 가전, 가구, 그리고 영국에서는 가솔린까지 공급병목이 확산되었다.

공급 차질의 더 큰 원인은 운송 차질과 노동력 부족 등 물류시스템의 문제다. 재화소비 증가로 물동량은 급증했지만, 코로나 방역과 검역 강화로 수출입 처리가 지연되고, 항만 노동자 부족으로 하역작업도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등 다수 국가에서는 델타변이 확산에 따라 주요 항구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극심한 정체로 인해 미국 서부 항만에 해상 대기 중인 컨테이너 화물량이 팬데믹 이전보다 약 3배나 증가했으며, 중국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는 1년 전 대비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해상운송 뿐 아니라 내륙 운송 문제도 심각한데, 주로 노동력 부족이 원인이다. 2021년 10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항만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주 5일, 주간’에만 운영되던 항만 작업 시간을 ‘주 7일, 24시간’ 운영체제로 전환했고, 컨테이너 처리량은 기존보다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늘더라도 철도와 야간 운송에 나설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한 상황이며, 야간 운송에 성공한다고 해도 창고가 있는 물류센터에서 야간에 하역작업을 할 노동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원인은 다르지만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에서도 공급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재개방에 따른 에너지 수요는 확대된 반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과 탈탄소 정책에 따라 전통 화석연료의 채굴 투자가 감소하면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구조적인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원유 수급의 타이트한 균형은 향후 2~3년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도, 중국 등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과 영국 등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완화 기대
공급병목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력 부족과 국제 해상물류 신규 선박 투입, 노동력 부족, 기업들의 재고확충 등의 문제들이 단기에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른 생산 및 물류의 추가적인 차질 가능성 등도 존재한다.

그러나 주요국의 백신 접종 상황을 감안할 때, 2022년에는 위드 코로나의 추가 진전과 경제 활동 정상화에 따라 공급 차질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급망 차질의 문제들은 대부분이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한 이동제한 정책들이 점차 회수되고 있다. 이동제한과 항만 폐쇄 조치로 차질을 빚은 상품의 운송과 생산은 재개될 것이고,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면서 높아진 재화소비 수요도 서비스로 이전되며 낮아질 전망이다. 동남아 지역의 자동차 부품 생산이 정상화되고 있으며, 정부의 방역 규제 등이 완화되면 불가피하게 구직 활동을 못했던 사람들도 노동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저임금 서비스업에서 이탈해 업종을 전환하려던 사람들도 마찰적 실업 기간 동안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차량용 반도체 등 상품의 생산과 운송 측면에서 글로벌 공급 차질 문제의 핵심 지역은 동남아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각각 반도체, 자동차 관련 생산의 주요 기지이고, 베트남에는 IT 제품과 의류, 잡화 등 소비재 공장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동남아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백신 접종 확대와 위드 코로나 도입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주요국은 코로나19 종식의 어려움과 경제 성장 둔화 부담, 백신 접종 확대를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 추진 계획을 밝혔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부족은 TSMC, 삼성전자의 신규 생산능력 증설 효과가 나타나며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도 있다. 첫째, 수요 급증에는 일부 ‘가수요’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재고증가율이 크게 낮지 않다는 점에서 공급차질의 원인은 재고 부족보다 주문 급증일 가능성이 있다. 2021년 말 소비시즌의 매출 차질을 우려한 유통업체들이 물류망 선점과 선주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수요는 연말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 둘째, 원자재 공급병목에는 일부 투기적 수요의 영향도 있다. 최근 원자재 선물 시장에서 개인들의 거래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상당수는 현물 헷지가 아닌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성격의 자금들은 정부의 개입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셋째, 공급병목 현상은 아시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주로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규모 보조금 지급으로 수요가 폭증했지만 노동력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생산시설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해당 국가들의 일시적인 물류망 교란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공급병목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도 미국 등 선진국에 국한되어 있다. 최근 중국은 1% 이하, 한국은 2% 중반, 그리고 일본은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의 물동량이 가장 많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둔 선주문과 가수요, 동절기 난방수요가 고비가 되겠지만,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의 생산차질 완화와 함께 공급망 차질은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각국의 에너지가격 안정 정책과 기저효과 등으로 2022년 1분기 이후 물가부담도 완화될 것이다. 금융위기와 미중 무역분쟁, 무형자산 투자 확대로 각국의 설비투자는 상당기간 부진했다. 최근 광범위한 병목현상을 겪으며 기업과 정부의 전략은 글로벌 밸류체인 확대에서 필수 부품, 인력을 내재화하는 자국 내 투자확대로 변화해 갈 것이다.

[그림1] 운송 차질에 따른 비용 급증                            
자료: Bloomberg, KB증권  

 

[그림2] 미국 ISM제조업 지수에 나타난 공급차질

자료: Bloomberg, KB증권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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