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식 비중 확대, 새롭게 떠오르는 성장산업

bondstone 2023. 2. 22. 11:36

[Wealth Management] 주식 비중 확대, 새롭게 떠오르는 성장산업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단기적(3개월) 관점에서 주식비중을 늘릴 때
경기침체를 우려했던 전세계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새해 들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고, 연준(Fed)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기대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경기침체가 확실시되었던 유럽 증시가 따뜻한 날씨 덕분에 되살아났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비관론이 팽배했던 중국 증시는 리오프닝과 규제완화의 영향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미국경제는 탄탄한 고용시장 덕분에 잘 견뎌내는 중이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 경제를 괴롭히던 공급망 교란도 개선되었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낮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선행지수는 낙폭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 중앙은행의 과잉긴축 우려 등 경기의 하방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경기침체 압력은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KB증권은 글로벌 경제가 2분기에 저점을 형성하고 하반기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전년 대비 변화율은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2023년 상반기 중 보다 빠르게 낮아질 것이다. 2월 이후 지나쳤던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가 되돌려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면 금융시장은 다시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는 점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고 금리와 인건비가 비싼 시기에는 월급처럼 따박따박 안정적인 소득이나 현금흐름이 발행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인컴(Income) 투자’가 핵심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 인컴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데, 작년 4분기 대비 기대수익률이 현저히 낮아진 장기채권보다는 단기 우량크레딧 채권의 금리 매력이 아직 높다.

경제 전망과 투자심리 개선에 따라 단기적(3개월) 관점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전술적으로 확대할 시점이다. 주식 비중을 늘리자니 기업 이익전망의 하향 우려가 여전하다. 그러나 이익전망이 반드시 바닥을 확인해야 주가가 반등하는 것은 아니다. 밸류에이션 멀티플 (P/E)이 이익전망에 선행하는데,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반등하고 이익전망이 하향 조정될 때 투자자들은 주가 반등세를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업이익 (EPS)이 저점을 다질 때는 오히려 조정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3월 전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의 단기 조정은 좋은 리밸런싱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 장기금리는 2022년 4분기 이후 급락하며 기준금리 밑으로 하락한 뒤 2월 이후 반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자본차익이 큰 폭으로 발생한 장기국채를 이익실현하고 지나치게 비중을 축소했던 주식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한다. 금리 반등을 활용하여 장기국채를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은 채권투자의 본질인 이자와 높아진 금리수준에 집중해야 한다. 2월 초에 기록했던 국내 국채10년 금리의 저점 3.16%에는 연내 0.5%p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반영된 수준이었기 때문에 '덤'으로 누릴 수 있는 자본차익의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춰잡아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2분기 중 뚜렷해질 것
2022년 전세계 자산시장을 위축시켰던 가장 큰 요인은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22년 3월 이후 1년 동안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4.5%p나 인상했다.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요인은 주거비와 에너지 가격이다. 그러나 관성이 강한 주거비를 제외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이미 낮아지는 중이다. Zillow사가 발표하는 임대료 지수 역시 전년대비 변화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주거비는 주택가격 하락에 후행하며 하락할 전망이다.

주거비의 상승세가 약해지면 인플레이션 하락세도 뚜렷해질 것이다. KB증권은 2분기 중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지고 하반기에는 2%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WTI 기준 배럴당 70~80달러에 머물고 있는 국제유가가 만약 중국의 리오프닝 등의 영향으로 90~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하는 리스크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분기 4%대, 4분기 이후 3%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다. 물가지수의 전년대비 변화율이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2분기 중 추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빠르게 낮아질 것이다.

새로운 성장을 이끌 인공지능 산업과 전기차 인프라 산업
장기적 관점에서는 성장주의 비중을 꾸준하게 늘려나가야 한다. 성장주의 반등을 예상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미국은 이익 모멘텀이 이미 반등하기 시작했으며 둘째, 부채한도 협상으로 재정긴축이 예상됨에 따라 성장의 희소성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스닥 종합 지수의 분기별 전년 대비 주당순이익 (EPS) 변화율은 이미 2022년 4분기에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익전망 하향 전망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금융위기를 1년 앞둔 2007년 1월, 애플은 아이폰을 공개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등 스마트폰 생태계가 급성장했다. 미국은 2009~2010년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금융위기를 벗어났지만, 2010년 중간선거를 통해 ‘티파티’라고 불리는 공화당의 재정 긴축론자들이 의회에 대거 진출했다. 이들의 영향으로 2011년 부채한도 협상 과정에서 재정정책 기조가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되었고, 재정이 성장을 지원해주지 못하고 성장이 희소해지자 대형기술주들은 ‘Big Tech’, ‘FANG’이라 불리며 주식시장에서 초강세를 나타냈다.

2023년 경제와 투자환경은 12년 전과 매우 닮아 있다. 2016년 3월 이세돌과 인공지능 (AI) 알파고의 대국이 열렸고, 이후 인공지능 (AI) 산업의 기술 경쟁이 시작되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며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미국은 2020~2022년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팬데믹을 벗어났다. 그러나 2022년 중간선거를 통해 ‘프리덤 코커스’라고 불리는 공화당의 재정 긴축론자들이 의회에 진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도 사상 최악의 부채한도 협상이 예고된 가운데, 재정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이 성장을 지원해주지 못하고 성장의 희소성이 돋보이게 되면 향후에도 대형기술주들이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성장주가 주목받을 시기에 마침 떠오르는 성장산업이 있다. 첫째, ChatGPT의 영향으로 인공지능 (AI)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016년 3월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관심을 끌었던 인공지능 (AI)은, 그동안 작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일상을 뒤흔들 만한 변화를 만들 계기는 없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투자한 OpenAI가 Generative (생성형) AI를 활용한 ChatGPT를 내놓으면서, 대중들은 AI의 효능감을 극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2월 8일, 검색시장의 92%를 차지하는 구글이 대항마로 내세운 Generative AI (Bard)의 시연회에서 잘못된 검색 결과가 나온 후 알파벳 주가는 이틀 동안 11.5% 급락했다. Generative AI 경쟁이 기존 시장의 판세를 뒤엎을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는 시장의 생각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누구든 구글로부터 검색시장의 시장 점유율을 1%p만 빼앗아 와도 연간 수익 2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희소한 성장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시기에 때마침 AI가 초대형 기술기업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 확보 경쟁이 시작되었다.

둘째,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주로 대출을 통해 구입하는 고가의 내구재 수요가 감소했다. 자동차 산업도 통화긴축의 타격을 받으며 테슬라 역시 영향을 받았다. 테슬라가 수요 감소에 전기차 가격 인하로 적극 대응하면서 경쟁사들을 압박하고, 다른 전기차 기업들도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고 있다. 전기차 제조 생태계는 성장하겠지만 마진 압박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전기차 가격이 낮아지면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된 발전, 송전, 저장, 충전 수요 확대로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러한 새로운 성장 산업들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 (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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