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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채권시장: 고금리/고물가/고성장, ‘2020년대 뉴노멀 (New Normal)’ 시대

bondstone 2023. 8. 29. 07:46

 

 

2024 한국경제 대전망: 채권시장 및 금리전망
고금리/고물가/고성장, ‘2020년대 뉴노멀 (New Normal)’ 시대의 채권시장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Higher for longer, 연준은 높은 기준금리 수준을 오랜 기간 이어갈 것
연준이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5~5.50%까지 인상했다. 2022년 3월부터 약 1년 4개월 동안 5.25%p를 인상하는 강력한 통화긴축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은 견조하다. 미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는 2023년 봄을 저점으로 오히려 반등하고 있고, 파월 연준의장은 2023년 7월 말 FOMC에서 “우리는 더 이상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며 그동안의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했다. 인플레에 대한 관심은 ‘높은 인플레가 낮아지는가’에서 ‘연준의 목표까지 얼마나 신속하게 낮출 수 있는가’로 이동했다. 

경기침체와 함께 예상했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환 시점이 늦춰지고 그 폭도 점점 작아지면서 미국과 한국의 국채10년 금리도 2023년 8월 22일 현재 각각 4.32%, 3.98%까지 반등하며 5월 저점 대비 각각 1.00%p, 0.71%p나 급등했다. 미국 국채10년 금리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2023년 들어 금리하락을 예상하여 장기국채를 매수한 투자자의 경우, 미국 국채는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이 어느정도 손실을 상쇄했겠지만, 한국 국채 투자자들은 상당부분 평가손실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준의 강도높은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노동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경제를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는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중립금리’라고 하는데, 팬데믹 이전보다 중립금리가 한 단계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이 미국이 집권당에 상관없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투자가 가속되고, 인공지능 (AI) 기술 적용에 의한 생산성 향상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높은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립금리가 더 높아졌다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한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더 올리면 금융불안이 높아지고 경제의 특정 부분들이 흔들릴 수 있다. 팬데믹 대응을 위해 크게 늘려 놓은 대차대조표를 아직 충분히 줄이지 않았고 재정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위기가 오면 대처가 쉽지 않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데에 주력하기보다는 높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이어가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만 연준이 주저하는 과정에서 통화긴축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전보다 높은 성장, 높은 물가, 높은 금리 환경이 펼쳐지는 ‘2020년대 뉴노멀’ (2020s New Normal)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장기금리 하락에 대한 자본차익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높아진 이자수익, 즉 채권투자의 본질에 집중하기를 권고한다. 차본차익의 기회는 또 다시 오기 마련이다.

고금리/고물가/고성장, ‘2020년대 뉴노멀 (New Normal)’의 시대
연방준비제도 (이하 ‘연준’, Fed)의 통화긴축이 꽤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전세계 많은 연구기관들이 전망했던 글로벌 경기침체의 조짐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명목 정책금리를 5% 위로, 실질 기준으로는 2%대까지 가파르게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누적적인 통화긴축 효과가 경제전반에서 관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에서 통화긴축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고용시장이 탄탄하다. 부채가 많지 않은 고령자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자산가격 상승을 경험하면서 은퇴를 결심했고, 이민자의 유입이 많지 않아서 저임금/저숙련 일손은 계속 부족하다. 또한 팬데믹이 시대의 전환을 가속하면서 기술 기업들의 고숙련 노동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그에 미치지 못했던 점도 고용시장을 탄탄하게 만든 이유다. 둘째, 미국 가계는 변동금리보다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비중이 높다. 미국 가계 대출의 70%를 차지하는 모기지 (주택담보대출)가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라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가계의 모기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경제전반에 통화긴축 효과가 즉각 반영되지 않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더 중요한 것은 팬데믹 기간 동안에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 변화가, 그리고 팬데믹 기간 동안 나타난 기술의 변화가 중립금리 수준을 높였을 가능성이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는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만약 강력한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아졌다면 향후 경제는 위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중립금리 자체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면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연준의 강도높은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현재 기준금리가 매우 긴축적이지는 않다는 의미라고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정한 중립금리 수준을 추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강도를 결정짓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중립금리는 2000년대 이후 꾸준하게 낮아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세계대전 이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비보다 저축을 늘렸고, 아시아의 제조업 중심 수출국과 중동의 원유 수출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저축이 쌓였다. 소비나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보다 과잉저축에 의한 ‘자금 공급’이 많아지면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팬데믹을 전후하여,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낮아지던 중립금리를 상승 반전시키는 요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높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될 것이다.

첫째, 미국 정부가 전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면서 신규 투자가 증가했다. 인도와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투자는 대체로 '수요가 강해서, 또는 수요가 강해질 것'라는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의 전망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경험한 공급망 불안이 미중 디커플링과 결합되면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투자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친환경 산업의 주도권을 쥐려는 기업의 의지와 미국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고 있는 것 역시 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다. 신규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나게 됐는데, 이는 중립금리를 높이는 요소다. 또한 소비를 위축시키려는 통화긴축의 효과가 투자를 촉진하는 재정정책으로 상쇄되는 모습도 확인되고 있다. 즉 소비는 정점에서 느리게 내려오고 있는 반면, 오히려 민간투자는 반등하고 있다. 채권금리와 달러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둘째, 생산성이 높아졌거나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변화들이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멀리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낮은 가격으로 큰 거부감 없이 폭넓게 보급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낮은 비용으로 만날 수 있는 기술 변화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재택근무나 혼합근무가 확산되면서, 협업 툴 사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면서 중립금리가 높아지는 영향이 있다.

셋째,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수요가 높아졌다. 미국 의회예산국 (CBO)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3년 GDP의 5.8%에서 2053년에는 GDP의 1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자 비용을 제외한 기초수지 적자 (Primary deficit)는 2023년과 2053년 모두 GDP의 3.3%로 동일하지만, 총 재정수지 적자 (Total deficit)는 이자비용 증가 때문에 급증한다는 추정이다. 즉 이자를 갚기 위한 국채 발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재정지출 중에서 이자를 갚기 위한 지출 비중은 2021년 13%에서, 2026년부터는 52%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초수지 적자 역시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등 사회보장 지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쉽게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쁘면 자금수요가 줄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했다. 그러나 이 경로가 달라졌다. 지금은 민간의 자금수요가 줄어도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가 이를 압도한다. 경기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 그리고 공장설비 등 과거에 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한 투자다. 정부는 더 빌려야 하는데, 중앙은행은 양적긴축 (QT)을 하고 있다. 환헤지 후 미국 국채를 매수하던 일본 등의 매수자금도 이제는 역마진이라 멈췄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사람들이 은퇴하면서 저축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나빠지면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생기는 민간의 자금수요 감소를 정부의 자금수요 증가가 압도할 것이다. 결국 정부 재정이 적자를 내고 있는데,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주지 않고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지금 같은 구조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경제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한다면, 장기국채와 주식은 같은 자산군인 셈이다. 자산배분 효과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만약 중립금리가 더 높아졌다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한다.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이 미국이 집권당에 상관없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투자는 가속되고, AI 기술 적용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높은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한 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 등 앞으로 중립금리를 더 높이는 요인들이 많아 보인다.

통화긴축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추가 인상하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높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이어가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Higher for longer).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더 올리면 금융불안이 높아지고 경제의 특정 부분들이 흔들릴 수 있는데, 팬데믹 대응을 위해 크게 늘려 놓은 대차대조표를 충분히 줄이지 않았고 재정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위기가 오면 대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말 대선을 앞두고 고용시장을 흔들 정도의 통화긴축도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만 연준이 주저하는 과정에서 통화긴축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전보다 높은 성장과 물가, 금리 환경이 펼쳐지는 ‘2020년대 뉴노멀’ (2020s New Normal)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폭발적인 개인 채권투자가 초래한 이상 현상을 활용한 전략
국내에서는 개인들의 폭발적인 채권투자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넘어 기관투자자들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들의 채권투자 순매수는 지난 10년 (2012~2021년) 동안 월평균 2,6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7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월평균 3조 700억원으로 약 12배 급증했다. 특히 2023년 4월에는 월 최대금액인 4조 5,50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2023년 들어서도 월평균 3조 3,500억원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들의 채권투자 수요가 배경한 배경은 세 가지였다. 첫째, 단기 고금리 채권에 대한 만기 보유 수요다. 잔존만기 2년 이내로 금리가 높은 우량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 (카드/캐피탈채)를 매수하여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이다. 둘째, 자본차익을 노린 수요다. 만약 만기 30년 짜리 국채를 매수하여 금리가 1.0%p 하락한다면 투자수익률은 약 20%에 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고채 30년물은 2022년 4분기 중 4.3%대까지 치솟은 후 2023년 1분기 중 3.2%대까지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1~2분기 만에 약 15%의 자본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절세 수요다. 채권투자의 과세는 쿠폰 (표면금리)에 부과된다. 채권금리가 최저점 부근이었던 2019~2021년 상반기에 발행된,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들은 거액자산가들의 절세 아이템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단일종목으로 가장 많은 2조 7,4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2019년 9월에 발행된 20년 만기 국고채 (19-6)는 2023년 8월 25일 현재 만기수익률은 3.83%이지만 표면금리가 1.125%에 불과하다. 은행의 예금금리와 비교한 예금환산수익률은 5.11% (14% 세율 적용 시)에 달한다.

문제는 2023년 들어 개인들의 투자수요가 주로 저쿠폰 장기국채를 매수하여 자본차익을 노리는 수요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와 함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고점이 거의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2024년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환이 가능하다는 예측의 결과다. 그 영향으로 국채시장의 지표물과 비지표물의 금리가 역전되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년 만기 국고채는 1년에 1종목, 30년 만기 국고채는 1년에 2종목이 발행된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국고채를 ‘지표물’이라고 부르고, 그 이전에 발행된 국고채들은 ‘비지표물’이 된다. 장기채권일수록 보험사, 연기금 등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누적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비지표물의 거래량은 줄어든다. 따라서 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유동성이 좋은, 최근에 발행된 지표물은 일반적으로 비지표물보다 비싸다 (금리가 낮다). 2019~2021년에 발행됐던 저쿠폰채권, 즉 비지표물은 지표물보다 만기는 짧으면서 금리는 더 높고 (싸고), 절세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에 만기보유와 절세효과를 노린 개인들이 이를 찾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2023년 들어 자본차익 수요로도 기왕이면 절세효과가 높은 비지표물을 집중적으로 찾다보니 개인 수요에 의해 프리미엄이 붙었고, 비지표물의 금리가 거래가 활발한 지표물보다 낮아지는 이상 현상이 발행했다. 비지표물은 구하기 어렵다보니 약 0.20%p 지표물보다 더 낮은 금리에 비싸게 채권을 매수해야 하며, 향후 자본차익 목적으로 매도할 경우에는 반대로 팔기도 어려워 눈에 보이는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할 위험이 높다. 자본차익 목적의 개인 채권투자자라면 비지표물인 저쿠폰 장기국채보다 이례적으로 가격이 낮아져 있는 지표물 장기국채를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올라선 미국 국채10년 금리
자료: Bloomberg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 (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3.8.28

2024 한국경제대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