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주가 상승에도 강세, ‘장기금리 미스터리’
노동인구의 꾸준한 감소가 장기 성장 전망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
중앙은행들의 노선 변화가 장기금리 하락과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의 하락은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는 수익률 곡선 평탄화(yield curve flattening), 즉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는 경우의 예측력은 더 높아진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미국의 30년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각각 0.42% 포인트, 0.52% 포인트 하락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장기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는 중이다.
그러나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해 대표적 위험 자산인 신흥국 자산 가격도 초강세다.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 통화가치의 성과는 모두 선진국을 앞질렀다. 그렇다고 4월처럼 미국 등 선진국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껏 부풀어 올랐던 버블의 조짐들을 적절하게 빼가면서 한 발 한 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주가가 오르면서 신흥국 주식이 더 상승하는 전형적인 위험 자산 선호가 나타나고 있고 한쪽에서는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초장기 금리가 더 많이 하락하는 전형적인 안전 자산 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을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으로 분류해 보는 시각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과열’과 ‘경계’를 모두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3월 FOMC 이후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기준 금리를 천천히 올리되 균형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 이후부터 그동안 자금 이탈 우려로 소외됐던 자산들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모멘텀과 펀더멘털에 따라 비싸졌던 자산과 싸졌던 자산들 간의 수익률 갭이 좁혀지는 재조정(rebalancing)이 이어지는 중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들의 스탠스가 더 확연하게 달라졌다. 경기 회복에 따른 출구전략 논의로 당장이라도 유동성을 줄이고 기준 금리를 올리는 행동에 나설 것 같던 중앙은행들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비둘기적인 발언을 쏟아 낸다.
Fed는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준 금리를 균형 수준보다 낮게 천천히 지속적으로 올릴 것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동성 공급을 줄이던 유럽중앙은행(ECB)이 환율 방어를 위해 추가 통화 완화를 선언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부동산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최대한 미룰 태세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추가 완화 카드를 아끼는 중이다.
탄탄한 단기 전망이 주가 끌어올려
물론 출구전략을 늦추는 것을 보니 경제가 나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단기 경제 전망은 여전히 탄탄하다. 한때 마이너스 10%가 넘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지난 1분기 마이너스 2%대로 줄어들었다. 작년 3월부터 시행된 시퀘스터, 즉 재정지출 자동 삭감의 영향이다. 이른 재정지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가 이 정도로 양호하게 나온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상당히 탄탄하게 올라오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 전망이 좋으니 주가는 올라간다.
산업 측면에서도 미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비농업 부문 고용은 금융 위기 이전 고점을 99%까지 회복했다. 이 기간 고용 시장을 주도한 산업은 교육과 헬스 케어, 레저, 사업 서비스 등이다. 바로 고령화와 관련된 산업이다. 특히 교육과 헬스 케어는 금융 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건설·제조·금융·부동산 등은 위기 이전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성공적인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경기 회복과 사상 최고치의 주가 상승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올해 내에 양적 완화(QE)를 종료하고 내년 3분기에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2016년 말에는 2%까지 인상한다”는 것이다. 탄탄한 단기 전망을 바탕으로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2016년까지 Fed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나 수준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반면 2017년 이후 혹은 향후 10년 뒤 미국의 장기 경제전망에 대한 눈높이는 이미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전망이 약화되고 있다는 부분은 주로 ‘장기적인 기준 금리’ 전망이다. 2월에 발표된 미 의회예산국(CBO)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15~2016년 3.4%를 정점으로 2017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10년 뒤인 2024년에는 2.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에 따르면 실질 GDP는 2017년쯤에야 잠재 GDP에 근접한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2.0%를 넘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가장 큰 배경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다. 16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에서 취업자와 취업할 의사가 있는 실업자를 합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값을 경제활동참여율이라고 한다. 구직 포기자가 늘어날수록 경제활동참여율은 낮아진다. 미 의회예산국은 경제활동참여율이 2024년까지 기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경제활동참여율 하락은 인구 고령화와 불황에 따른 일자리 감소, 구직 포기자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증가하던 여성 노동 참가율의 정체 ▷오바마 케어 시행에 따른 구직 포기자 증가가 경제활동참여율을 60% 수준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결과 노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경기 회복이 느려질 것이라는 얘기다.
장기 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미래의 기준 금리 전망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미래 시점의 기준 금리 전망을 보면 현재 수준에서도 만기 10년 이상의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는 반면 중기 영역인 3~5년 금리는 아직도 상승 위험이 더 높다. 10년 이상 장기 금리와 중기 영역(3~5년) 간 금리 차이는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적인 노동인구의 감소와 장기 경제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단기와 중기 금리는 상승시키고 장기금리는 낮추고 있다.
한국도 새 경제구조 고민할 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고령화의 진행 속도는 선진국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고 장기 경제 전망의 차원에서 보면 2년째 투자도 고용도 제대로 늘리지 못하고 있다. 공장들은 계속 해외로 이전 중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돈을 벌지만 번 돈을 그곳에서 다시 투자하고 사람을 뽑는다. 국내 투자와 고용, 소비가 늘어나기 쉽지 않은 이유다. 공장이 해외로 이전할수록 내수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내수는 어려워진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채권의 시대가 끝났는지 알았는데, 세계적으로 탄탄한 단기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단기금리와 주가는 상승하지만 장기금리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 즉 장·단기 스프레드가 좁아진다는 의미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2014.5.19
한경비지니스 제964호
아래는 원문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주가상승과 장기금리 하락이 의미하는 것
(2014.5.14)
중앙은행들의 노선 변화가 장기금리 하락과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의 하락은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는 수익률곡선 평탄화(Yield curve flattening)의 경우, 즉 장단기 금리차이가 축소되는 경우의 예측력은 더 높아진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의 30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올해 각각 0.42%p, 0.52%p가 하락했다. 미국 뿐 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장기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는 중이다.
그러나 3월 FOMC를 전후하여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신흥국 자산가격도 초강세다.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 통화가치의 성과는 모두 선진국을 앞질렀다. 그렇다고 4월처럼 미국 등 선진국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껏 부풀러 올랐던 버블의 조짐들을 적절하게 빼가면서 한발한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주가가 오르면서 신흥국주식이 더 상승하는 전형적인 위험자산 선호가 나타나고 있고, 한쪽에서는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초장기 금리가 더 많이 하락하는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으로 분류해서 보는 시각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림] 장기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며 미 국채 장기금리 급락
일차적으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과열과 경계를 모두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3월 FOMC 이후 옐런 연준의장은, “기준금리를 천천히 올리되, 균형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 이후부터 그동안 자금이탈 우려로 소외되었던 자산들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모멘텀과 펀더멘털에 따라 비싸졌던 자산과 싸졌던 자산들간의 수익률 갭이 좁혀지는 재조정(rebalancing)이 이어지는 중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들의 스탠스가 더 확연하게 달라졌다. 경기회복에 따른 출구전략 논의로 당장이라도 유동성을 줄이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행동에 나설 것 같던 중앙은은행들이 달라졌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비둘기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균형수준보다 낮게 천천히 올릴 것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동성 공급을 줄이던 유럽중앙은행(ECB)가 환율방어를 위해 추가 통화완화를 선언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부동산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최대한 미룰 태세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추가 완화 카드를 아끼는 중이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인 통화완화 내지 긴축지연 정책을 펼치면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강세압력은 강화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전망이 약화되면서 극도의 긴장감도 완화되고 있다.
미국경제: 탄탄한 단기전망과 눈높이가 낮아지는 장기전망
물론 출구전략을 늦추는 것을 보니 경제가 나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단기 경제전망은 여전히 탄탄하다. 한 때 -10%가 넘던 미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지난 1분기 -2%대로 줄어들었다. 작년 3월부터 시행된 시퀘스터, 즉 재정지출 자동삭감의 영향이다. 빠른 재정지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가 이 정도로 양호하게 나온다는 것은 미국경제가 상당히 탄탄하게 올라오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전망이 좋으니 주가는 올라간다.
산업 측면에서도 미국은 새로운 성장동력들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99%까지 회복했다. 회복하는 동안 고용시장을 주도한 산업은 교육/헬스케어, 레져, 사업서비스들이다. 고령화와 관련된 산업이다. 특히 교육/헬스케어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건설, 제조, 금융, 부동산 등은 위기 이전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성공적인 산업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경기회복과 사상최고치의 주가상승을 이끌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림] 새로운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미국경제는 견조한 회복세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올해 내에 양적완화(QE)를 종료하고 내년 3분기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서 16년말에는 2%까지 인상한다”는 것이다. 탄탄한 단기 전망을 바탕으로,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2016년까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나 수준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3~5년 중기영역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중이다.
반면, 2017년 이후, 혹은 향후 10년 뒤 미국의 장기 경제전망에 대한 눈높이는 이미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약화되고 있다는 부분은 주로 ‘장기적인 기준금리’ 전망이다. 2월에 발표된 미 의회예산국(CBO)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GDP성장률은 15~16년에 3.4%를 정점으로 17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하여 10년 뒤인 24년에는 2.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실질GDP는 17년경에야 잠재GDP에 근접한다. 식품과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2.0%를 넘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가장 큰 배경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다. 16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에서 취업자와 취업할 의사가 있는 실업자를 합친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를 나타내는 값을 경제활동참여율이라고 한다. 구직포기자가 늘어날수록 경제활동참여율은 낮아진다. 미 의회예산국은 경제활동참가율이 2024년까지 기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까지의 경제활동참여율 하락은 인구 고령화와 불황에 따른 일자리 감소, 그리고 구직포기자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1)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2) 증가하던 여성 노동참가율의 정체, 그리고 3) 오바마케어의 시행에 따른 구직포기자 증가가 경제활동참가율을 60% 수준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결과 노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경기회복이 느려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가 배경
장기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미래의 기준금리 전망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미래 시점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면, 현재 수준에서도 만기 10년 이상의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는 반면, 중기영역인 3~5년 금리는 아직도 상승 위험이 더 높다. 10년 이상 장기금리와 중기영역(3~5년)간 금리차이는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적인 노동인구의 감소와 장기 경제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단기와 중기금리는 상승시키고 장기금리는 낮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고령화의 진행 속도는 선진국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고, 장기 경제전망의 차원에서 보면 2년째 투자도, 고용도 제대로 늘리지 못하고 있다. 공장들은 계속 해외로 이전 중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돈을 벌지만, 번 돈을 그곳에서 다시 투자하고 사람을 뽑는다. 국내 투자와 고용, 소비는 늘어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공장이 해외로 이전할수록 내수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내수는 어려워진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채권의 시대가 끝났는 줄 알았는데, 전세계적으로 탄탄한 단기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단기금리와 주가는 상승하지만, 장기금리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익률곡선 평탄화, 즉 장단기 스프레드가 좁아진다는 의미다. 그동안 채권투자 포지션을 대부분 비워놨기 때문에 숏커버에 나설 때의 금리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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