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Club] 균형맞추기: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갭 메우기는 일단락
자산선택에서 자산배분으로...
글로벌 자산배분전략이 화두다. 국내시장의 기대수익률과 변동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해외투자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막상 여러 자산들로 구성된 자산배분전략을 제시하면, “그래서 지금 그 중에 뭘 사면 됩니까”라고 묻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투자선호도가 높게 제시되었던 선진국주식은 자연스럽게 매수신호로 받아들였고, 선호도가 낮은 채권과 신흥국 자산, 슈퍼사이클이 끝난 원자재는 아예 투자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최근 몇 년 간은 투자 대상을 찍어주는 ‘자산선택’이 각광받았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대부분의 자산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자산간 상관관계가 높아졌고, 양적완화 축소 논쟁 이후에는 주식과 선진국이 명백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식과 채권 중에서 매수 시그널이 나오는 쪽으로 투자자금을 전량 갈아타는 전략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나타난 성과는 자산전략의 흐름이 달라져야 함을 보여준다. 수년간 익숙해진 `자산선택`으로부터 재미는 없지만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과를 내는 `자산배분`으로 전략을 이동해야 할 시점이다. 선진국 주식도 수익률이 좋았지만 비관적이었던 채권이 훨씬 더 좋았고, 기대하지도 않던 리츠와 원자재 성과는 탁월했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는 오히려 신흥국의 약진이 돋보이기도 했다.
<그림 1> 올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체투자와 채권(연초 이후 수익률)
자료: Bloomberg, 하나대투증권
자산배분 전략은 선호도가 낮은 자산을 일정비율 담고 가는 것이 묘미다.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인 2%대 중반으로 하락하면서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은 롱숏펀드와 인컴형 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낮아진 금리는 브라질 국채처럼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균형맞추기: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갭 메우기는 일단락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의 과열과 경계를 모두 원치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인 자산배분은 경기순환이 가장 중요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적정가치에서 많이 벗어난 자산들에 대한 재조정(Rebalancing)도 필수다.
3월 FOMC 이후 그동안 소외되었던 신흥국주식이 급반등하며 선진국과의 수익률 갭이 좁혀졌다. 선진국 경제는 좋지만 주가는 그보다 더 많이 올라 부담스러웠던 반면 신흥국 자산은 부진한 펀더멘털을 감안하더라도 적정가치보다 더 많이 하락해 있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경제가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자산배분 차원에서 지나치게 비워뒀던 신흥국 자산을 일부 채워갈 필요가 있었다.
신흥국 주식과 통화가치는 모두 2011년 이후 장기 저항선에 바짝 다가섰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펀더멘털이 아닌 적정가치의 갭 메우기는 이제 8부 능선을 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수준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펀더멘털의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조짐은 별로 없다.
확인할 것은 두가지다. 첫째 미국 등 선진국주식이 고평가 논란을 넘어 다시 상승할 수 있을지. 둘째 그렇다면 이번에도 신흥국과 국내 자산이 소외되며 선진국만 갈 것인지의 여부다.
첫째, 미국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기업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좋지만 주식이 비싸다고 인식했던 이유는 양호한 경제상황이 아직 소비와 판매로, 즉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고용에 이어 소매판매 등 주요지표들이 다시 예상치를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기대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옐런 연준의장은 설령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천천히 올릴 것이며, 장기적으로 균형수준보다 낮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다. 소비와 기업이익 증가를 확신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둘째, 이제는 신흥국도 동반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에 선행하는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소폭 반등을 시작했다. 신흥국의 기업이익 전망치 하향세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소비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는 국면이니만큼 신흥국도 최근 몇 년간에 비해서는 선진국 경기회복의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산배분 전략 차원에서 보면, 연초에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불구하고 채권과 원자재가 수익률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4월부터는 그동안 기대하지 않았던 신흥국 자산이 수익률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갭 메우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부터는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과 채권을 균형잡힌 비율로 함께 가져갈 필요가 있다. 주식 중 선진국은 기업이익 전망치 상향 재개를, 신흥국은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채권은 자금수요가 높지 않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림 2>. 신흥국/선진국 경제의 상대지수는 소폭 반등
자료: Bloomberg, 하나대투증권
2014년 5월
하나대투 Gold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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