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끼리’와 ‘삼바 경제’의 엇갈린 운명

bondstone 2015. 9. 10. 12:30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코끼리’와 ‘삼바 경제’의 엇갈린 운명

 



브라질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10년 국채 금리는 어느새 14%를 훌쩍 넘어섰고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2002년의 고점을 넘어 달러당 3.8헤알까지 상승했다. 브라질 주식시장은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9월 정책 금리를 동결(14.25%)했다. 지난해 10월부터 7차례 연속 인상 후 첫 동결이다. 금리 인상이 헤알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금융시장 불안의 배경은 더딘 재정 개혁과 부진한 경기 흐름이다. 브라질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초 재정수지 목표는 연초 1.2%에서 0.15%로 낮아졌고 GDP 성장률 컨센서스는 연초 0.5%에서 마이너스 1.8%까지 하향 조정됐다. 정책 변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과 소득 감소를 초래했다. 이는 정부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지며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 개혁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가 신용 등급 강등 우려는 결국 현실화됐다. 국제 신용 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9월 9일 브라질의 국가 신용 등급을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했다. 6년 만에 투기 등급 재진입이다. 등급 강등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개혁의 핵심인 조아킹 레비 재무장관의 거취와 관련한 루머들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적자 편성(GDP 대비 -0.5%)했기 때문이다.


실물 지표도 부진하다. 8월 말 발표된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2.6%, 4분기 누적 기준 마이너스 1.2%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 갔다. 가계 소비는 위축됐고 투자는 감소했다. 내부적으로는 재정 개혁과 실물 지표 부진의 영향으로,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브라질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면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국가 신용 투기 등급 ‘추락’

반면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 금융시장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이다. 8월 이후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와 신흥국 통화가치가 각각 마이너스 11.0%, 마이너스 4.9% 급락했지만 인도 루피화는 3.5% 하락에 그쳤다.


작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제조업 육성을 앞세운 경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실물 지표의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는 것은 정책 진행 속도의 문제다.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정책들이 상원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이러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성은 여전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중국과 달리 세계 최대 인구의 민주주의 국가다. 5년 임기의 총선을 통해 선출되는 하원 의원들은 모디 총리와 함께 교체됐지만 6년 임기로 2년마다 3분의 1씩 교체되는 상원은 아직 이전 집권당의 의석 수가 더 많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과 평가를 감안할 때 상원의 구성 비율 역시 점진적으로 바뀌면서 개혁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프라 구축, 제도 정비 등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가시적인 실물 지표 개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의 세부 내용을 통해서도 실물경제가 방향성을 잘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간 소비 부진이 성장률 하락을 이끌었지만 정부 지출과 투자는 증가했다. 모디 정권의 중점 과제인 제조업 육성의 인프라 구축과 투자 촉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느리지만 정책에 의한 성장 경로는 유효하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이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던 기존 방침에서 선회 중이다.


일반적으로 신흥국은 성숙하지 못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성장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라질과 인도 모두 정부 정책이 향후 장기적인 성장에 매우 중요한 핵심 요인이 된다. 하지만 양국의 대내외 상황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브라질은 물가 안정과 재정 개혁 정책에, 인도는 안정적 경제 기반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흐름이 브릭스(BRICs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묶여 있던 양국 정부의 정책 진행을 완전히 갈라 놓았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은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고 경상적자는 헤알화 약세로 연결되며 재정 개혁과 긴축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반면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유가 하락이 경상수지 개선과 비용 감소, 물가 안정 등으로 연결되면서 모디 정권의 경제개혁에 정책 금리 인하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신흥국 투자, 턴어라운드 확인 후 나서야

정치적 입지도 확연히 다르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박빙의 승부 끝에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지 기반은 크게 약화됐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반면 작년 5월 야당 후보로 출마한 모디 총리는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주지사 시절의 높은 성과와 여론의 기대를 바탕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낸 낸 만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상당하다.


지난 몇 년간 브라질 국채 투자를 경험하면서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국채 투자의 콘셉트는 분명해졌다. 물론 포트폴리오 분산과 세제 혜택 차원에서 만기 보유의 개념으로 자산의 일부를 브라질·인도 등 신흥국 국채에 투자하는 콘셉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시가 평가되는 환차손에 민감하거나 단기 매매를 위한 거래의 경우 신흥국 국채 투자는 해당 지역 혹은 국가의 턴어라운드, 즉 펀더멘털 개선을 완전히 확인한 이후 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상수지나 재정수지의 나빠지는 추세가 최소한 확실히 멈추는 시그널을 확인해야 한다.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이러한 조짐들은 관찰되지 않는다.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이었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고 막대한 원유를 수입하던 미국이 오히려 원유 수출을 검토 중이다. 원유 등 원자재를 생산하는 신흥국들의 턴어라운드가 더 혹독해지고 있다.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의 일환이다.


펀더멘털 개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재 14%대인 브라질 국채 금리가 설령 8%대로 급락하거나 엄청난 환차익 기회를 놓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 투자는 쉽게 샀다 팔았다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주식처럼 바닥권에 근접했다 싶을 때 진입해선 안 된다. 투자자가 원하고 싶을 때 원하는 가격에 팔고 빠져 나올 수 있는, 즉 거래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차익 수십 %, 혹은 금리 하락분 몇 %를 놓친다고 하더라도 환차손의 위험이 최대한 제거된 이후 진입해 14%보다 낮더라도 안정적인 고금리를 수취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


한경비지니스 1033호

2015.9.23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2&nkey=2015091501033000361&mode=sub_view


아래는 원문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인도와 브라질의 엇갈린 명암

(2015.9.10)


브라질: 재정개혁 지연과 경기 부진, 악순환의 고리

브라질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10년 국채금리는 어느새 14%를 훌쩍 넘어섰고,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2002년의 고점을 넘어 3.8헤알까지 상승했다. 브라질 주식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9월 정책금리를 동결(14.25%)했다. 지난해 10월부터 7차례 연속 인상 후 첫 동결이다. 금리인상이 헤알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7월 물가는 전년동기대비 9.6% 급등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중앙은행의 운신의 폭은 좁아진 상황이다.


금융 시장 불안의 배경은 더딘 재정개혁과 부진한 경기흐름이다. 브라질 정부의 GDP 대비 기초재정수지 목표는 연초 1.2%에서 0.15%로 낮아졌고, GDP성장률 컨센서스는 연초 0.5%에서 -1.8%까지 하향 조정되었다. 정책 변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과 소득감소를 초래했고, 이는 정부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지며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개혁 관련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결국 현실화되었다.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S&P는 9월9일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하였다 (6년만에 투기등급 재진입). 7월말 국가신용등급 전망(outlook)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춘 지 한달 만이다. 개혁의 핵심인 레비 재무장관의 거취와 관련한 루머들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7월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었고,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적자 편성(GDP 대비 -0.5%)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등급 강등의 배경이 되었다.


실물지표도 부진하다. 8월말 발표된 2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2.6%, 4분기 누적 기준 -1.2%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가계소비는 위축되었고 투자는 감소했다. 재정개혁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출 감소폭은 더디기만 하다. 내부적으로는 재정개혁과 실물지표 부진의 영향으로,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브라질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면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국채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림. 브라질 중앙은행, 7차례 연속 금리인상 후 동결 결정

자료: Bloomberg, 하나금융투자



인도: 한걸음씩 내딛는 코끼리, 느린 성장 속도보다 방향성에 주목

반면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 금융시장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이다. 8월 이후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와 신흥국 통화가치가 각각 -11.0%, -4.9% 급락했지만 인도 루피는 3.5% 하락에 그쳤다.


작년 5월 취임한 모디 총리는 제조업 육성을 앞세운 경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실물지표의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는 것은 정책 진행 속도의 문제다.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정책들이 상원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이러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성은 여전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중국과 달리 세계 최대 인구의 민주주의 국가다. 5년 임기의 총선을 통해 선출되는 하원 의원들은 모디 총리와 함께 교체 되었지만, 6년 임기로 2년마다 3분의 1씩 교체되는 상원의 경우 아직 이전 집권당의 의석수가 더 많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과 평가를 감안할 때 상원의 구성 비율 역시 점진적으로 바뀌면서 개혁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인프라 구축, 제도 정비 등이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가시적인 실물지표 개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타날 것이다. 


성장률의 세부 내용을 통해서도, 실물경제가 방향성을 잘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간소비 부진이 성장률 하락을 이끌었지만 정부지출과 투자는 증가했다. 모디 정권의 중점 과제인 제조업 육성의 인프라 구축과 투자촉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느리지만 정책에 의한 성장 경로는 유효하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이다.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 중이다.


그림. 서로 다른 브라질과 인도의 정책금리 방향성

자료: Bloomberg, 하나금융투자


양국의 명암과 신흥국 국채 투자의 경험

일반적으로 신흥국은 성숙하지 못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성장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라질과 인도 모두 정부 정책이 향후 장기적인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핵심요인이 된다. 그러나 양국의 대내외 상황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브라질은 물가안정과 재정개혁 정책에, 인도는 안정적 경제기반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 정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흐름이 브릭스(BRICS)로 묶여있던 양국 정부의 정책 진행을 완전히 갈라 놓았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은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고, 경상적자는 헤알화 약세로 연결되며 재정개혁과 긴축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반면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유가 하락이 경상수지 개선과 비용 감소, 물가 안정 등으로 연결되면서, 모디 정권의 경제개혁에 정책금리 인하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그림. 같은 방향성을 보이는 루피/헤알 환율과 원자재 가격

자료: Bloomberg, 하나금융투자


정치적 입지도 확연히 다르다.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박빙의 승부 끝에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지 기반은 크게 약화되었다. 지지율은 한자리 수로 추락했다. 반면 작년 5월 야당 후보로 출마한 모디 총리는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주지사 시절의 높은 성과와 여론의 기대를 바탕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낸 만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상당하다.


지난 몇년간 브라질 국채투자를 경험하면서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국채투자의 컨셉은 분명해졌다. 물론 포트폴리오 분산과 세제혜택 차원에서, 만기보유의 개념으로 자산의 일부를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 국채에 투자하는 컨셉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시가평가되는 환차손에 민감하거나, 단기매매를 위한 거래의 경우 신흥국 국채 투자는 해당 지역 혹은 국가의 턴 어라운드, 즉 펀더멘털 개선을 완전히 확인한 이후 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상수지나 재정수지의 나빠지는 추세가 최소한 확실히 멈추는 시그널을 확인해야 한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이러한 조짐들은 관찰되지 않는다.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이었던 중국경제가 흔들리고 있고, 막대한 원유를 수입하던 미국이 오히려 원유수출을 검토 중이다. 원유 등 원자재를 생산하는 신흥국들의 턴 어라운드가 더 혹독해지고 있다. 이른 바 뉴 노멀(New Normal)의 일환이다. 


펀더멘털 개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재 14%대인 브라질 국채금리가 설령 8%대로 급락하거나 엄청난 환차익 기회를 놓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브라질 국채 투자는 쉽게 샀다 팔았다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주식처럼 바닥권에 근접했다 싶을 때 진입해선 안된다. 투자자가 원하고 싶을 때 원하는 가격에 팔고 빠져 나올 수 있는, 즉 거래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차익 수십 퍼센트, 혹은 금리하락분 몇 퍼센트를 놓친다 하더라도, 환차손의 위험이 최대한 제거된 이후 진입하여 14%보다 낮더라도 안정적인 고금리를 수취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