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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변화: 정점에 다가선 미국, 하방위험이 높아진 중국

bondstone 2015. 8. 26. 08:30

G2의 변화: 정점에 다가선 미국, 하방위험이 높아진 중국

(2015.8.26)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의 배경, G2의 리스크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선진국 주식은 연중 고점 대비 12%가 넘게 하락했고, 신흥국은 21%가 넘는 폭락세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배경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2016년 정점을 앞둔 미국경제의 가속도 완화와,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믿었던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그리고 G2 양국이 대응할 만한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불안감의 원인이다.


미국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2016년 정점을 앞두고 기울기는 점점 더 완만해지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0%를 정점으로 2015년 7월 5.3%까지 6년째 하락하며 완전고용 하의 자연실업률인 5.2%에 바짝 다가섰다. 자연실업률 아래로 하락은 가능하지만 이는 오버슈팅을 의미한다. 오버슈팅 이후 미국경제는 경험적으로 침체에 빠졌다.


과거 같으면 금리인상 싸이클을 멈추거나,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9월 FOMC에서 금리인상을 미룬다면 금융시장은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연준의 자신감 상실을 반영할 것이며, 거꾸로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오버슈팅은 막겠지만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는 제동이 걸릴 것이다. 결국 미국경제가 6년여 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정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중국경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서방 자본주의와 다른 중국정부의 강한 통제력과 경기부양책은 중국경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상해종합지수의 급등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당국의 통제력은 기대 이하였다. 그 과정에서 빡빡한 단기자금사정과 그림자금융을 비롯한 민간신용의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재정지출 기대가 높다. 단기반등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직후 대규모 재정지출의 후유증으로 과잉투자와 재고 문제가 남아있는 중국당국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주는 시사점

중국과 한국경제가 겪는 위기는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2012년 이후 3년 반 동안 교역가중치와 물가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이 가장 많이 절상된 국가는 중국(21%)이며 2위는 한국(16%)이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은 34%가 오히려 절하되었다. 중국과 한국은 과다부채와 고령화 진전으로 이미 구조적인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산업들의 구조조정도 느리다. 그나마 수출로 버텨주고 있었지만, 2분기 기업실적을 통해 이제는 가격경쟁력마저 상실되었다는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국의 정부부문은 외환보유고와 재정건전성, 경상흑자 등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민간부문은 기업이익 급감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는 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민간부채의 증가속도도 여타국가들보다 상당히 빠르다. 신흥국 중에서 경제규모 대비 민간부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러시아 다음으로 중국과 한국이 나란히 2, 3위다. 부채가 많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도 약하다.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완화(QE)가 계속되고 있고, 미국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이후 속도를 천천히 할 것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유동성 공급이 여전하고,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데 왜 글로벌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될까.


첫째, 위안화 절하까지 단행해야 할 만큼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글로벌경제의 총수요는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결국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여타 국가의 내수를 빼앗아오려는 경쟁, ‘환율전쟁’이 시작된 배경이다. 그나마 미국처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양적완화는 전세계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는 고시환율의 변경에 불과하다. 제한된 총수요를 서로 차지하려는 중국발 가격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 연초 엔화약세에 힘입은 일본기업들이 단가인하에 나섰고, 위안화 평가 절하 직후 중국 철강업체들 역시 단가인하를 시작했다.


둘째, 수출에 대한 가격경쟁 심화는 주변국가들의 경쟁적 통화절하로 확산될 위험이 높다. 2010년 이후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은 무려 30%가 절상되었다. 중국인민은행은 향후 고시환율 결정에 시장호가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가겠지만 누적된 위안화 강세폭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절하될 것이다. 외국인의 자본유출을 메우기 위한 지준율 인하도 동반될 것이다.


셋째, 위안화 평가절하는 원자재가격 하락과 함께 글로벌 디플레 압력을 강화시킨다. 중국산 제품들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교역상대국들의 수입물가가 대폭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의 구매력 감소는 원자재 가격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디플레 압력을 탈피하기 위한 환율전쟁은 강화된다. 중국은 지준율을 인하했고, ECB는 국채매입의 연장 혹은 강화를 시사하게 될 것이다. 미국 역시 금리인상을 더 완만하게 가져갈 수 있다. 경쟁적 유동성 공급이 다시 한번 순서가 돌아오면 단기적으로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넷째, 미국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신흥국통화 약세에 따른 신흥국의 신용위험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특히 원자재를 생산하면서 달러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신흥국의 위험이 높아진다. 신흥국과 아세안4개국의 통화가치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넘어서며 폭락 중이다.


최근 3개월 간 가파른 원화약세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아직 멀다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6~7년에 걸쳐 실질실효환율이 약 15~20%가 절상되면서 재정위기를 겪었다. 중국과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이 2012년 이후 각각 21%, 16%가 절상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양국은 적어도 남유럽이 겪었던 충격을 3년 반 만에 겪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변동환율제를 사용하고 있는 원화는 4월말 1,068원을 저점으로 약 9% 절하되며 충격을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달러에 연동된 거의 고정환율제를 사용하고 있는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은 누적되고 있던 터였다.


최근 3개월 동안 원화가치는 달러 대비 7.9%나 절하되며 달러를 제외한 주요 24개 통화 중 원자재 생산국들에 이어 6번째로 약했다. 주요 24개 통화의 평균(-5.8%) 대비로는 약 2.1%포인트가 더 약해졌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급격한 원화약세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갈 길이 아직 멀다. 시야를 넓혀서 버냉키 쇼크 이후 2년간 원화가치는 달러 대비 5.9% 하락했지만 주요 24개 통화가치는 평균 18.0% 급락하며 약 12.1%포인트의 간극이 벌어져 있다.


그림. 최근 가파른 원화약세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아직 멀다

자료: Bloomberg, 하나대투증권



원화약세 용인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원화약세의 용인 외에 당국이 대응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IMF는 대한민국의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감안할 때 원화가치가 5~13%나 저평가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가져다 줄 한국경제의 위협과 충격, 그리고 원화약세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듯 하다.


환율전쟁에서 뒤쳐진 부정적 영향이 내수와 수출부진, 그리고 기업실적 악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당한 원화강세가 수년간 누적된 결과다. 자칫하면 신용위험으로 확산될 위험도 존재한다. 최근 3개월 동안의 빠른 원화약세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원화강세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환율이 움직인 뒤에 일정 기간이 지나야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는 J-커브 효과까지 고려하면 원화의 가격경쟁력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 수 있다.


더구나 미국경제는 2016년 정점을 앞두고 가속도가 눈에 띄게 약해지는 모습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매파적일수록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는 감속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그 시기 동안 어려운 환경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하반기 중 달러-원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설 것이다. 한국은행은 4분기 중 성장률 하향조정과 함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며, 국고10년 금리는 2.10%까지 하락할 것이다. 단기급락한 코스피는 기술적반등이 예상되지만 이익증가율을 감안한 상단이 2,140pt라는 점을 감안하면 2,100pt 부근에서는 매도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단이 낮아질 코스피는 올라갈 때마다 비중을 줄여나갈 것을 권고한다. 6년 동안 우상향했던 글로벌 경제가 내리막을 앞두고 있다. 너무 비관적일 필요도 없겠지만 어설픈 낙관은 금물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 3771-7509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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