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0년 글로벌 자산배분전략

bondstone 2019. 11. 21. 19:42

[Wealth Management] 2020년 글로벌 자산배분전략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과도한 경기침체의 공포가 주는 기회

2019년에는 주로 미국주식 (비중 확대)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의 비중 축소와 장기채 비중 확대 전략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 이후 KB증권은 미국에 이어 글로벌 주식의 투자선호도를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하고 (한국, 유로존 상향), 채권은 중립으로 하향조정한 대폭 변화된 자산배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의 예상처럼 2020년에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는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경제는 침체가 아닌 둔화에 그칠 것이며, 2018년 4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는 단기순환주기의 저점은 2020년 1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중 무역분쟁은 최악의 국면을 지났고, 제조업 경기와 투자는 저점을 다지고 있다. 미국의 투자사이클과 IT 업황 등을 고려할 때 이익회복은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이 이끌 것이다. 연준 (Fed)은 2019년 총 75bp의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2020년에는 2019년 금리인하 효과에 상응하는 대차대조표 확대 등을 통해 미국경제를 지탱할 것이다. 금융환경 완화와 달러강세 진정은 브라질, 러시아 등 인플레 부담이 낮은 신흥국들에게 우호적이다. 예상과 달리 미중 무역분쟁이 일시적으로 격화되더라도 독일 등 주요국의 재정확대가 경기 하단을 지지할 것이다. 장기 (1년) 투자선호도를 기준으로 미국과 유로존, 한국주식과 함께 신흥국 국채의 비중 확대를 유지하고, 선진국과 한국국채의 비중을 중립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와 연준의 통화완화정책, 그리고 주요국의 재정확대 논의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8~9월 중 극도에 달했던 글로벌 경기침체의 공포가 역설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요국 정책당국자들을 움직인 영향이다.


첫째, 미중 양국 모두 정치적으로 펀더멘털 약화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면서 무역분쟁도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탄핵추진과 지지율 하락에 쫒기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강경모드는 지속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러스트벨트와 팜벨트 지역의 지지율이 무역분쟁의 후유증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역협상은 여전히 삐걱거림을 반복하겠지만 트럼프의 오판에 따른 경기침체의 하단이 설정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둘째, 연준 (Fed)은 2019년 8월 이후 총 75bp의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2020년에는 올해 금리인하 효과에 상응하는 대차대조표 확대 등을 통해 미국경제를 지탱할 것이다. 예고된 대차대조표 확대 규모는 최대 5,900억 달러로 2차 양적완화 (QE2) 규모인 6,000억 달러에 맞먹는다. 누적된 통화완화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낮은 인플레 압력이 연준의 통화완화 기조를 지지할 것이다.


셋째,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주요국의 재정확대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한국과 인디아, 스웨덴의 재정지출 또는 법인세 인하가 확정되었고, 독일에서는 공공투자기관들의 저금리 채권발행을 활용한 약 500억 유로 규모 (약 66조원, GDP의 1.4%)의 인프라 및 기후관련 투자가 논의 중이다. 독일은 GDP의 약 1.1% 수준인 재정 ‘흑자’를 ‘균형’ 수준까지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최근 경기침체 공포 완화로 추진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으나, 주요국의 동시다발적인 재정지출 확대 논의는 경기침체의 위험을 크게 낮춰주는 동시에 주가와 장기금리의 상단을 높이는 요인이다.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두 차례 기회, 단기 투자선호도 하향조정

2020년 중 두 차례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rebalancing)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가라앉았던 경기침체 논쟁은 8월 이후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2020년 1분기를 전후하여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성장률은 미국이 1% 안팎으로 낮아지고 중국은 5%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1분기에는 미국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위원이 민주당 경선을 통해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각되면서 그동안 미국증시를 이끌었던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주들이 반독점법 우려로 흔들릴 위험도 있다.


극심했던 경기침체의 공포는 잠잠해졌고, 오히려 가파른 주가상승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FOMO (fear of Missing Out)’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8월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0.75%까지 반영했던 국내 채권금리도 빠르게 되돌려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곧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Turn around)은 아닌지,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인상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를 묻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 다만, 쏠림에 의한 반작용이 주도하는 최근의 금융시장 흐름은 다소 불안정해 보인다. 변동성 확대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가격상승의 재료들은 대부분 반영되었다고 판단한여 미국 등 선진시장 주식의 단기 (3개월) 투자선호도를 비중축소로 하향조정한다 (4→3). 펀더멘털과 무역분쟁의 개선은 여전히 느릴 것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2020년 1분기까지의 시기를 활용한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한국의 장기금리는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반등하며 2020년 상반기까지의 금리상단으로 제시한 국고10년 1.90% 수준에 도달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모두 소멸된 만큼 단기 (3개월) 투자선호도를 중립으로 상향조정한다 (3→4). 상반기까지 경기침체 논쟁과 함께 의미있는 반락을 예상한다.


둘째, 미국과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으로 상반기 중 저점을 형성하고 하반기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을 전망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2020년 2~3분기에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공포에서 벗어나면서 턴어라운드에 대한 낙관론이 한껏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마침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다. 레버리지 확대 등 활발한 수익률 추구로 주가와 장기금리가 오버슈팅할 위험이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지난 8~9월의 경기침체 공포가 과도했듯이 당분간 ‘턴어라운드’를 논할 만큼의 강한 낙관론을 충족시키기도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무거운 부채가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고 있고, 중국은 과잉공급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디레버리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반등 이후에도 미국경제는 잠재성장 수준을 회복한 뒤 여전히 밋밋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2~3분기 중에는 과도한 낙관론에 의한 단기과열이 또다른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잠재적 위험요인들 (Potential Risk)

미국경제가 경기확장기 후반부 (Late Cycle)를 지나고 있다는 인식으로, 경제주체들은 둔화되는 경제지표에서 곧 다가올 경기침체를 떠올리곤 한다. 여기서 ‘경기침체’라 함은 주요 주가지수가 약 30~50% 폭락하는 금융위기급 침체를 말한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현재 구조의 경기사이클에서는 다음 금융위기의 힌트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미래의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경제주체들은 부채를 이용해 공장을 짓고, 생산을 통해 재고를 쌓는다. 이후 어떤 이유에서든지 누적된 재고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할 때 경제는 침체에 빠진다. 신용 사이클 (Credit Cycle)이 중요한 이유다. 역사적으로 금융위기급 침체를 유발했던 부채는 선진국의 민간부채 (2000년, 2008년)와 신흥국의 대외부채 (외채, 1997년) 였다. 그러나 이들은 규제 또는 학습에 의해 과거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에서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위기의 확산 가능성이 차단되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성장이 더뎠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 증가와 성장은 주로 선진국의 정부부채와 신흥국의 자국통화표시 부채에 의존해 왔다. 선진국의 정부부채는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스왑으로 연결된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 매입해왔고, 현대통화이론 (MMT)으로까지 진화되는 중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중국의 기업부채 같은 신흥국의 자국통화표시 부채는 금리가 상승해야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지만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의미있는 금리상승이 어려운 구조로 변했다. 신흥국들은 자국통화표시 부채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소비가 제약되고 성장은 더욱 위축되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져있다. 그러나 아직은 정부와 은행의 건전성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 금융위기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경기침체와 마찬가지로 성장도 대단히 제한된 환경에서, 글로벌 경제가 2020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회복된다면, 경제주체들은 레버리지를 사용하거나 비유동성 자산 투자로 위험 (적절한 가격으로, 원하는 시점에 빠져 나오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며 수익률 추구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관점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투자대상은 세가지다. 1) CLO (대출채권담보부증권)처럼 기초자산이 투기등급 대출 (레버리지론) 등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기업의 양극화로 담보력과 재무상황이 약화되고 있는 투기등급 하위기업들의 위험은 대부분 은행에서 연기금, 보험사 등 투자자에게 이전된 상황이다. 2) 환 헷지 프리미엄에 의해 주도되는 일부 중소형 기관들의 유럽부동산 투자다. 투자 규모가 아직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최근 3년 간 한국투자자의 유럽부동산 투자는 미국의 2.2배로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국투자자는 2019년 전체 유럽 부동산 투자의 12%를 차지했다. 만기가 있는 펀드 또는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형 기관들의 환매 (유동성) 위험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3) 기초자산의 유동성이 떨어지는 일부 ETF와 패시브상품으로의 쏠림 현상도 종종 거론된다.


(그림1) 2000년대 이후 평균성장률과 마이너스 성장의 빈도 

자료: Bloomberg, KB증권


(그림2) 주요국 GDP 대비 재정수지 추이 

자료: IMF, KB증권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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