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도한 경기침체의 공포가 주는 기회

bondstone 2019. 10. 22. 18:44

[Wealth Management] 과도한 경기침체의 공포가 주는 기회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글로벌 경제, 침체에 빠질 것인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다시 부각되는 중이다. 2019년 내내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공급망의 차질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10월에는 미국경기에 선행하는 미국의 9월 ISM제조업지수가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한 데 이어, 연이어 발표된 ISM서비스업지수마저 예상을 하회하면서 미국경제의 제조업 부진이 드디어 견조하던 서비스업까지 전염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을 반영하기 시작한 만큼, 2018년 4분기 정점 이후 미국경제의 단기저점으로 예상되는 2020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경기침체 논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경제는 침체가 아닌 둔화 또는 2016년 수준의 감속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은 여차하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준비를 하고 있고, 비관론이 확산될수록 독일 등 주요국들의 재정확대는 가시화될 것이다. 미중 양국 모두 펀더멘털이 대폭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이를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중 무역분쟁도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의 경제학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가 성장하던 인플레와 확대균형의 시대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인류가 맞이해야 할 인구감소의 시대는 역성장과 디플레에 익숙해져야 하는 축소균형의 시대다. 그러나 축소균형의 시대가 무조건 불행한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1인당 GDP가 성장하더라도 그보다 인구 감소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1인당 GDP에 인구를 곱한 전체 GDP는 감소한다. 경제규모와 ‘국력’은 축소되더라도 1인당 GDP가 성장하는 한 개인의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자사주 매입에 따른 발행주식수 축소와 배당확대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축소균형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서는 경기침체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마이너스 성장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2000년대 이후 전기비 평균성장률이 0.2~0.3%에 머물렀던 유로존은 지난 20년간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기간이 27%에 달했다. 제로금리는 곧 마이너스 성장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곧 주가가 30~50% 폭락하는 ‘금융위기급 침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림1)


주가와 장기금리가 경기둔화를 넘어 침체를 반영하며 적정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한 되돌림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 (rebalancing)할 기회가 주어진다. 여전히 경기침체 우려가 화두인 2020년도 예외는 아니다.


자산배분전략: 과도한 경기침체 공포가 주는 기회

첫째,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면서 글로벌 증시와 장기금리의 하단이 견고해졌다. 지지율 하락에 다급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추가관세 인상을 유보했고, 대중 강경파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해임되었다. 무엇보다 최종재 비중이 72%에 달하는 대중 수입품 나머지 3,000억 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 단계부터는 트럼프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점이 간파되었다. 중국도 6.0% 성장이 위협받을 정도로 성장둔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무역협상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 중이다. 미중 양국은 11월 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예고하며 다시 무역협상 합의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미중 무역협상은 여전히 삐걱거림을 반복하겠지만 트럼프의 오판에 의한 경기침체 공포는 약해졌다. 부정적 이벤트의 하단이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의 대중 수입품 추가 관세가 유보되거나 되돌려지는 단계는 초기 2,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25%까지로 판단한다. 그 단계까지는 미국보다 중국경제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다만, 하단이 설정되었다고 해서 경제전망의 경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중 양국의 펀더멘털 차별화는 지속될 것이다. 2020년 미국의 GDP 성장률은 1.7%로 잠재성장을 소폭 하회하며 감속되지만, 2020년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된다. 반면 중국의 2020년 성장률은 처음으로 6%를 하회하는 5.7%로 전망되며 둔화속도도 더 가팔라질 것이다.


둘째, 주요국의 재정확대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증시와 장기금리의 상단이 높아지거나 변곡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1) 8월 중순 이후 독일에서는 공공투자기관들의 저금리 채권발행을 활용한 인프라 및 기후 관련 투자 논의가 급부상했고, 500억 유로 규모 (약 66조원, GDP의 1.4%)가 거론되는 중이다. 2) 네덜란드는 9월 17일 30억 유로 (GDP의 0.4%)의 가계 감세와 500억 유로의 인프라 및 친환경 투자기금 설립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3) 2018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4.2%에 달해 재정투입 여력이 제한적인 중국은 내년의 특수채 발행한도를 앞당겨 인프라 투자 사업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4)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미국도 2020년 중 중산층을 위한 ‘감세 2.0’을 논의 중이다. 5) 한국정부도 오랜 재정흑자 기조를 깨고 8월 말 이례적으로 2019년 대비 26조원 (GDP의 1.3%) 증가한 60조원의 적자국채 발행과 2020년 이후 재정적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6) 인디아는 9월 20일 중앙은행의 정부 이전 자금을 활용한 1.45조 루피 (약 24조원, GDP의 0.8%)에 달하는 법인세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국들의 동시다발적인 재정지출 확대 논의는 향후 전개되는 강도에 따라 2020년의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림2)


셋째, 연준 (Fed)의 기조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다. 이는 규범적인 연준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연준은 매파적이기보다 “위험요인이 인지되면 언제든 인하할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1분기까지는 감속성장의 막바지로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며 경기침체 논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1분기까지 1~2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과도한 부채, 대출, 소비, 투자, 재고 등이 여전히 쌓여있지 않은 미국경제는 침체가 아닌 2016년 수준의 둔화에 그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침체 공포가 완화되고 규범적 연준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금리인하 기대의 반영 폭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주요국 장기금리의 추세적인 하락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2020년 한 해는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주식의 추세적인 상승 전망과 중장기적인 비중확대를 유지한다. S&P500 기준 2020년 상단은 3,310pt를 예상한다. 금리상승에 취약한 방어업종은 밸류에이션 부담도 높다. 경기소비재, 미디어/엔터, IT 등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경기민감 업종의 이익전망 회복이 미국주식의 상승세를 이끌 것이다. 유로존과 한국 주식의 매력도가 높아졌다. 유로존은 ECB의 경기부양 패키지가 발표되었고 무엇보다 독일의 재정확대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로 연기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정치적 위험도 완화되었다. 한국의 기업이익은 2020년 상반기 중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투자사이클과 IT업황 등을 고려할 때 이익회복은 반도체를 비롯한 IT업종이 이끌 것이다. 달러-원 환율도 장기균형 수준인 1,200원을 넘어서면 원화약세도 시차를 두고 한국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은 재정확대 기대가 실제보다 많이 앞서가는 분위기다. 기대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여 중국당국이 경기부양 카드를 아끼려는 측면도 있지만, 이미 2018년 말 기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4.2%에 달하는데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 우려도 남아 있어 재정확대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중국당국은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경기하방 압력 방어에 나설 것이다. 중국증시는 4분기 이후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의 부채와 크레딧 부문의 위험은 장기화되고 있지만 단시일 내 금융위기급 충격으로 돌출될 만한 불안요인들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위기까지 연결되는 전망이 아니라면, 중국주식은 일부 이익실현 후 상해종합지수 기준 2,800pt 이하에서 재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신용잔고가 다수 포진되어 있어 정부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던 레벨이다.


(그림1) 2000년대 이후 평균성장률과 마이너스 성장의 빈도 

자료: Bloomberg, KB증권


(그림2) 주요국 GDP 대비 재정수지 추이 

자료: IMF, 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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