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속도조절은 거치겠지만 성장주의 장기 상승추세는 유지될 것

bondstone 2020. 7. 5. 22:45

[Wealth Management] 속도조절은 거치겠지만 성장주의 장기 상승추세는 유지될 것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팬데믹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는 역사상 가장 깊지만 짧은 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식시장은 2020년 2분기 최악의 침체와 2021년의 회복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며 상승하는 중이다. 주식의 기대수익률과 채권금리의 격차는 2016년 이후 가장 확대되었다. 배당률은 유지되고 있고, 팬데믹에 의한 소득 감소분은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해 정부가 메워주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속도조절은 거치겠지만 성장주의 장기 상승추세는 유지될 것이다.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표 성장주에 투자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역사상 가장 깊지만 짧은 경기침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는 역사상 가장 깊지만 짧은 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70년 이후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진 사례는 총 6번이다. 침체에 빠진 뒤 경기 저점까지는 평균적으로 약 4개 분기가 걸렸으며, 가장 최근인 2008년 금융위기 당시는 침체가 시작된 후 6개 분기가 지나서야 경기는 바닥을 확인했다. 침체가 시작되면 평균적으로 직전 분기 대비 약 -1.4% 후퇴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4.1%나 뒷걸음질쳤다. KB증권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전망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경기침체의 저점을 침체 이후 2개 분기 만인 2020년 2분기로 전망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짧은 침체인 셈이다. 반면 이번 침체의 깊이는 역대급이다. 미국경제는 2020년 침체의 깊이는 -10.0%에 달할 전망이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바라보는 향후 전망의 가시성이 중요하다. 6월 11일에 발표된 OECD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전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0년 -6.0%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지겠지만 2021년에는 5.2%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7.3%에서 4.1%로, 중국은 -2.6%에서 6.8%로, 한국은 -1.2%에서 3.1%로 회복을 전망한다. 물론 연내 코로나가 재확산될 경우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2020년 -7.6%에서 2021년 2.8%로 더 낮아진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신뢰받는 의학자인 파우치 미국 국립알러지/전염병연구소장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연내 백신 개발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회복 전망의 가시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반면 2008년처럼 경기침체가 과잉 누적에 따른 버블 붕괴로 촉발된 경우, 상대적으로 침체는 과잉이 해소될 때까지 길어지기 때문에 전망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현재 주식시장은 이러한 전망 하에서 2020년 2분기 최악의 침체와 2021년의 회복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며 상승하는 중이다. 미국 S&P 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EPS)은 2020년에는 전년동기대비 -22.1%나 감소하겠지만, 2021년에는 30%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1년 말 기업이익은 2019년 말 수준을 살짝 넘어선다는 얘기다. 현재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배율 (PER) 21.8배를 감안하면, 역수 (1/PER)인 주식수익률은 4.6%로 2001년 이후 가장 낮다.

그러나 현재 미국 국채10년 금리는 0.7%에 불과하다. 즉 미래의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사용되는 할인율인 금리는 주식수익률보다 더 빠르게 낮아져서, 주식수익률과 채권금리와의 차이를 말하는 일드 갭 (Yield Gap)은 3.9%p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회사채 등 전세계 모든 채권을 포함한 불름버그 바클레이즈 글로벌 채권지수의 금리도 0.98%로 1%를 밑돌고 있다. 반면 S&P500 지수는 배당수익률도 2.0%에서 유지되고 있다. 주식 자체는 역사적으로 비싸 보이지만, 상대가치를 고려했을 때는 비싸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소득 감소분은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해 정부가 메워주고 있다. 재정정책 여력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신흥시장보다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은 성장주가 이끌어 갈 시장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형 기술주의 장기 상승추세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지수가 급락 후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헬스케어 등 성장주는 덜 하락하고 강하게 반등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온라인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전통산업보다는 신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집중해서 투자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를 갖춘 사업 모델은 높은 이익성장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당순이익 증가 등 주주환원을 통해 이익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언택트 (Untact)로서 수요를 유지하고 있고, 원활한 잉여현금 흐름으로 유동성 위험에도 대비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는 성장주에 더욱 유리한 환경을 제시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알파벳, 페이스북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20%가 넘는다. 상위 3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모두 1조 달러도 넘어섰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직전의 업종 비중을 비교해보면 IT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각각 10.2%p, 4.6%p 증가하면서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펙트셋 컨센서스 기준 5개 기업의 향후 3년 주당순이익 (EPS) 연평균성장률 (CAGR)은 평균 28.4%로 S&P500 기업의 21.4%를 상회한다. 아마존은 69.0%, 페이스북은 27.8%에 달한다.

코로나19는 기업들에게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 현금 유동성이 낮은 기업과 성장 없이 주주환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기업들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보다 장기화될 위험이 높아졌다. 반면, 대형 기술주는 현금 측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최근 분기 기준, 5개 기업의 평균 잉여현금흐름은 66.3억 달러이며, 평균 분기 순이자비용은 4.5억 달러다. 배당과 자사주매입 그리고 순이자비용을 합산한 금액 대비 높은 잉여현금흐름을 보유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이다. 평균 유동비율은 290%로 단기 부담도 낮다.

단기적으로 속도조절 예상되나, 주식의 상승추세는 유지될 것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경제활동 재개 기대를 높여가던 금융시장에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50개주 중에서 경제규모 1, 2, 4위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에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개의 주가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3위와 8위인 뉴욕과 뉴저지에서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있지만, 날씨가 따뜻한 서부와 남부에서 여름 휴가 특수를 지나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과감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등 경계심이 약해진 영향이다.

미국과 한국의 12개월 선행 기업이익 (EPS) 추정치는 6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의 특정 주들과 중국 베이징 등의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는 연방준비제도의 더딘 경기회복 전망과 함께 기업이익 회복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의 경우 올해와 내년 이익추정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을 구해보면, 올해 4분기에는 팬데믹 이전을 회복한다는 전망이 현재 컨센서스다 (PER 11.4배). 이는 현재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로, 이를 적용하면 코스피는 2,360pt다. 낙관적 전망 하에서도 상단에 거의 근접했으며 속도조절을 거쳐야 하는 구간이라는 의미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느리더라도 내년 이후 경기회복과 기업이익 증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연내 백신 개발이나 인프라투자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 등이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0.6.22

GOLD&W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