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월, 금융시장의 색깔이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

bondstone 2021. 4. 27. 23:42

[Wealth Management] 5월, 금융시장의 색깔이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장기금리의 큰 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크게 조정 받지 않은 이유는 경제성장 전망이 빠르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성장률 전망의 상향 조정세가 주춤해지면서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시기다. 경기부양책이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도 낮고, 장기금리가 천천히 오르더라도 금리상승에 주식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는 구조다. 국내외 증시는 장기적 관점에서 상승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2분기 말~3분기 초쯤에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증세 논의 등에 따른 조정을 예상한다. 동 시점을 통해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올해 주식 투자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

5월, 금융시장의 색깔이 달라질 가능성
“Sell in May (5월에 팔고 떠나라)”…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미국 증시는 경험적으로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상승할 확률이 높은 반면, 6월부터 9월까지는 하락하거나 부진한 흐름이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는 주식시장의 격언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코스피 기준 월별 상승률을 살펴보면, 지난 21년 동안 주가가 상승했던 빈도는 6월과 10월이 가장 낮았고, 그 다음은 8월이었다. 계절적으로만 보면 5월에는 오른 주식을 팔고, 10월에는 사는 전략이 유효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결과다.

5월은 금융시장의 색깔이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이 항상 옳지는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매해 자산시장은 연말~연초에 대규모 연간 포트폴리오의 조정 (rebalancing)이 진행되고, 3월 FOMC에서 연준 (Fed)이 통화완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위험자산의 강세가 이어지다가, 5~6월경에는 상승세가 약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빠른 백신 접종 속도와 경제활동 정상화, 1.9조 달러의 ‘미국 구호 계획’ (American Rescue Plan) 기대가 더해지면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꾸준하게 상향 조정됐다. 그 영향에 주식시장도 큰 부침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S&P 500의 편입기업 중에 50일과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하는 종목의 비중이 모두 90%를 상회하고 있다. 흔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동력 (모멘텀)이 필요하다.

그동안 미국증시를 이끌었던 가파른 기업이익 전망 개선은 경제전망 상향 조정의 영향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성장률 전망의 상향 조정세가 주춤해지면서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인프라 투자안을 담고 있는 2.25조 달러의 ‘미국 일자리 계획’ (American Jobs Plan)뿐만 아니라, 복지 중심의 ‘미국 가족 계획’ (American Family Plan)도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여름에 최대한 진전시켜보자는 것이 민주당의 분위기다.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강도가 약해지면서 주식시장의 상승세도 함께 약해질 전망이다. 

올해 장기금리가 빠른 속도로 큰 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크게 조정을 받지 않은 이유는, 막대한 경기부양책과 백신 접종 효과에 따라 장기 경제성장 전망이 예상을 뛰어넘으며 빠르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경기부양책이 신속하게 통과되기 어렵다면, 장기 성장 기대가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 이제부터는 장기금리가 천천히 오르더라도 금리 상승에 주식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는 구조다.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Tapering) 우려와 주거 물가 상승도 주식시장의 경계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테이퍼링의 논의 개시 시점을 ‘백신 접종률 75~80%’로 제시했다. 지금 속도라면 6월 말 또는 7월 말 즈음에 달성 가능하다. 금융시장은 미리 움직일 것이다. 5~6월에 확인할 4~5월 주거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면, 올 봄에 높아질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하반기에 크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백신 접종률과 함께 연준의 정책기조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 신고가, 그러나 체감적으로는 부진
지난 4월 20일 코스피가 3,220.7pt로 마감하며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다. 코스닥 역시 1,031.9pt로 마감하여, 4월 12일 이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증시는 3월 10일을 저점으로 250pt 이상 반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주가는 높지 않다. 지난 1월 25일의 코스피 고점 (3,209pt)과 지수 수준은 비슷하지만 상승을 이끈 업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에 강세였던 자동차, IT가전, 건강관리, 반도체 등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성장주들이 이번엔 부진했던 반면, 작년 4분기에 약세였던 철강, 은행, 통신, 증권, 운송 등 가치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현재의 실적보다 고평가되어 있지만 미래의 성장성이 높은 주식을 ‘성장주’라고 하며, 반대로 현재의 실적이 좋고 안정되어 있지만 저평가되어 있는 주식을 ‘가치주’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너무 좋아서 긴축 또는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가 있을 때는 미래의 성장성이 높은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수익률이 더 양호하다. 가치주는 또 둘로 나눌 수 있는데, 가치주가 더 유리한 국면에서도 초중반에는 금융과 조선, 기계 등 중후장대 산업을 포함한 ‘경기민감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후반부터는 통신, 유틸리티, 음식료, 담배 등 방어주가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2분기 중반까지 반등, 이후 리스크 재확인
한국증시의 완만한 반등세는 5월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3,300pt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상반기의 위험 요인들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반기 내내 긴축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펀더멘털 개선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집단면역과 경제활동 정상화, 미국의 1.9조 달러 부양책 등에 인한 강력한 경제지표와 양호한 기업 실적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급 부족에 따른 자본적 지출 (CAPEX) 확대 기대, 완화적 통화정책 등의 긍정적인 요인들도 있다. 

그러나 2분기 후반부부터는 리스크에 다시 유의해야 한다. 첫째, 경제지표가 너무 좋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긍정적 요인이지만, 필연적으로 긴축이 수반되기 때문에 중기적으로는 부정적이다. 과거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가 60pt부근까지 급등했을 때 1~2분기 이후 코스피는 조정을 받았는데, 조정의 원인은 대부분 ‘긴축’이었다. 둘째, 미국의 증세 논의와 EU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세’ 논의도 2분기 말쯤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셋째, 채권금리는 계단식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강력한 경제지표에 힘입어 장기금리는 한 번 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증시는 장기적 관점에서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2분기 말~3분기 초쯤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정을 통해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올해 주식 투자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

20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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