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가오는 승부처, 경기 정점 (peak out)과 테이퍼링 위험

bondstone 2021. 6. 1. 13:43

[Wealth Management] 다가오는 승부처, 경기 정점 (peak out)과 테이퍼링 위험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승부처가 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KOSPI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백신 접종과 경제활동 정상화, 양호한 기업실적, 각국의 높은 저축률, 미국의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다만, 2분기 중반에서 9월 중에는 한차례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경기가 너무 좋기 때문에” 나타나는 ‘경기 정점 (peak out) 위험’과 ‘테이퍼링 (자산매입 규모 축소) 위험’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경기가 정점을 기록하면 약 3개월 뒤에 테이퍼링 위험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약 10%의 조정이 나타날 여름은 주식비중 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경기가 너무 좋아서” 나타나는 경기 정점 (peak out) 위험
첫번째는 “경기가 너무 좋아서 나타나는 경기 정점 (peak out) 위험이다. 2분기를 정점으로 전년동기 대비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둔화될 것이다. 작년 2분기가 최악의 침체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투자자들이 항상 “경기는 정점을 지났고, 꺾인다”고 오해했던 이벤트이기도 하다. 침체 이후 경기가 V자 반등으로 회복될 때는 변동성이 큰 전년동기비가 아닌 수준 (level) 지표를 봐야 한다. 침체 이전의 경제수준 (규모)을 회복했는지, 성장추세 (기울기)를 회복했는지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다. 

미국경제는 올해 2분기에 코로나19 이전 경제규모를 회복하고, 4분기에는 이전 성장추세로 복귀할 전망이다. 침체 이전의 경제수준과 성장추세로 2년 만에 복귀하는 이례적인 경기회복 속도다. 유동성 지원에 집중했던 지난 위기들과 달리 정부가 소득보전 등 대규모 지원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미국경제는 ‘회복’국면을 지나 ‘확장’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확장국면에서는 부양 강도가 낮아지고, 유가 및 금리가 상승하며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KB증권은 2022년과 23년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도 각각 3.5%, 2.3%를 예상하는데, 아직 2.25조달러의 인프라투자안과 복지 법안 등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증세를 감안해도 8년간 매년 약 0.5~1.0%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예상된다. 올해가 ‘일시적인’ 고성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여름을 전후하여 흔들릴 텐데, 이는 주식비중 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1) 경제전망 상향 조정 일단락: 그동안 미국의 기업이익 전망치 개선을 이끌었던 것은 경제전망 상향 조정의 효과였으며, 경제전망 상향을 이끌었던 것은 경기부양책과 백신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기저효과와 함께 성장률 전망의 상향 조정세가 주춤해지면서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성장전망 상향이 일단락되면, 주식시장이 금리급등에도 잘 견뎌냈던 1분기와 달리 완만한 금리상승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그림1]

2) 경기부양책 규모 축소와 처리 지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2.25조 달러의 인프라투자안 뿐 아니라 복지 법안도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여름에 최대한 진전시켜 보자는 것이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다. 공화당이 5,68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안을 제시한 가운데, 민주당 중도진영의 조 맨친 상원위원이 “복지 법안은 전통 인프라 법안과 분리하여 추진해야 한다”면서 공화당의 대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에는 1.9조 달러의 인프라투자안이 반영되어 있지만, 세율 인상을 완화하면서 인프라투자안의 규모 역시 1조 달러 내외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3) 백신 접종자수 고점 확인: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르게 느려지고 있다. 최근 7일 평균 기준으로 보면 4월 중순 440만회의 백신이 접종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일간 200만회 이하로 느려졌다. 백신의 공급 문제라기보다는, 성인 인구의 절반이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 받으면서 이제는 백신 거부감이 높고 접근성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 접종해야 하는 어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횟수가 고점을 형성하고 집단면역으로 가는 속도도 다소 느려질 전망이다.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면서 경제활동이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다소 낮춰질 것이다.

“경기가 너무 좋아서” 나타나는 인플레와 테이퍼링 위험
두번째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고 길게 유지될 인플레와 연준 (Fed)의 테이퍼링 위험이다. 2021년 2분기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3.8%까지 상승하고 이후 7개 분기 동안 평균 2.8%를 유지할 전망이다. 연준의 인플레 목표치 2%를 감안하면, ‘일시적인 인플레’라고 넘기기에는 수준이 높고 기간이 길다. 

파월 연준의장은 빠른 경기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모든 결과를 확인하고 철저히 후행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연준 (Fed)은 3월 FOMC에서 2022년 말과 2023년 말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추정치보다 낮은 3.9%와 3.5%로 전망하면서도 기준금리는 2023년 말까지 동결할 것이라는 완화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팬데믹이 취약한 저임금 노동자에게 큰 충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연준은 이들 일자리의 상당수준이 회복될 때까지 완화적이고 후행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재난지원금과 양적완화 효과로 상업은행 예금은 급증했지만 은행들의 자본규제와 대출태도는 여전히 완고하다. 궁극적으로 수요측면의 기조적인 인플레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보다는 최대한 후행적인 태도를 보이려고 할 것이다. 즉 ‘현재’의 연준이 완화적일수록 ‘미래’의 인플레 우려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높아진 인플레 수준과 개선된 경제전망, 그리고 자산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리스크로 인해 연준은 7월 FOMC와 의회 반기청문회, 8월 잭슨홀 심포지엄, 9월 FOMC 중 하나를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 (테이퍼링)의 논의 시작을 알릴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2022년 초 양적완화 규모 축소 (Taper)를 시작하고,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는 2023년 초부터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의 고점 대비 -10% 이상의 큰 조정은 단순히 ‘금리급등’이 아닌,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언급 (테이퍼)’이 있을 때 발생한다. 동 이벤트는 올해 6~9월 중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부양책, 백신과 함께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와 장기금리의 급반등을 이끌었던 것은 생산과 원자재, 서비스 등 세 가지 Shortage risk (공급부족 위험)의 순차적 반영이었다. 특히 KOSPI의 수혜가 컸다. 그러나 2분기 말~3분기 초까지는 반대로, 경기 정점 (peak out) 위험과 높은 인플레에 따른 테이퍼 위험이 주식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S&P500과 KOSPI는 여름을 전후로 고점 대비 각각 5%와 10% 내외의 조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위험들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 시점이 올해 주식시장의 저점이 될 것이며, 이후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는 공급부족에 따른 투자 (CAPEX) 확대 등을 바탕으로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여름의 조정을 통해 S&P500은 4,000pt 이하에서, KOSPI는 3,000pt 이하에서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올해 자산배분전략의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

[그림1] 미국 GDP 규모와 전년동기비 (2Q 정점) 성장률 전망
자료: Bloomberg, KB증권 추정

 

202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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