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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전망: 여름조정-가을반등-겨울상승

bondstone 2021. 8. 29. 14:50

한국증시 전망: 여름조정-가을반등-겨울상승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8월 이후 코스피의 두드러진 하락 배경은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임박, 경기와 기업실적 정점 우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다. 세 가지가 한꺼번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둔화와 연준의 테이퍼링 조합은 특히 신흥시장에 부정적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시장의 이동제한 강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코스피의 200일선 (3,060pt) 부근에서는 분할 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의 조정은 새로운 하락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침체 이후 주가 반등국면에서 부양책 축소와 맞물려 나타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여름조정-가을반등-겨울상승 전망을 유지한다.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지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또 한 번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주가하락의 세 가지 원인
8월 이후 한국증시의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코스피는 8월 20일 3,060pt까지 급락하며 7월 고점 대비 7.4% 하락했다. 8월 27일을 기준으로 지난 1개월 동안 전세계 증시 (MSCI ACWI)는 2.1% 상승했지만, 코스닥 (-2.2%)과 코스피 (-3.1%)는 오히려 하락하며 주요국 52개 지수 중 각각 50위, 51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가치 상승률도 주요 24개 통화 중 최하위 (-1.6%)를 기록했다. 

한국증시와 원화가치의 하락 폭이 여타 국가들에 비해 더 컸던 배경은 첫째,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임박, 둘째, 경기와 기업실적 정점 (peak out) 우려, 셋째,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씩 따로 보면 큰 이벤트들은 아니거나 이미 잘 알고 있는 요인들이지만, 세 가지가 모두 한꺼번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와 신흥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1)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임박
2020년 12월 FOMC 당시 제시된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자산매입 규모 축소)에 대한 전제조건은 ‘이중책무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었다. 연준의 이중책무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의미한다. 지난 8월 18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 (most)의 참가자들은 상당한 추가 진전이 물가안정 측면에서는 충족되었으며, 완전고용 측면에서는 충족에 근접했기 때문에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6월과 7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2개월 연속 100만명에 육박했다. 9월 초 발표되는 8월 고용까지 양호하게 나올 경우, 연준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선언하고 11~12월에는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장기금리에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고려한 테이퍼링 전망이 일정부분 선반영되어 있다. 현재 유로달러선물시장에는 2023년 말 3.5회 (1.01%), 2024년 말 5.0회 (1.37%), 2025년 말 5.9회 (1.60%) 수준의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어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추세적으로 빨라지거나 도달해야 할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장기금리 급등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등 신흥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연준의 유동성 공급 축소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하더라도, 정작 선언되고 실행되었을 때 주가가 하락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었다. 실제로 2016년 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1년 전부터 컨센서스로 자리잡았지만, 2015년 12월 FOMC에서 인상을 시사했을 때, 2016년 7월에 예고했을 때, 12월에 단행했을 때 코스피는 모두 하락 조정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유동성 공급 축소 이벤트라면 15% 이상의 단기급락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선반영되어 있는 경우에는 기간조정이 길어지면서 하락폭은 약 10% 내외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코스피가 7개월째 기간조정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테이퍼링에 의한 조정폭은 10% 내외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2) 경기와 기업실적 정점 우려
경기와 기업실적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시장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2분기의 실적과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강하지만, 문제는 2분기가 펀더멘털 지표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과거 경기 (ISM제조업지수)나 실적 (EPS 변화율)이 꺾인 이후엔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연말로 가면서 경기회복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이 없지만, KB증권은 2020년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0%, 8.4%로 모두 0.3%p씩 하향 조정했다. 3분기 글로벌 경제는 성장속도가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 (peak out)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2분기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높아진 물가 수준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와 가계의 소비 지연을 통해 3분기 경제성장 속도를 추가로 감속시킬 것이다. 3분기에는 성장 감속과 물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논쟁이 강해질 것이다. 새로운 변수는 아니지만, 코로나19와 공급차질에 따른 병목현상, 물가 및 비용부담은 계속해서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중이다.

3)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이동제한으로 이어지지 않고 연준의 테이퍼링 선언 결정에도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봉쇄와 이동제한이 강화되면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중국이 사전 봉쇄를 강화했고, 우리나라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수출의 7%를 차지하는 아세안 지역의 델타 변이 확산이 눈에 띄는데, 아세안의 생산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부품, 원자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차질과 병목현상을 연장시키고 있다.

코스피, 여름 조정-가을 반등-겨울 상승 전망
‘경기둔화와 연준의 테이퍼링’ 조합은 특히 신흥시장에 부정적이다. 경기사이클이 상승할 때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 축소가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경기사이클이 하락할 때의 유동성 공급 축소는 달러강세 (원화약세)와 외국인 주식 매도를 통해 신흥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시장의 이동제한 강화는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코스피의 200일선 (현재 3,060pt, 고점대비 약 -8% 수준) 부근에서는 ‘분할 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의 조정은 새로운 하락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침체에 따른 바닥 확인 후 약 1~1.5년이 지난 시점에서 부양책 축소와 함께 나타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 (이격 조정)’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증시가 경험한 두 번의 대세 상승장을 보면, 아무리 강한 랠리라도 200일선 조정 없이 계속 상승한 경험은 없었다. 200일선은 과거 상승장에서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의 지지선 역할을 했던 레벨이다. 코스피의 고평가 부담은 해소된 상태다. 지수는 7개월이나 횡보한 반면 기업이익 추정치는 상향되면서 (연초 대비 +42%), 주가수익비율 (P/E)은 14.7배에서 10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한국증시의 ‘여름 조정-가을 반등-겨울 상승’ 전망과 달러/원 환율의 연말 1,090원 전망도 유지한다. 증시 조정을 성장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의 가을 반등과 겨울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는, 첫째, 겨울로 갈수록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방향이든 완화될 것이다. 빨리 시작한다면 천천히 할 수 있어서 금융환경 긴축 위험을 낮출 것이며, 델타 변이가 경기확장세를 제한한다면 테이퍼링 시기를 늦춰 기계적인 유동성 공급 축소 우려를 덜어줄 것이다. 테이퍼링을 가장 서둘렀던 캐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8월 20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있다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둘째, 하반기 내내 경기 정점 우려가 높겠지만, 기저효과에 의한 증가율 둔화보다는 팬데믹 이전 고점을 넘어 성장궤도에 진입한 주요국 경제와 신성장 산업으로 확장한 기업들의 변신, 그에 따른 구조적인 설비투자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 2022년 1분기가 지나면 경제지표들의 기저효과도 반대 방향 (경기 저점 확인)으로 바뀔 것이다. 

셋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 약 한 달 반가량 선행하는 미국의 재확산지수는 7월 중순에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하는 중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강했던 남부의 재확산지수는 1을 하회했다. 재확산지수가 1을 하회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러스가 소멸한다는 의미다. 9월 이후 일간 신규 확진자수의 감소가 예상된다. 신흥시장의 백신 접종률도 높아질 것이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증시 조정에서 단기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가치주 (방어주)보다는 오히려 ‘성장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반등하면서 업종에서도 순환매가 일단락되고 주도주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서비스 (미디어엔터, 게임 등)와 친환경 에너지, RNA/DNA 관련 바이오주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

 

202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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