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스피 하락의 세 가지 원인과 대응 전략

bondstone 2021. 8. 24. 13:36

[Wealth Management] 코스피 하락의 세 가지 원인과 대응 전략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8월 이후 코스피의 하락 배경은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임박, 경기와 기업실적 정점 우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다. 세 가지가 한꺼번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둔화와 연준의 테이퍼링 조합은 특히 신흥시장에 부정적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시장의 이동제한 강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코스피의 200일선 (현재 3,060pt)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의 조정은 새로운 하락 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침체 이후 반등 국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이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여름조정-가을반등-겨울상승의 흐름을 예상한다.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지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또 한 번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주가하락의 세 가지 원인
8월 이후 한국증시의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코스피는 8월 20일 3,060pt까지 급락하며 7월 고점 대비 7.4% 하락했다. 한국증시의 하락 폭이 여타 국가들에 비해 특히 컸던 배경은 1)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임박, 2) 경기와 기업실적 정점 우려, 3)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다. 하나씩 따로 보면 큰 이벤트들은 아니거나 이미 잘 알고 있는 요인들이지만, 문제가 된 것은 세 가지가 모두 한꺼번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1].

1)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임박: 2020년 12월 FOMC 당시 제시된 연준 (Fed)의 테이퍼링 (자산매입 규모 축소)에 대한 전제조건은 ‘이중책무를 향한 추가 진전’이었다. 이중책무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의미한다. 지난 8월 18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 (most)의 참가자들은 상당한 추가 진전이 물가안정 측면에서는 충족되었으며, 완전고용 측면에서는 충족에 근접했기 때문에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6월과 7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2개월 연속 100만명에 육박했다. 9월 초 발표되는 8월 고용까지 양호하게 나올 경우, 연준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선언하고 11~12월에는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2) 경기와 기업실적 정점 우려: 2분기 글로벌 경제는 물가와 장기금리가 급등했지만 경제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가파른 경기회복에 따른 장기금리 급등은 자연스럽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금융시장을 긍정적인 흐름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3분기 글로벌 경제는 성장속도가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 (peak out)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2분기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국면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그림2]. 연말로 가면서 경기회복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이 없지만, KB증권은 2020년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0%, 8.4%로 모두 0.3%p씩 하향 조정했다. 높아진 물가 수준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와 가계의 소비 지연을 통해 3분기 경제성장 속도를 추가로 감속시킬 것이다. 3분기에는 성장 감속과 물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논쟁이 강해질 것이다.

3)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이동제한으로 이어지지 않고 연준의 테이퍼링 선언 결정에도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봉쇄와 이동제한이 강화되면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중국이 사전 봉쇄를 강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수출의 7%를 차지하는 아세안 지역의 델타 변이 확산이 눈에 띄는데, 아세안의 생산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부품, 원자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차질과 병목현상이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의 회복 시점을 지연시키고 있다.

코스피, 여름 조정-가을 반등-겨울 상승 전망
‘경기둔화와 연준의 테이퍼링’ 조합은 특히 신흥시장에 부정적이다. 경기사이클이 상승할 때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 축소가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경기사이클이 하락할 때의 유동성 공급 축소는 달러강세 (원화약세)와 외국인 주식 매도를 통해 신흥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시장의 이동제한 강화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KOSPI의 200일선 (현재 3,060pt, 고점대비 약 -10% 수준)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의 조정은 새로운 하락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침체에 따른 바닥 확인 후 약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기부양책 축소와 맞물리며 나타나는 전형적인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 (이격 조정)’이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7개월이나 횡보한 반면 기업이익 추정은 상향되면서 (연초 대비 +42%) 주가수익비율 (P/E)이 14.7배에서 10배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고평가 부담이 해소된 상태다. 지금의 조정은 중장기적으로 매수 기회이며, 부정적인 재료들이 소화되고 기간조정이 마무리되고 나면 시 상승 랠리에 복귀할 전망이다. 200일선은 과거 상승장에서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의 지지선 역할을 했던 레벨이다.

한국증시는 ‘여름 조정-가을 반등-겨울 상승’의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 겨울로 갈수록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이며, 신흥시장의 백신 접종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반기 내내 경기 정점 우려가 높겠지만, 기저효과에 의한 증가율 둔화보다는 팬데믹 이전 고점을 넘어 성장궤도에 진입한 주요국 경제와 신성장 산업으로 확장한 기업들의 변신, 그에 따른 구조적인 설비투자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또 한 번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증시 조정에서 단기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가치주 (방어주)보다는 오히려 ‘성장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반등하면서 업종에서도 순환매가 일단락되고 주도주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서비스 (미디어엔터, 게임 등)와 친환경 에너지, RNA/DNA 관련 바이오주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림1] 코스피의 상대적 약세  
자료: Bloomberg, KB증권

[그림2] 3분기 미국경제, 성장 감속과 물가 부담  
자료: Bloomberg, KB증권 추정

 

202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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