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긴축 조정’ 이후 ‘반등 랠리’

bondstone 2022. 1. 1. 15:08

[2022년 증시 전망] ‘긴축 조정’ 이후 ‘반등 랠리’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긴축 조정’ 이후와 겁 내지 않을 ‘중소형 성장주’ 
2022년 코스피 타깃을 3,600pt로 제시한다. 연초에는 인플레 압력, 경기 우려, 연준의 긴축 등에 따라 시장의 출렁임이 반복될 수 있다. 다만 연초를 지나면서 위험 요인들은 정점을 형성할 것이며, 2022년 하반기에는 경기사이클도 반등하면서 모멘텀을 더할 것이다.

경기침체 이후 주식시장은 ‘① 유동성 랠리 → ② 긴축 조정 → ③ 반등 랠리’의 패턴을 반복한다. 2021년은 ‘② 긴축 조정’이 진행된 해였다. 2021년 코스피 순이익은 당초 예상 (약 +50%)를 훨씬 뛰어넘은 무려 127% (예상치, NAVER의 일회성 요인을 감안해도 109% 증가)나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즉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급락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경기 둔화와 연준 긴축이 동시에 나타난 시기였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역사적으로 ‘경기 둔화’와 ‘연준 긴축’이 동시에 진행된 시기에는 주가 조정이 거칠게 나타났다.

이런 불리한 환경 (경기 둔화+연준 긴축)은 2022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것이다. 경기 반등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많은 데이터들이 최소한 2022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둔화와 기업이익 성장의 둔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부족했던 재고가 채워지면서 리스탁킹 (Re-stocking) 사이클이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재고 확충보다는, 과도하게 증가했던 소비가 둔화되면서 과열이 조정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1) 연말 소비시즌을 타깃으로 한 (재고확보) 가수요가 점차 약해질 것이며, 2) 물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3) 팬데믹 지원 명목으로 받았던 이전소득도 저축률 하락과 함께 소진되고 있다. 또한 4) 연준의 긴축정책도 과열된 수요를 억누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결국 2022년 상반기에는 리스탁킹 사이클보다는 과열 해소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이익이나 경기 사이클이 반등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022년에는 ‘③ 반등 랠리’로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경기 침체 이후 5번의 긴축 조정 중 4번은 모두 강력한 반등 랠리로 이어졌다. 이때 반등은 이익이나 경기의 확장이 아니라, 밸류에이션 확장이 주도했다. 따라서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을 위한 실마리는 펀더멘털의 턴어라운드가 아니라 밸류에이션 확장의 트리거이다. 2022년 초에는 밸류에이션 확장을 견인할 모멘텀에 주목한다. 밸류에이션 확장을 견인한 모멘텀으로 1) 중국의 산업정책, 2) 미국의 인플레 정점을 주목한다. 즉 미국과 중국의 긴축이 언제 정점을 형성하고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반등 랠리 트리거 #1: 중국 – 정책 전환을 준비한다는 증거들
중국과 관련해서 주목하는 시기는 2022년 봄이다. 11월경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지금은 본격적으로 확장정책을 쓰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 6개월 전부터 강력한 부양정책이 나와야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지준율 인하도 이런 논리에 딱 들어 맞는다. 

일반적으로 지준율을 인하한 뒤 2분기 이후 (이때 2~3번째 지준율 인하가 뒤따름) 유동성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유동성이 증가하면 1분기 시차를 두고 중국 PMI가 반등하고, PMI가 확장국면에 들어서면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며, 이때 한국 증시도 비로소 강세를 보인다. 이러한 패턴을 감안하면 2022년 1분기에 유동성이 확장되고, 2분기에는 PMI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 (50.5%)에 진입할 것이며, 이는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 모멘텀이 될 것이다.

반등 랠리 트리거 #2: ② 미국 – 인플레 고점을 기다리며
미국에서 인플레 고점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많은 데이터들이 2022년 봄을 전후하여 인플레가 정점을 형성하고 둔화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1) 당초 예상 (2022년 초)보다 다소 빠른 시점에 미국 서부항에 입항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이 고점 (12/15: 102척 → 12/23: 91척)을 기록했다. 2) 전력가격 급등을 이끌었던 유럽 천연가스와 중국 석탄 가격이 급락했다. 정부 개입만으로도 투기적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이 다시 확인되었다. 3) 최근 중국과 미국 PMI의 가격지불 지수도 고점을 찍었다.

업종전략 #1. 리오프닝 관련주 - 오미크론, 치명률보다 더 주목할 것은 정점의 시기
오미크론 변이가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전망을 넘어서, 오미크론 변이가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영국의 유력지인 가디언은 ‘오미크론: 암울한 새해인가, 팬데믹 종식의 시그널인가 (2021/12/26)’라는 기사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가 전염성은 높지만 심각한 위력은 잃으면서, 결국 코로나가 독감으로 바뀌는 첫 단계가 시작된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무증상자 ‘자가격리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5일로 줄이고, 밀접접촉자의 경우 부스터샷 접종을 했다면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각국 정부의 이런 지침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은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의 입원률이 델타보다 약 70% 가까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이 중증으로 입원하게 될 위험성은 델타 변이보다 40~4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 (NICD)도 오미크론 감염자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보다 위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70~80% 낮은 것으로 발표했다. 확진자/사망자 데이터도 앞선 연구결과들을 지지한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는 추정이 맞다면, 중요한 것은 이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는 시기이다. ‘리오프닝 관련주’의 매수 시점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은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정점 도달 시기도 빠를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사례를 보면,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지 약 4주 정도 지난 시점에 정점이 나타났다. 따라서 영국, 미국 등은 1월 초중순이 정점일 것으로 보인다. ‘리오프닝 관련주’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종전략 #2. 중소형 성장주 - 키 맞추기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KB증권은 중소형 성장주 (3대장: 콘텐츠, 친환경, 바이오)가 이번 장의 주도주라고 판단하고 있다. 

1) ‘주도주 사이클’은 ‘반도체 사이클’과 정반대로 나타난다. 즉 반도체 사이클이 꺾였을 때, 주도주 랠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2022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사이클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주도주 (중소형 성장주)’에 긍정적이다. 2) 2022년 매크로 환경이 중소형 성장주에 우호적이다. 장기금리는 2022년 초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나, 상반기 중 추세적으로 올라가진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2022년 이익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성장이 희소할 때 성장주가 주목받는다.

시장을 주도한 ‘중소형 성장주 삼대장’은 ‘컨텐츠 (미디어/엔터/게임)’, ‘친환경 (배터리/수소/원전 포함)’, ‘바이오’ 등이다. ① 컨텐츠는 60%의 마법에 주목한다. 보급률 20%까지는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강하고 (95~99년 SK텔레콤, 08~13년 애플/삼성전자), 60%가 넘어가면 ‘서비스’ 기업의 주가가 강해진다 (03~06년 유선인터넷, 13~15년 무선인터넷 - 소프트웨어). 지금은 모바일 플랫폼의 서비스가 강화될 차례이며, 컨텐츠가 여기에 속한다. ② 화석연료 가격의 빈번한 급등과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효율이 좋은 배터리, 원전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주의 강세를 주목한다. ③ 바이오는 2021년 부진했지만, 그만큼 가격 매력이 생긴 상태이다. 코로나 이후 신약 임상 재개 역시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아울러 구경제 기업에서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주목한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구경제 설비에 투자되기보다는 M&A 형태로 신규 사업 진출을 이끌 것이다. 시크리컬 가치주는 2022년 하반기쯤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될 것이다.

업종전략 #3. 반도체 - 차익실현을 생각해 볼 시기
반도체 사이클은 2021년 1분기가 고점이었다. 그러나 반도체를 다시 매수의견으로 상향한 것은 2021년 '9월 전망’에서였다. 그 이유는 슈퍼 사이클이 도래해서가 아니라, 외국계 투자은행의 반도체 비중축소 보고서 여파로 극심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적 반등의 목표치 부근에 근접한 상황이다. 슈퍼 사이클이 아니라면 차익실현 시점을 생각해볼 시기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일까? 탑다운 분석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만한 단서는 부족하다.  탑다운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반도체 영업이익률의 궤적이다. 2022년 상반기 반도체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과도하게 높게 추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영업이익률과 주가가 따로 가는 시기이다. 2008년과 2019년 반도체 주가 랠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직까지는 매크로 지표로 이를 예측해 낼 방법이 없다. 반도체 사이클이 짧아져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독과점으로 변해서라거나, 미세 공정 진행이 느려져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2008년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2008년과 2019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이 급락했음에도 반도체 주가는 랠리를 펼쳤던 시기가 매크로 측면에서 가지는 공통점은 ‘불확실성이 커져서 주가가 부진했고, 달러/원 환율이 급등 (원화 약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화 약세는 수출주의 상대적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2022년 상반기에도 반도체 영업이익률과 주가가 따로 갈 수 있을지는 경계하며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2022.1.1

IFS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