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기둔화 우려가 더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

bondstone 2022. 2. 23. 18:22

[Wealth Management] 경기둔화 우려가 더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 우려는 경기둔화 걱정으로 이동할 것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CPI)가 전년 대비 7.5% 상승하며 4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 대비 6.0% 상승하며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여러 항목들의 물가가 고르게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빠르게 강화되었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단번에 0.50%p 인상을 포함해서 상반기에만 1.0%p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일부 투자은행 중에서는 1980년대 초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이 예상치 못한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자산시장 변동성을 촉발해 인플레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요국 주식시장이 강한 조정을 받고 있다.

현재 자산가격에는 매우 강한 통화 긴축이 반영되어 있다. 유로달러 선물시장에서는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0.64%로 인상되는 것을 포함하여 대체로 상반기 3~5회 (0.75~1.25%p), 연말까지 6~8회 (1.5~2.0%p)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하반기 미국경제의 회복을 전망하고 있지만, 3월에는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은 최근 경제지표 둔화를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이 3월 중순부터 본격화되면, 시차를 두고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최근 재정절벽 문제가 제기되면서 경기둔화 우려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성장률을 끌어 올렸던 재정지원이 종료됐고, 5월부터는 학자금 상환도 재개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수요도 약해지는 조짐이 관찰된다. 실제로 경기예측의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ISM (공급관리자협회)지수 안에서도 선행성이 있는 신규주문, 신규수출주문, 주문잔량 등의 하위 지수들이 최근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물건 값이 올라서, 이전보다 적게 팔아도 매출액은 증가해야 하겠지만, 실질수요 약화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덜 팔리는 만큼 재고도 늘고 있다. 경기사이클 자체가 무너지는 흐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재정지원 종료로 나타나는 부정적 효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지 않아도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통화긴축 강도는 경기전망과 상대 비교해야 한다. 올해 기준금리가 7회 인상될 것으로 예상해도 경기확장세가 강할 전망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7회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면, 7회 인상 전망이 낮아지지 않는 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면서, 연준이 경기둔화에 대응해 통화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화긴축과 경제전망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는 이유다. 미국증시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아직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물가가 안정되면서 연준의 정책 기조가 달라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 데 따른 영향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1분기가 정점이며 올해 중반에는 예상치를 하회하는 데이터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요가 둔화되면서 단기 물가 압력이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의 보조금과 저축이 소진되었고,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집중되었던 기업의 가수요는 완화될 것이다. 실제로 연말에 재고가 부족해서 소비를 못했다는 뉴스는 없었다. 최근 미국 서부 항만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수가 기존 60여척에서 100여척으로 크게 늘었지만, 공급병목 뉴스도 감소했다. 결국 수요 둔화는 경기나 기업실적에는 부정적인 요인이 되겠지만,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KB증권은 ‘경기저점’보다는 ‘긴축 정점’이 먼저 나올 것이며, 그 시기는 2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미크론 이후, 영국에서 얻는 힌트
오미크론 변이의 치사율이 독감이나 그 이하가 될 것이라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오미크론 이후 훨씬 더 완화된 새로운 코로나 방역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2월 22일 현재 16만명으로 폭증한 가운데, 오미크론 이후 세상에 대한 힌트는 2021년 11월부터 오미크론 확산을 먼저 경험했던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찾을 수 있다. 오미크론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12월 영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택근무, 그리고 백신 패스 정책 강화’ 등을 축으로 하는 ‘플랜 B’를 도입했다. 이후 영국은 지난 1월 중순, 일간 신규 확진자수가 정점인 18만명에서 절반 수준인 9만명으로 하락하자 방역기조 완화를 통해 ‘플랜 A’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렸다. 확진자의 격리 의무는 유지되지만 (존슨 총리는 3월 이후 폐지 언급), 이외 주요 방역 정책을 전면적으로 해제했다. 비슷한 시기에 확진자 대확산과 급감을 겪은 아일랜드도 영국과 비슷한 방역 완화 결정을 내렸다. 

오미크론 이후의 세상에서 나타날 방역 정책 완화는 실내외 활동, 소비, 문화행사의 활성화와 노동력 부족 완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방역 완화와 확진자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낮아진 리오프닝 (Reopening) 기대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들어 영국 증시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은 리오프닝과 가치주 컨셉을 동시에 가진 주식들로 은행, 담배, 정유, 통신, 광산, 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월 말까지는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정점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사례와 같이 투자자들의 초점도 리오프닝으로 맞춰져야 할 것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증시는 먼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후 신규상장의 영향으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배율 (P/E) 10배가 2,610pt로 낮아졌다. 다만, P/E 10배는 여전히 매수대응 영역이며, 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재료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점진적인 리오프닝 정책, 중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와 부양책, 하향안정되는 물가 등이 2~3분기에 걸쳐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날 전망이다. 업종에서는 리오프닝 관련주에 대한 관심을 좀 더 이어갈 필요가 있다. 가치주/성장주가 혼전을 거듭하는 동안 추세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요 확대에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있는 업종을 주목한다. ‘여행레저, 항공, 주류식음료, 의류신발, 화장품, 제약 등이 이에 해당된다. 많이 올랐지만, 아직 여력이 남았다고 판단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 자체로 주가가 대폭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주식시장의 추세가 바뀌지는 않는다. 2014년 3월 초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침공했을 때도, 유럽 증시는 3%대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미국 증시는 1%도 채 하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사이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러시아가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천연가스 17%, 석유 13%, 그 외에도 소맥 11%, 플래티넘 10%, 팔라듐 36% 등 원자재 시장에서의 비중이 꽤 높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러시아가 실제 공격을 단행한다면,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여 유럽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 미국에 직접 타격은 주지 않더라도,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국도 대외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

 

20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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