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장주가 비싸서 고민이라면 AI에서 반격을 준비하는 애플이 대안

bondstone 2024. 3. 28. 19:36

[Wealth Management] 성장주가 비싸서 고민이라면 AI에서 반격을 준비하는 애플이 대안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KB증권 S&T부문 상무/ 경제학박사

 

예상치 못하게 고용시장이 위축되면, 인플레이션은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연준이 입장을 보여주면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3 FOMC를 계기로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성장주와 중소형주 모두에 긍정적이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형주보다는 성장주의 우위에 무게가 실린다. 애플은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개발 부서의 인력을 인공지능 (AI) 부문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애플이 최근 더 집중하고 있는 생성형 AI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 맥북 등과 같이 수많은 사용자 기기 (edge devices)를 이용한 엣지 AI (Edge AI) 시장을 공략하기에 최적의 위치에 있다. 애플은 6월에 열리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 (WWDC)에서 시리 (Siri)를 업그레이드한 iOS 업데이트와 함께 AI 시장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AI 시장 확대를 예상하지만 성장주를 늘리지 못한 투자자들은 애플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가보다 고용 위축을 더 걱정하는 연준,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
3월 FOMC (공개시장위원회)를 기점으로 올해와 내년 말 기준금리에 대한 FOMC와 시장의 생각은 이제 거의 같아졌다. FOMC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는 올해 3회 (75bp) 인하를 유지했다. 6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서 분기에 1번씩 낮춘다는 시장의 생각과 동일하다. 다만, 기준금리를 많이 낮추지는 말아야 한다는 위원들이 많아졌는데, 올해 말까지 4.5% 밑으로 기준금리가 낮아질 거라고 전망하는 위원들이 작년 12월에는 5명이었지만 이번에는 1명뿐이었다.

미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은 비교적 큰 폭으로 상향 수정되었다. 올해 전망치가 1.4%에서 2.1%로 크게 높아졌고,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 전망치도 상승했다. 그러나 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큰 변동이 없었다.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리지만 잠재 성장률도 높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크게 높이지 않는다는 연준 내부의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연준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온 것은 연초 효과 때문이라고 평가했고, 인플레이션은 출렁이면서 (bumpy) 낮아질 거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연준은 경제 상황, 특히 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지금은 고용지표가 탄탄하지만 예상 밖으로 위축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통화긴축이 고용시장에서 수요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구인률이나 이직률 등과 같은 수요 요인들이 약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취약계층 (연령별로는 16-24세, 인종별로는 아프리카계, 학력별로는 고졸 미만)의 실업률은 바닥을 이미 확인했는데, 과거에도 이 실업률들이 반등하면 결국 실업률 (U3)이 반등한 경험이 있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해고가 늘어나면, 실업률은 더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지금은 신규고용이 계속 늘어나서 고용시장이 탄탄해 보이지만 이민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고, 고용시장의 약한 고리들은 흔들리고 있는 것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이 부담스러워하는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세 둔화’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가속을 분명 걱정하면서도, 예상치 못하게 고용시장이 위축되면 인플레이션은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입장을 연준이 보여주면서,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첫째, 경기와 고용시장 위축을 막기 위한 연준의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는 시나리오이거나 둘째,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기가 강한 흐름을 이어가는 시나리오는 모두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소비가 일부 둔화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는데, 소비 둔화가 더 확인된다면 현재 6월에 기준금리가 낮아질 거라는 시장의 전망은 더 미뤄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시작된 성장주와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승
3월 FOMC를 계기로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멀티플 (valuation multiple) 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밸류에이션 멀티플이란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 (P/E: Price Earnings Ratio)을 의미하는데, 현재 주가가 순이익 대비 “몇 배”의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PER이라고도 부른다. P/E 중에서도 주로 쓰이는 선행 P/E는 현재를 기준으로 앞으로 1년 동안의 순이익 ‘전망’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주로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멀티플이 높을수록 기업의 주가가 비싸게 평가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지수는 2023년 11월 반등을 시작한 이후 올해 초 20배를 돌파했고, 이제 21배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3월 FOMC의 영향이다. 연초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는 흐름에서도 FOMC가 올해 3차례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해주면서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하방 압력을 가했던 금리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단락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 11~12월은 현재와 비슷하게 연준의 완화적 행보가 멀티플 상승의 동력이 됐던 시기다. 당시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국채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고, 덕분에 멀티플의 상승이 광범위한 스타일의 주식에서 나타났다. 특히 성장주와 중소형주의 멀티플 상승이 돋보였다. 성장주는 인공지능 (AI) 관련 대형기술주를 중심으로 기업이익 성장 기대가 워낙 높았던 데다, 금리 (할인율)가 낮아지면서 강력한 멀티플 상승 효과를 누렸다. 중소형주의 멀티플은 고금리 환경에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실적이 더 취약하다는 우려로 인해 한동안 억눌려 있었는데,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멀티플 반등의 동력이 되었다.

3월 FOMC 이후의 통화정책 환경은 성장주와 중소형주 모두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경기 판단 변화는 성장주와 중소형주 주가에 엇갈린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직 고용을 중심으로 경기가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경기 둔화 우려가 형성되면 중소형주의 고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가까운 사례에서도 엇갈린 주가 흐름이 확인된다. 경기 우려로 보험성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단기금리는 2018년 말부터 하락했는데, 이후 중소형주보다 성장주가 더 강한 흐름을 보였다. 중소형주가 부진했던 건 성장주보다 경기에 더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소형주는 미국 내 매출액 비중이 높아 내수 경기 등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성장주는 높은 비중의 해외 발생 매출을 기반으로 고성장 기대를 계속 누릴 수 있다.

애플의 전기차 포기, ‘메타버스’에서 ‘AI’로 급선회한 메타의 사례와 유사
AI 시장 확대를 예상하지만 성장주를 늘리지 못한 투자자들은 애플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말, 블룸버그는 애플이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타이탄 (Titan)으로 알려진 애플의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가 종료되었으며, 약 2천 명이 근무하고 있는 전기차 개발 부서의 많은 인력이 인공지능 (AI) 부문으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애플이 최근 들어 더 집중하고 있는 생성형AI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애플의 전기차 개발은 계속 출시 일정이 연기되어 왔다. 2026년으로 한 번 밀렸던 전기차 출시 일정을 2028년으로 또 다시 연장한다는 계획이 1월 말 보도되었으며, 2014년에 자율주행 최고 단계인 레벨 5를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지만 레벨 4로 목표를 한 단계 낮췄던 애플은 1월에 레벨 2+ (운전자가 도로에 주의를 기울이고 언제라도 개입해야 하는 단계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같은 수준)로 다시 목표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자율주행 목표를 낮추면서 전기차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들린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종료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회사의 역량을 AI에 집중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함께, 결국 AI 기술을 고도화해야 자율주행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추정된다.

비슷한 사례를 메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타는 ‘메타버스’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목표와 함께, 사명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했다. 그러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사업부문인 리얼리티 랩스 (Reality Labs)는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02억 달러와 137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 11월 말에 1만명을 감원했고, 2023년 3월 14일에 1만명의 추가 감원을 발표하면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버스에서 AI로의 방향성 전환을 선언했다. 이미 2023년 2월에 파라미터 130억개를 가진 대형언어모형 (LLM) 라마 (LLaMA)를 공개했던 메타는 같은 해 7월에 파라미터 700억개를 가진 라마 2를 발표했다. 2022년 3분기에 바닥을 형성했던 주당순이익 (EPS)은 2023년 들어서 급증하기 시작했고, 작년 3분기에는 4.39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4분기 3.87달러를 넘어섰다. 회사 역량을 AI에 집중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함께, 결국에는 AI 기술을 고도화해야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이 더해지면서, AI로 전략을 급선회한 결과다. 작년 3월 14일에 AI로의 전략 전환을 공식화하던 당시 200달러 부근이었던 메타 주가는 현재 500달러를 넘나들 정도로 상승했고, 시가총액 순위도 1년 전 8위에서 5위로 뛰어 올랐다.

AI에서 반격을 준비하는 애플, 성장주가 비싸서 고민이라면 애플이 대안
애플은 올해 1월 12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애플은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시장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3월 26일 애플은 세계개발자회의 (WWDC) 일정을 6월 10~14일로 확정해서 발표했다. 작년 WWDC에서 비전프로 (Vision Pro)를 공개했던 애플은 올해 ‘AI 전용 앱스토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과 비교하면 애플이 AI 시장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맥북 등과 같이 수많은 사용자 기기 (edge devices)를 이용한 엣지 AI (Edge AI) 시장을 공략하기에 최적의 위치에 있다. 애플 기기에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AI 앱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애플 기기에서 AI 활용도를 높이고 AI 앱 판매를 중개해서 수익을 내려 할 전망이다. 순식간에 AI 시장에서 애플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애플은 자체 거대언어모형 (LLM)인 페럿 (Ferret)을 개발했지만, 구글의 제미나이 (Gemini)와 바이두의 어니봇 (ERNIE bot)의 아이폰 탑재를 논의 중이다. 해외 LLM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는 어니봇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중국 이외 지역에서도 애플이 자체 LLM만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각 LLM별로 가진 강점을 AI 앱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애플 사용자 기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AI 기대를 높인다면, 아이폰과 같은 애플 사용자 기기에서 AI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드웨어 혁신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내년부터 애플 사용자 기기의 교체가 대거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IT 업종의 하위 산업그룹 3개는 각각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2위 애플 (하드웨어), 3위 엔비디아 (반도체/장비)로 구성돼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에 이어 애플이 IT 업종의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애플은 6월에 열리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 (WWDC)에서 시리 (Siri)를 업그레이드한 iOS 업데이트와 함께 AI 시장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AI 시장 확대를 예상하지만 성장주를 늘리지 못한 투자자들은 애플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4.3.28

매경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