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여름 랠리 가능성

bondstone 2024. 5. 22. 14:12

[Wealth Management] 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여름 랠리 가능성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KB증권 S&T부문 상무/ 경제학박사

요약
인공지능 (AI)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 기기들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과 PC의 교체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학습’ 수요가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성장 기대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연산이 덜 필요한 AI ‘추론’ 시장이 더 빠르게 확장되면서,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사용자 기기 (edge devices)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엣지 AI (Edge AI) 시장의 확장 기대가 못지 않게 높아지는 중이다. AI 시장의 성장 기대를 높게 유지해줄 일정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이익 성장 기대는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신고점을 경신 중이지만, 성장성을 감안한 멀티플 부담은 높지 않다. S&P 500의 업종들 중 현재 EPS 성장률이 가장 높게 형성돼 있는 반도체/장비 업종의 경우, 성장성을 감안한 PEG 배율은 보험 업종 다음으로 가장 낮다. 악재는 통제되고 호재는 커지면서, 주식시장의 여름 랠리 (Summer Rally)를 기대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AI 기능을 탑재한 사용자 기기들의 출시로 교체 수요 기대 확대
반도체와 PC/노트북 경쟁은 ‘학습’에서 ‘추론’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상품이 이전 상품을 개선하고 수정하는 것에 그치면 교체 수요를 만들기 어렵기 마련이다. 반면, 이전에 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상품이 나오면 이전 상품은 ‘구형’이 되고, ‘구형’ 상품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교체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따라서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의 교체 수요가 뒤따른다.

인공지능 (AI) 기능을 탑재한 상품은 AI 기능이 없던 이전 상품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AI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 기기들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과 PC의 교체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AI ‘학습’을 통해 대규모 언어 모델 (LLM) 개발에 집중했던 시기를 지나, 이미 만들어진 LLM을 사용하는 AI ‘추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학습’ 수요가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성장 기대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연산이 덜 필요한 AI ‘추론’ 시장이 더 빠르게 확장되면서,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사용자 기기 (edge devices)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엣지 AI (Edge AI) 시장의 확장 기대가 못지 않게 높아지는 중이다. 따라서 AI 기능을 탑재한 사용자 기기로 교체하는 수요는 점차 커질 전망이다. 

지난 5월 21일 마이크로소프트는 퀄컴의 ‘스냅드레곤 X’를 탑재한 새로운 PC 상품군을 공개했다. 이 PC의 이름은 ‘코파일럿 플러스 PC’ (Copilot+PC)인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AI인 코파일럿 (Copilot) 실행에 최적화된 PC라는 의미다. 사용자가 코파일럿을 통해 실행하는 요청을 데이터센터로 보내서, 연산하지 않고 PC에서 직접 연산하는 사용자 기기 (edge devices)이다. Copilot+PC는 일주일 전에 OpenAI가 공개한 GPT-4o를 탑재하는데, 초당 40조회의 연산이 가능하면서도 저전력 기술을 통해 배터리는 하루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기존 상품과 크게 차별화된 새 상품이 나오면서, PC와 노트북 교체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에 AI PC가 5천 만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작년 PC 출하량은 2.4억 대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2.5억 대를 하회했다. 팬데믹 시기에 대폭 증가한 수요를 맞추다가 쌓인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2년 연속으로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2023년 4분기에는 전년 대비 0.8% 증가하면서 9개 분기만에 증가세로 반전되었다. AI PC는 PC 출하량 반등에 기여할 전망이다. 애플의 AI 기능이 눈에 띄게 강화된다면, 아이폰 교체 수요 기대도 함께 커질 것이다.

GPT-4o가 부추기는 인공지능 (AI) 경쟁으로 반도체 시장 확장 기대는 더욱 커질 전망
부진한 경제지표들이 경기 우려를 높이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번지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에는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할인율 (r)이 대폭 하락할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아도, 성장 기대 (g)는 높게 유지될 것이다. 한동안은 경기 우려가 높아질 수 있지만 침체를 걱정할 수준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금리 (r)가 대폭 하락할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인공지능 (AI) 시장의 성장 기대를 높게 유지해줄 일정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이익 성장 기대 (g)는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주에 OpenAI는 GPT-4o를 발표했다. 구글 검색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예상을 뛰어 넘는 음성인식 기능을 보여준 바 있다. API를 통한 이용 가격을 GPT-4의 절반으로 책정하면서 수요는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OpenAI는 GPT-4o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노고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는데, AI 시장에서 OpenAI의 초격차를 확인한 만큼 OpenAI가 의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 기대도 함께 높아질 전망이다. 애플의 시리 (Siri)는 GPT-4o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높은 수준의 음성인식 기능이 간절하게 필요한 애플이 데이터센터를 보강하기 시작하면 반도체 시장 확대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다.

S&P 500과 나스닥 신고점 경신, 증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적 서프라이즈
미국의 주요 지수인 S&P 500과 나스닥, 다우 지수 모두 신고점을 경신하는 중이다. 배경은 첫째, 경제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가 5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 (-) 구간에 머물고 있는 데, 기대치를 밑도는 경제지표와 달리 기업 실적 결과는 양호하다. S&P 500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에는 매출액보다 마진의 기여가 더 컸다. 매출액 서프라이즈 비율은 0.7%로 지난 4개 분기 평균 (1.4%)의 절반에 그쳤다. 반면 EPS (주당순이익) 서프라이즈 비율은 7.8%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EPS와 매출액 서프라이즈 비율의 차이는 마진 변화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차이를 통해 가늠해 본 1분기 마진 서프라이즈의 강도는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림1]. 최근 일부 경기민감주 실적 발표에서 언급된 저소득층 소비 여력과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 약화 등이 매출액 서프라이즈를 낮췄을 수 있지만, 기업들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EPS 서프라이즈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물가지수 (CPI)와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 부진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난 영향이다. S&P 500의 12개월 선행 P/E (주가수익배율)는 20.8배 수준인데, 올해 멀티플 고점인 21배에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어 가격부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높아진 이익 성장 기대를 감안한 멀티플은 그리 높지 않다. 혁신테크 기업들의 가치평가는 성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PEG 배율은 P/E를 특정 기간 동안의 EPS 성장률로 나눠서 계산한다. EPS (주당순이익) 성장률을 반영한 S&P 500의 PEG 배율은 현재 1.7배로 올해 저점 부근에 머물러 있는 중이다 [그림2].

S&P 500의 업종들 중 현재 EPS 성장률이 가장 높게 형성돼 있는 것은 반도체/장비 업종이다 [그림3]. 그러나 반도체/장비 업종의 PEG 배율은 보험 업종 다음으로 가장 낮다 [그림4]. 지난 일주일 동안에도 반도체/장비 업종의 이익 전망은 어플라이드 머리어리얼즈 (AMAT)의 실적 호조 등을 반영하면서 큰 폭으로 상향되었다. 22일 발표될 엔비디아의 실적 결과는 단기적으로 반도체/장비 업종의 이익 전망 상향 여부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의 매출액 서프라이즈와 가이던스 서프라이즈 강도는 조금씩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생성형AI 등장 이전에 비해 월등히 높은 매출액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대형기술주의 대규모 AI 투자 계획에 따른 수혜와 올해 GTC에서 공개한 블랙웰 플랫폼의 실적 기여 전망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1952년부터 대선이 열리는 해의 S&P 500의 월평균 수익률을 산출해보면 두 번의 상승기가 나타났는데, 6~8월에는 여름 랠리가, 11~12월에는 산타 랠리가 나타났다 [그림5]. 악재는 통제되고 호재는 커지면서, 주식시장의 여름 랠리 (Summer Rally)를 기대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림1] S&P 500 마진 서프라이즈  
자료: Factset consensus, KB증권

[그림2] S&P 500 밸류에이션 멀티플  
자료: Factset consensus, KB증권

[그림3] S&P 500 업종별 EPS 성장률, 가장 높은 반도체/장비 업종  
자료: Factset consensus, KB증권

[그림4] S&P 500 업종별 PEG, 가장 낮은 편에 속한 반도체/장비 업종  
자료: Factset consensus, KB증권

[그림5] 대선이 열렸던 해, 여름 랠리 기대가 높아질 전망  
자료: Factset, Bloomberg, KB증권 
주: 1952년부터 대선이 열리는 해의 S&P 500 월평균 수익률을 이용해 계산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 (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4.5.22

매경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