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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40% 폭락? 팔진 마라” 9600조 증발한 美증시 생존법 [머니스쿨⑧]
◇ 강의에 들어가며
확실히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자유무역 옹호와 자국 시장 개방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원조 ▶세계 경찰국가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자비롭고 예외적인 국가’ 역할을 던져버렸다.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택한 건 ‘미국 우선주의’다. 우방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을 시작했고, 이에 경제 불안감이 증폭하며 세계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미국 유력 매체 포춘은 “미국 경제가 나홀로 질주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이끌었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서 다른 곳으로 돈을 빼내려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11번가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 AFP=연합뉴스
도대체 미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앞으로 미국이란 최대 동맹국이자 초강대국을 믿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단 이틀 만(4월 3~4일)에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배인 9600조원이 날아가버린 뉴욕 증시에 계속 투자해도 되는 걸까. 지금부터 긴급 점검해보자.
◇ 제1강 : 경기 침체 걱정되는데 달러는 왜 약세?
🤔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네요. 제가 산 테슬라 주식 수익률이 올해 들어 -40%예요.
🧑🏻🏫 미국 증시, 그중에서도 특히 ‘매그니피센트7(M7)’라고 불리는 기술주들이 급락해 서학개미들의 손실이 더 커졌어요.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뉴욕 증시 대표 지수들이 5% 넘게 폭락한 날, 눈에 띄는 점이 있었어요. 보통 경기가 불안해 증시가 크게 떨어지면 안전자산인 달러는 올라요. 그런데 이번엔 달러도 크게 떨어졌어요.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금 가격은 급등했는데 말이죠.
🤔 왜 그런 거죠? 달러가 이제 안전자산이 아닌 건가요.
🧑🏻🏫 바로 맞혔네요. 트럼프 정부의 막무가내식 관세정책,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동맹국들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과 조롱…. 이런 모습들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아, 앞으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게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겁니다. 당연히 달러 수요도 줄어들고 있고요.
🤔 트럼프는 왜 저렇게 관세를 밀어붙여서 시장을 흔드는지 모르겠어요.
🧑🏻🏫 가장 큰 배경은 미국 정부의 부채(빚)와 재정적자가 폭발 직전이기 때문이에요. 미국 의회가 추정한 2025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재정 적자는 6.2%입니다. 2055년에는 부채비율만 봐도 GDP의 156%가 될 전망이죠. 문제는 이자로 나가는 돈이에요. 이자 지출이 2024년 처음으로 국방비를 넘어섰고, 내년(2026년)부터는 1조 달러(약 1487조원)를 넘어가게 돼요. 이자를 메우려고 계속 돈을 빌리며 다시 재정이 파탄나게 생긴 게 지금 미국의 현실이에요.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국 무역장벽 보고서(Foreign Trade Barriers)'를 들고 상호 관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그래서 해외 원조도 끊고, 다른 나라에 관세를 걷어 재정을 메우려나보네요.
🧑🏻🏫 그렇죠. 결국 미국은 정부가 쓰는 돈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아요. 2024년 기준으로 연방정부 지출 가운데 61%가 사회보장과 의료시스템 등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것들이에요. 여기에 이자 지출이 13%나 되죠. 결국 정부가 줄일 수 있는 지출 비중은 26%에 불과한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12%가 국방비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성부 (DOGE)가 공무원 인력을 줄이고 나섰지만 한계가 있는 겁니다.
🤔 그런데 미국은 적자를 봐도 달러가 기축통화라 큰 문제가 없지 않았나요?
🧑🏻🏫 그게 바로 기축통화국의 특권이었죠. 세계 경제가 달러를 중심으로 돌아가니 시장에는 늘 달러 수요가 있었고, 미국이 발행하는 채권은 늘 인기가 있었죠. 미국은 달러의 지위를 이용해 낮은 이자율로 쉽게 돈을 빌리고, 이렇게 빌린 돈으로 외국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수입해 미국에서 생산된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지낼 수 있었죠.
🤔 기축통화국이 무역적자까지 안 보겠다니, 둘 다 갖겠다는 건가요.
🧑🏻🏫 그래서 월가에선 ‘제2의 플라자 합의’설이 나와요. 미국이 재정적자-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과거 1985년 플라자 합의 때처럼 엔화나 원화 등 외국 통화가치를 높이길 요구하며 달러 약세를 유도할 거라고요. 트럼프의 별장이 있는 곳을 빗대 일명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라고 하죠.
🤔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 현실성은 낮아보여요. 1985년 때와 달리 미국이 상대하려는 나라는 중국이고, 미국도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엔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길 위험성이 너무 커요.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 간 협상보다는 관세와 안보를 무기로 ‘양자 간 협상’에 나설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100년 국채 전략’까지 회자되고 있어요. 미국이 상대방 국가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제로쿠폰(이자율 0%) 국채로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겁니다. 말 그대로 상대방 국가를 100년 동안 이자없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묶어두겠다는 거죠.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이게 전형적인 부실기업의 채무조정 절차예요. 기업이 빌린 돈의 이자도 갚기 어려워 부실 위험이 높아질 경우 채권단에 일정 기간 이자없이 기업의 회생을 기다리라는 거죠. 미국은 미 국채 보유국은 물론 동맹국들에 관세·안보, 달러 유동성 공급(스왑라인) 등 어떤 형태로든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 모든 조건에 취약해요. 그런 만큼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얼마만큼 취할지 면밀히 분석하고 준비해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 트럼프 기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달러의 매력이 줄어들 것 같아요.
🧑🏻🏫 실제로 미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어요. 달러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기면서 달러자산 보유에 따라오는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졌고, 미국에서 자본 유출 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저는 이게 경기 침체보다 더 심각한 위험이라고 봅니다. 미국에서 빠져나간 장기 채권자금은 2023년 890억 달러에서 2024년 2530억 달러로 약 3배 급증했고, 주식은 2023년 미미한 수준에서 2024년 1460억 달러가 이탈했습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71%에서 2025년 1분기 57%로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까운 미래에 달러의 대체 수단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투자자들은 서서히 달러 비중을 낮추고 금과 다른 통화들로 대안을 늘리고 있는 추세인 거죠.
◇ 제3강 : 서학개미, 투자는 어떻게 할까
🤔 미국 주식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갑자기 불안하네요.
🧑🏻🏫 일단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압도적인 기술 주도력에 의구심이 생겼죠. 실제로 생성AI 경쟁 2단계인 AI 비서(AI Agent)와 로봇(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중국은 위협적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어요. 이 와중에 트럼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그동안 미국에 쏠려 있던 글로벌 자금이 유럽과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이동 중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BofA)가 3월 설문조사해보니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한 달 전에 비해 미국 주식 비중을 40%포인트나 줄였다고 해요. 구체적으론 미국 자산과 주식, 기술주, 에너지 산업 비중을 줄인 반면 유로존, 영국, 신흥시장, 현금, 필수소비재 산업 비중을 늘렸습니다.
4월 8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근무 중인 트레이더. 이날 S&P500 지수는 5000선 아래로 떨어지며 약 1년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그래도 ‘미국 우선주의’정책을 펼치면 미국 산업은 좋아지지 않을까요?
🧑🏻🏫 자국 산업보호 정책이 장기적으론 오히려 자국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사례가 많아요. 중국을 규제했더니 딥시크가 나와버린 것처럼요. 미국만 해도 1970~80년대 미국 철강이 일본과 유럽의 저가 제품에 밀리자 반덤핑 관세, 긴급 수입 제한 등 자국 보호조치를 시행했어요. 이게 철강산업 전반의 구조개혁을 지연시키며 고비용 구조가 굳어져 결국 자동차·건설 등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어요. 보호주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자국산업을 지킬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과 혁신을 늦춰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게 과거의 경험입니다.
🤔 앞으로 미국 주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팔아서 정리해야 하나요.
🧑🏻🏫 이건 단기와 장기 전략을 나눠서 가야합니다. 단기적으론 미국 주식이 많이 떨어졌으니 오히려 더 사는 게 수익률 회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미국 중심의 자본질서가 재편되는 흐름인 만큼, 그동안 ‘100%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주식에만 투자했다’면 포트폴리오도 재편을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미국 주식의 경우 최근에 많이 떨어졌으니 지금 가진 것을 팔고 가는 게 아니라 개인퇴직연금(IRP) 등에 새로운 자금을 넣을 때는 이제부터 다른 곳으로 배분해 균형을 맞추면 됩니다.
🤔 미국 대신 어느 나라가 좋을까요.
🧑🏻🏫 핵심은 통화 기준으로 달러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자산은 분산하라는 겁니다. 미국 대신 유럽이냐 일본이냐, 이렇게 접근하기엔 다른 나라들도 엄청나게 대단한 경쟁력이 딱히 없습니다. 중국도 정치적 리스크가 늘 존재하고요. 그래서 누가 승자가 될지 명확지 않은 상황에선 결국 자산을 분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투자한 곳이 미국이 90%, 나머지가 10%였다면 미국을 50%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50%는 선진국(유럽·영국·일본), 신흥시장(중국 포함), 금, 비트코인 등으로 분산하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연금 같은 장기 투자 자산 중 해외 자산 대부분이 미국 테크주식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분산하는 걸 생각해 봐야 합니다.
2025.4.10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390
“테슬라 40% 폭락? 팔진 마라” 9600조 증발한 美증시 생존법 [머니스쿨⑧] | 중앙일보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택한 건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 정부의 막무가내식 관세정책,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동맹국들에 대한 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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