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안화 금리 상품의 진화

bondstone 2013. 12. 12. 02:52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위안화 금리 상품의 진화

 역외 금리 상승 등으로 환 오픈형에서 환 헤지형으로 전환 추세

 

위안화 예금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계은행 국내지점의 1년 만기 위안화 예금을 통해 국내 시중은행의 연 2.6~2.7%보다 훨씬 높은 연 3%대 초반 수준의 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헤지 과정에서 얻어지는 약 0.5%포인트의 추가 수익은 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위안화 예금 잔액은 41 7,000만달러로 지난달 대비 253,000만달러가 급증했다. 석달 만에 규모가 8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유사한 상품으로 수년 전에 인기가 있었던 딤섬본드 펀드가 있다. 이들은 모두 위안화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안화 예금 ABCP가 환헤지가 포함된 원화 확정수익 상품인 반면, 딤섬본드 펀드는 달러-원 환헤지만 수행하여 위안-달러 환율방향에 따라 투자성과가 달라지는 환오픈형 구조였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해외투자 성과를 결정짓는 두가지 요인은 해외자산 자체의 성과와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FX)손익이다. 통화간 금리차와 해당 선물환 사이의 불균형은 초과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환헤지 위안화상품 사례를 중심으로 금리차와 선물환 속에 내재된 투자기회를 살펴보자.

 

 

 

일단 자산유형에 따라 환헤지 형태는 달라진다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해외채권과 같은 고정금리형 상품의 경우엔 미래 현금흐름이 정해져 있으므로 헤지대상 금액은 사전에 결정되고 환헤지는 투자시점에 한번으로 충분하다. 이와 달리 해외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은 미래의 현금흐름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환헤지를 원할 경우 투자자산 가치의 변동에 따라 헤지대상 금액을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동적헤징(Dynamic Hedging)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환오픈형 전략: 눈에 보이는 수익에 투자한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1년 정기예금 등의 금리가 3%를 넘지 못하는 환경에서 해외 금리상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진다. 역외투자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서로 다른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가진 전세계 채권시장이 다양한 조합의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채권투자는 아주 단순한 관점에서 출발한다. 국내금리를 기준으로 저금리 국가와 고금리 국가로 이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이자를 더 주는 국가와 덜 주는 국가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교과서에서 배운 금리평형이론이 맞다면 차익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금리통화에 투자하면 해당통화가 금리차만큼 약해지고 저금리통화에 투자하면 금리차만큼 해당통화가 강해져서 결국 국내금리에 투자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도록 환율이 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른바 캐리트레이드를 하는 투자자는 고금리통화의 평가절하가 금리차만큼 나타나지 않았다는 통계적 사례에 의한 Forward Rate Bias 현상을 기대한다.

 

1년 만기 투자를 가정하고 브라질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원화대비 금리차는 8%에 가깝다. 1년 후에 브라질 헤알화가 원화대비 8% 이상 평가절하되지 않는다면 원화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8%라는 통화약세 허용폭은 절대값 기준으로 큰 값이지만 상대적인 크기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캐리트레이드 투자를 할 때는 통화약세 허용폭을 해당통화의 변동성으로 나눠서 표준화된 값의 비교를 통해 상대가치를 측정하게 된다. 절대값이 크더라도 변동성이 더 커서 표준화된 값이 작아진다면 캐리트레이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더구나 해당통화의 강세전망이 우세하다면 캐리트레이드는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환헤지형 전략: 초과수익이 가능할 때 투자한다

국내보다 낮은 해외금리상품에는 투자기회가 없을까? 미국금리에 투자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국내대비 2.5%포인트 가까이 낮은 금리는 투자매력이 거의 없어 보인다. 앞에서 설명한 해외투자성과의 두가지 요소 중 한가지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은 만기보유를 가정할 때 투자자가 금리차 이상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합리적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투자와는 당연히 거리가 있다.

 

여기서 잠시 환헤지 이론을 살펴보자. 이론적인 선물환율은 통화간 차익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형성된다. 따라서 저금리국가에 투자하는 경우 선물환은 금리차에 해당하는 해당통화의 강세(헤지수익)가 반영된다. 반대로 고금리국가에 투자하는 경우 선물환은 해당통화의 약세(헤지비용)가 반영되어 환헤지 후 성과는 국내금리와 같아진다. 그런데 만일 선물환 가격이 이론환율 값보다 강하게 형성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유동성 이슈나 일시적인 수급충격으로 이런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데 이 경우 유리한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 저금리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환헤지 과정에서 이론보다 높은 헤지수익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국내금리보다 높은 초과수익이 가능한 상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유동성 이슈나 수급충격과 관련된 국제뉴스가 나온다면 환헤지형 수익기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금리통화에 투자하는 경우 환오픈형인 캐리트레이드는 통화약세 허용폭 이상의 환율약세가 나타난다면 손실이 발생한다. 만일 선물환에서 헤지비용이 이론비용보다 작게 나타난다면 환오픈이 아니라 환헤지로 초과수익을 확정짓는 투자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선물환이 이론환율로 형성되더라도 위험채권의 금리가 국내의 동일 위험채권보다 더 높게 거래되고 있다면 환헤지로 초과수익이 확정된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역외투자자의 신용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엔 Korean Paper로 불리는 외화표시채권들이 종종 이러한 수익기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환오픈형에서 환헤지형으로 전환된 위안화 금리상품

위안화 금리상품은 딤섬본드 펀드처럼 환율강세를 추구하는 환오픈형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딤섬본드는 중국본토가 아닌 역외의 홍콩에서 위안화로 발행되는 채권을 부르는 별칭이다.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RQFII)와 같은 본토 직접투자 경로가 없었기에 역외위안화 투자수요가 집중된 홍콩의 금리(CNH)는 중국본토보다 금리가 훨씬 낮았다. 원화채권보다 금리가 낮은 이 상품은 기본적으로 환오픈형 캐리트레이드의 투자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그렇지만 위안화는 세계1위의 외환보유고, 견조한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안정적인 물가를 배경으로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위안화 강세는 컨센서스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보다 금리가 낮다는 불편함은 원달러 선물환 매도로 1.5%포인트 이상의 헤지수익이 추가되면서 해결되었다. 이렇게 부분(-달러) 환헤지를 통해 고금리 구조가 되면서 딤섬본드는 투자자를 불러모으는 환오픈형 위안-달러 캐리트레이드 상품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달러 이외의 통화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국내투자자는 투자시점에 원화에서 미 달러, 그리고 미 달러에서 해당통화로의 두 단계 환전을 거친다. 환헤지의 경우에는 해당통화-달러 선물환매도와 원달러 선물환 매도가 필요하다. 위안화 예금 ABCP는 위안-달러(USDCNH) 선물환 매도와 원달러 선물환 매도로 환헤지가 이루어졌다. 선물환율이 이론환율대로 형성되었다면 두 단계 선물환 매도를 거쳐 원화로 환산된 수익률로는 국내금리 이상의 초과성과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외 위안화시장의 두가지 변화는 위안화 금리상품을 환율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국내금리 이상을 제공하는 환헤지형 상품으로 진화시켰다. 중국계은행의 국내지점이 판매하는 위안화예금을 환헤지를 거쳐 원화 확정수익 ABCP로 상품화되었다.

 

 

 

첫째, 역외 조달금리의 상승이다. 유동성 이슈로 중국 역내금리가 상승하자 금리가 낮은 역외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증가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위안화 예금은 3% 초반의 본토수준 금리였다. 둘째, 위안화 환헤지 비용의 급락이다. 선물환(USDCNH) 매입비용이 연초대비 절반수준으로 하락하면서 0.5% 내외의 환헤지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홍콩 내 금리와 선물환 프리미엄의 움직임은 향후 초과수익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신동준 이사, 고은진 팀장

djshin@hanafn.com/ 3771-7509

 

 

2013.12.16

한경비지니스 제9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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