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 오른 이유부터 살펴봐라

bondstone 2013. 11. 21. 21:00

[마켓레이더] 금리 오른 이유부터 살펴봐라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3년 금리는 10월 23일 2.79%를 저점으로 한 달여 만에 약 0.20%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조금 길게 보면 금리는 여전히 좁은 박스권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4월 초 2.44%를 저점으로 급상승한 후부터는 국고채 3년 금리가 2.75~3.00%의 좁은 박스권에 6개월째 갇혀 있다. 금리가 3.00%를 깨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검해야 할 고민들이 있다.

 

첫째,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주식의 상승 배경은 에너지 혁명, 제조업 부활, 공장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스토리다. 과거에는 미국의 제조업지수 상승이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 수출 증가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변하는 초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거만큼 신흥국의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은행과 보험의 대출증가율이 수년 만에 반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 증가는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부채 증가속도가 훨씬 더 빠르며,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가 가장 많다는 사실은 부담 요인이다.

 

셋째,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경기보다는 물가를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는 나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은 신흥국들은 대체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물가가 낮은 선진국들은 디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더 완화적인 정책을 계획 중이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선진국보다 높지만 기울기가 약해졌고, 물가상승률은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 10대 그룹 상장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477조원에 달하며, 종합과세를 줄이기 위한 거액예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통화의 유통속도가 느려지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수요와 물가가 낮아지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기업들의 해외 생산 및 매출 비중 증가, 해외 공장 증설 등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그러나 국내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자금 이탈이 있지 않는 한 채권금리는 국내 상황에 더욱 민감한 법이다. 코스피의 삼성전자 효과처럼 경제지표나 소득, 부채 관련 지표에도 역시 착시효과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그 영향은 어떨 것인지를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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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이사]

 

매일경제

2013.11.22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1164556

 

아래는 원문

 

<마켓레이더> 금리를 둘러싼 세가지 고민
(2013.11.21)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국고3년 금리는 10월23일 2.79%를 저점으로 한달 여 만에 약 0.20%포인트가 올랐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우려가 배경이다. 그러나 조금 길게 보면 금리는 여전히 좁은 박스권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4월초 2.44%를 저점으로 급상승한 후부터는 국고3년 금리가 2.75~3.00%의 좁은 박스권에 6개월째 갇혀 있다. 금리가 3.00%를 깨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점검해야 할 고민들이 있다.

 

첫째,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주식의 상승 배경은 에너지 혁명과 제조업 부활, 그리고 공장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스토리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공장 진출도 활발하다. 과거에는 미국의 제조업지수 상승이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의 수출증가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변하는 초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거만큼 신흥국의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 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은행과 보험의 대출증가율이 수년 만에 반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증가는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부채 증가속도가 훨씬 더 빠르며,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가 가장 많다는 사실은 부담 요인이다. 이른바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한 생계형 대출이 누적되면서 서민층과 중소기업들의 재무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출증가가 경기회복의 긍정적 시그널인지, 아니면 수요기반 약화의 부정적 시그널인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셋째,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경기보다는 물가를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는 나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은 신흥국들은 대체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물가가 낮은 선진국들은 디플레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더 완화적인 정책을 계획 중이다. 이론적인 적정금리 수준이 제로수준에 도달한 미국 연준조차도 기준금리 인상은 물론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할 정도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선진국보다 높지만 기울기가 약해졌고, 물가상승률은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 수요와 직결되어 있는 개인서비스물가도 바닥권에서 정체 중이다. 10대 그룹 상장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477조원에 달하며, 종합과세를 줄이기 위한 거액예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통화의 유통속도가 느려지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수요와 물가가 낮아지는 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기업들의 해외생산 및 매출 비중 증가, 해외 공장증설 등으로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자금이탈이 있지 않는 한 채권금리는 국내상황에 더욱 민감한 법이다. 코스피의 삼성전자 효과처럼, 경제지표나 소득, 부채 관련 지표에도 역시 착시효과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그 영향은 어떨 것인지를 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