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환율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 확산…위험 자산 비중 낮출 때
달러의 시대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작년 7월 버냉키 쇼크 당시의 고점은 물론 4년 내 최고치를 넘어서며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도 달러는 초강세였다. ‘버냉키 쇼크’라고 부르는 작년 가을의 달러 강세는 미 중앙은행(Fed)이 양적 완화를 축소(테이퍼링)할 것이라는 걱정에서 시작됐다. 2013년 6월 19일 당시 Fed 의장이었던 버냉키의 “양적 완화는 연내 축소를 시작해 내년 중반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달러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현재의 달러 강세도 Fed가 조만간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작년 가을과 올가을, 달러 강세의 배경은 크게 보면 모두 미국의 유동성 공급 축소 걱정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년과 올해, 달러 강세의 다른 점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도 두 가지가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투자 전략을 결정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첫째, 글로벌 경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작년 하반기는 미국 경제의 견조한 개선과 함께 유로존의 턴어라운드 스토리,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겹치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없었다. 비록 Fed가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유동성 공급을 줄여도 될 정도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라면 금융시장에는 나쁠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이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기준 금리 인상을 앞둔 긴장감으로 경기 개선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 은행의 자산 축소(디레버리징)가 지속 중인 유럽 경제는 둔화세가 완연하다. 일본 경제는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성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지난봄 이후 경기 저점에 대한 기대를 높이던 신흥국 역시 선진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다시 부정적 영향에 노출되는 모습이다. 신흥국의 주가는 펀더멘털 개선 없이 ‘기대’만으로 올해 저점 대비 이미 약 12%가 상승했다. 선진국 주식의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이제 신흥국 특히 남미 주식은 선진국만큼 비싸졌다.
환율 전쟁은 이러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산물이다. 주요국의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자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돈을 풀어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추는 경쟁에 돌입했다. 수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수요를 자국으로 가져오려는 의도다. 수입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디플레 압력도 낮출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Fed마저 기준 금리 인상을 늦추려고 시도하는 모습들이 관찰된다.
둘째,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의 차이다. 작년에는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때마다 중앙은행들이 어떻게든 판이 깨지는 것을 막아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이미 선진국은 기준 금리를 제로(zero)까지 내렸거나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를 도입했다. 미국의 국채·모기지증권, 유럽의 자산담보부증권, 심지어 일본의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매입까지 해봤다. 그런데도 글로벌 경제는 속 시원히 회복되는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통화정책만으로는 저성장과 저물가의 고착이라는 구조적인 경기 부진을 탈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최근 계속해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정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수년째 재정 긴축에 나서고 있는 각국 정부가 다시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만큼 금융시장이 나빠져야 마지못해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는 위험신호다.
달러의 초강세와 유로 및 엔화로 대변되는 여타 통화의 약세는 경기와 정책의 차이에 기인한다. 글로벌 경기를 감안할 때 강약은 있겠지만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경기에 민감한 위험 자산 비중을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작년에는 ‘미국 경제가 가장 좋다.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된다’라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면 올해는 미국의 경기 개선 속도가 다소 감속되는 상황에서 ‘유럽과 일본 경제가 나쁘다’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고 있는 국면에서는 경기에 민감한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중을 낮추되 주식 자산 중에서는 신흥국과 국내 주식을, 채권 자산 중에서는 채권 중에서 주식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하이일드의 비중을 잠시 줄여갈 필요가 있다.
달러 자산 늘리고, 국내는 채권 위주로
물론 경기가 바로 하강 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의 개선 흐름은 점점 더 완만해지겠지만 정책의 힘으로 그래도 내년까지는 긍정적인 방향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위험 자산 중에서는 경기 측면에서 가장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 주식이 가장 매력적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경기는 좋지 않지만 저평가돼 있는 중국·대만·싱가포르·홍콩·일본 등이 속해 있는 아시아 주식이 그나마 낫다. 아쉽게도 국내 주식은 이들 만큼 저평가돼 있지 못하다. 선진 유럽은 북미보다 비싸졌다.
셋째, 환율 전쟁을 피해 갈 수 있는 원화 자산 중에서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 국내 채권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추가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지금은 펀더멘털에 맞는 적정 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환율을 통해 다른 나라의 수요를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는가의 싸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920원 수준으로 하락하고 중국이 기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1~2차례 더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장·단기 금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달러 자산의 비중 확대 외에도 해외투자 시 달러 비중이 낮은 상품은 피해야 한다. 해외투자 상품은 주식과 채권 등 글로벌 인덱스에 투자하고 원·달러 환율은 헤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글로벌 인덱스는 달러로 환산해 기준가를 산출하고 국내 투자자는 이 인덱스를 원·달러 환율로 헤지해 최종 수익률을 얻게 된다. 인덱스에 달러 외 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은 달러가 강세일 때 이를 달러로 환산한 인덱스 수익률이 부진한 것이 많다. ETF 중에서 글로벌 리츠나 글로벌 투자 등급 회사채가 이에 속한다.
다섯째, 원자재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원자재는 매력적인 레벨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자재가 달러로 호가돼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 때 원자재 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
2014.10.22
한경비지니스 제985호
아래는 원문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환율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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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과 올해 가을, 달러강세의 공통점과 다른점
달러의 시대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작년 7월 버냉키 쇼크 당시의 고점은 물론 4년래 최고치를 넘어서며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유로와 엔화가치는 급락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는 5월 고점 이후 8% 이상 하락했으며, 엔화도 110엔을 넘나드는 등 폭락하며 6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작년 가을에도 달러는 초강세였다. ‘버냉키 쇼크’라고 부르는 작년 가을의 달러강세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양적완화를 축소(테이퍼링)할 것이라는 걱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1. 달러인덱스 4년래 최고치, 원/엔 환율은 6년 만에 최저치
자료: Bloomberg, 하나대투증권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도 두가지가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투자전략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첫째 글로벌 경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작년 하반기는 미국경제의 견조한 개선과 함께 유로존의 턴어라운드 스토리, 그리고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겹치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없었다. 비록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나선다 하더라도, 미국경제가 유동성 공급을 줄여도 될 정도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라면 금융시장에는 나쁠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이 있다. 미국경제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긴장감으로 경기개선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 은행의 자산축소(디레버리징)가 지속 중인 유럽경제는 둔화세가 완연하다. 일본경제는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성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지난 봄 이후 경기저점에 대한 기대를 높이던
그림 2.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의 개선속도 둔화 자료: OECD, 하나대투증권
주: EM6는 대표적인 6개 신흥국으로 BRICs 4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인도네시아, 남아공
환율전쟁은 이러한 글로벌 경기둔화의 산물이다. 주요국의 내수부진이 장기화되자,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돈을 풀어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추는 경쟁에 돌입했다. 수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수요를 자국으로 가져오려는 의도다. 수입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디플레 압력도 낮출 수 있다. 달러강세가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연준마저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려고 시도하는 모습들이 관찰된다.
둘째,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의 차이다. 작년에는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때마다 중앙은행들이 어떻게든 판이 깨지는 것은 막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작년 가을에는 연준이 테이퍼링으로 글로벌경제를 둔화시킬 의도가 없는 한, 버냉키 쇼크의 혼란은 위험자산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인식도 있었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의 S&P500지수는 버냉키 쇼크 직후 1,560포인트에서 올해 2,019포인트까지 무려 30%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이미 선진국의 기준금리는 제로(zero)까지 내렸거나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도 도입했다. 국채나 모기지증권(미국), 자산담보부증권(유럽), 심지어 주식ETF(일본) 등의 매입까지 해봤다. 그런데도 글로벌 경제는 속시원히 회복되는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통화정책만으로는 저성장과 저물가의 고착이라는 구조적인 경기부진을 탈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총재가 최근 계속해서 “통화정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정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수년째 재정긴축에 나서고 있는 각국 정부가 다시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만큼 금융시장이 나빠져야 마지못해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는 위험신호다.
환율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
달러의 초강세와 유로 및 엔화로 대변되는 여타 통화의 약세는 경기와 정책의 차이에 기인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개선을 바탕으로 금리인상을 준비 중이고, 여타 국가들은 부진한 경기의 여파로 더 돈을 푸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경기를 감안할 때, 강약은 있겠지만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몇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경기에 민감한 위험자산 비중은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작년에는 ‘미국경제가 가장 좋다.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된다’라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면, 올해는 미국의 경기개선 속도가 다소 감속되는 상황에서 ‘유럽과 일본경제가 나쁘다’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달러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고 있는 국면에서는 경기에 민감한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낮추되 주식자산 중에서는
물론 경기가 바로 하강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각국은 재정긴축 기조는 유지한 채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와 환율 조정을 통한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내년부터는 개선된 재정수지를 바탕으로, 수요부진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긴축 속도의 완화가 병행되는 수순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의 개선흐름은 점점 더 완만해지겠지만 정책의 힘으로 그래도 내년까지는 긍정적인 방향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위험자산 중에서는 경기측면에서 가장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주식이 가장 매력적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경기는 좋지 않지만 저평가되어 있는 중국, 대만, 싱가폴, 홍콩, 일본 등이 속해 있는 아시아 주식이 그나마 낫다. 아쉽게도 국내주식은 이들만큼 저평가되어 있지 못하다. 선진유럽은 북미보다 비싸졌다.
셋째, 환율전쟁을 피해갈 수 있는 원화자산 중에서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 국내채권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지금은 펀더멘털에 맞는 적정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환율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수요를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는가의 싸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원/100엔 환율이 920원 수준으로 하락하고,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1~2차례 더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장단기금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이다.
넷째, 달러자산의 비중확대 외에도 해외투자시 달러 비중이 낮은 상품은 피해야 한다. 해외투자 상품은 주식과 채권 등 글로벌 인덱스에 투자하고 원/달러 환율은 헷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글로벌 인덱스는 달러로 환산하여 기준가를 산출하고 국내 투자자는 이 인덱스를 원/달러 환율로 헷지하여 최종 수익률을 얻게 된다. 인덱스에 달러 외 투자비중이 높은 상품의 경우, 달러강세시 이를 달러로 환산한 인덱스 수익률은 부진한 경우가 많다. ETF 중에서 글로벌 리츠나 글로벌 투자등급 회사채의 경우가 이에 속한다.
다섯째, 원자재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원자재는 매력적인 레벨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자재가 달러로 호가되어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강세 시에 원자재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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