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이 또 금융 위기에 빠진다고?

bondstone 2015. 12. 17. 13:19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한국이 또 금융 위기에 빠진다고?

위기보다 장기 불황이 더 걱정..원화 약세 베팅이 지금은 '정답'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2월 16일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0.25~0.50%로 0.25bp(1bp=0.01% 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을 시작한 것은 2004년 6월 이후 11년 만이며 2008년 이후 7년 만에 제로 금리를 탈출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일말의 불안감은 미 중앙은행(Fed)의 성명서와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연설을 통해 완화됐다. 성명서에는 “향후 금리 조정 시기와 폭은 실현 및 예상되는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며 오로지 점진적으로(only gradual) 인상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더구나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이러한 자신감과 함께 유연성을 함께 제시하며 큰 혼란 없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기대 인플레는 하락했다. 물가가 예상대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다. 예견하지 못한 충격으로 경기 침체 위험이 발생하면 다른 중앙은행들이 그랬듯이 정책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정책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일찍 올리고 그러나 천천히 인상할 것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10%에 불과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이너스 금리 등 대응책은 충분하다”며 보험적 유연성도 잊지 않았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은 “뚜렷한 노동시장 개선에 따라 임금 상승이 예상되며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가 멈추기만 해도 물가는 오를 것”이라는 옐런 의장의 물가 상승에 대한 합리적 확신에 의구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WTI)는 FOMC 당일에도 4.9%나 급락했다. 미국이 원유 수출을 결정했고 조만간 이란의 원유 공급도 재개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재정과 외화보유액은 악화되고 있지만 원유 공급 증가로 유가의 반등 시점은 점점 더 늦춰지고 있다. 달러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쿠에이트·바레인·홍콩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동반해 0.2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즉각 단행했다. 특히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국제 유가 폭락에 따른 관련 기업들과 하이일드, 산유국들의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적 금리 인상’의 사상 첫 사례

(데스크에서 해석을 잘못 하신 것 같네요.원래 소제목은 "경기정점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첫 사례"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둘러싼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눈에 띈다. 하나는 미국 경제가 좋아 단행하는 금리 인상이기 때문에 주가와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다. 또 하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림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러면 결국 장기금리도 상승해 부채가 많은 한국 경제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 시각 모두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11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는 만큼 그렇게 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 금리 인상은 경기 정점 부근에서 시작하는 첫째 사례이며 그렇기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먼저 첫째 시각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는 미국 경제의 정점(2016년)을 앞두고 금리 인상에 나서는 최초의 사례다. 1990년대 이후 세 차례 금리 인상은 모두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강하게 뚫고 올라가던 시기에 시작됐다. 당연히 주가와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는 기준선을 강하게 하향 돌파 중이다. 예전 같으면 금리를 인상하다가 멈춰야 하는 시기다.

 

금리 인상은 2014년 1월부터 시작된 테이퍼링(tapering)의 연장선에서 생각해야 한다. 가장 완화적인 수준에서 덜 완화적인 수준으로 2년을 왔다. 과거 세 차례 금리 인상의 최대 기간은 25개월이었다. ‘경제가 좋아서 단행했던’ 테이퍼링 당시 주가와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과거와 달리 Fed는 미국 경제가 8부 능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 변동성은 어쩔 수 없을 듯

금리 인상이 드디어 시작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이미 마무리 단계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 수준은 내년 말 최대 0.7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마무리 단계에서 주가는 고점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며 장·단기 금리 차는 축소된다. 장기금리는 하락한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의 투자 전략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시각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최근 “다시 한국 경제에 금융 위기가 온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온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들린다. 이제는 낙관적으로 보는 시장 참여자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 상위 계층의 양호한 현금 흐름으로 향후 1~2년 한국 경제는 금융 위기보다 경기 둔화의 장기화 위험이 더 높아 보인다.

 

첫째, 예전처럼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향후 2년간 약 2.00% 포인트 가까이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0.50% 포인트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Fed의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압박할 만큼 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통화 완화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행만 미국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 셋째, 부채 축소(디레버리징)가 끝난 선진국 경제는 경기 둔화기에 진입하더라도 과잉투자나 과열이 거의 미미했기 때문에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상당한 부채가 쌓여 있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받는 충격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넷째, 설령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래의 성장 둔화를 반영해 장기금리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의 신용 등급은 하향되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을 고수해 온 한국 정부의 신용 등급은 여전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중이다. 즉 기업(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은 이탈하겠지만 정부(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이탈 명분은 약하다. 다섯째, 민간에서도 상위권 기업과 가계(거액 자산가)의 현금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우리가 가진 양호한 재정과 현금 흐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이후에 금융 위기가 다시 올 리스크도 분명히 꽤 높다. 하지만 그것에 대비해 지금 포트폴리오를 짜기에는 너무 이르다.

 

향후 1~2년 달러 대비 원화는 약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달러뿐만 아니라 선진 통화 표시 자산을 늘려갈 필요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달러당 1150원에 달러당 125엔이면 달러보다 엔을 사는 게 더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장기채 매도는 상당한 기회 손실의 위험이 있다. 장기채 매도는 적어도 은행의 신용 등급이 한두 단계 하향 조정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

 

2015.12.23

한경비지니스 1047호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2&nkey=2015122101047000051&mode=sub_view

아래는 원문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미국 금리인상 이후 상반된 두가지 생각

(2015.12.17)



미국 금리인상, 자신감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혼란없이 시작 

12월1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25~0.50%로 0.25bp 인상했다. 금리인상을 시작한 것은 2004년 6월 이후 11년 만이며, 2008년 이후 7년 만에 제로금리를 탈출하게 되었다. 


만장일치였으며 12월에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도 부합했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그랬듯이, 금융시장은 이번에도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표현한 점도표가 훨씬 더 완화적(dovish)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발표된 점도표는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네차례씩의 금리인상 전망을 반영하고 있었다. 2016년말은 1.375%로 9월말과 같았고, 2017년은 2.375%로 9월보다는 낮아졌지만 0.25%p 낮추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상당히 매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망치였다.


그림. 점도표: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

자료: 연방준비제도



그러나 이러한 일말의 불안감은 연방준비제도의 성명서와 옐런 의장의 연설을 통해 완화되었다. 성명서에는 “향후 금리조정 시기와 폭은 실현 및 예상되는 경제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며 오로지 점진적으로(only gradual) 인상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더구나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금리인상은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어 “대외경제는 취약하지만 미국경제는 괜찮다. 금리인상은 미국경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므로 신흥국에도 좋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 비해 신흥국의 상황도 개선되었다”며 자신감을 피력하였다.


옐런은 이러한 자신감과 더불어 유연성을 함께 제시하며 큰 혼란없이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기대인플레는 하락했다. 물가가 예상대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다.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발생하면 다른 중앙은행들이 그랬듯이 정책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정책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일찍 올리고, 그러나 천천히 인상할 것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은 10%에 불과하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마이너스 금리 등 대응책은 충분하다”라며 보험적 유연성도 잊지 않았다.


다만, 시장참여자들은 “뚜렷한 노동시장 개선에 따라 임금상승이 예상되며, 유가하락과 달러강세가 멈추기만 해도 물가는 오를 것”이라는 옐런의 물가상승에 대한 합리적 확신에 의구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국제유가(WTI)는 FOMC 당일에도 4.9%나 급락했다. 미국이 원유수출을 결정했고, 조만간 이란의 원유공급도 재개된다.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의 재정과 외환보유고는 악화되고 있지만 원유공급 증가로 유가의 반등 시점은 점점 더 늦춰지고 있다. 달러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와 쿠에이트, 바레인, 홍콩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동반하여 0.25%p의 금리인상을 즉각 단행했다. 특히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중동국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관련 기업들과 하이일드, 산유국들의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경기정점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첫번째 사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을 둘러싼 두가지 상반된 시각이 눈에 띈다. 하나는 미국경제가 좋기 때문에 단행하는 금리인상이기 때문에 주가와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다. 또 하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림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으며, 그러면 결국 장기금리도 상승하여 부채가 많은 한국경제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다. 언론을 보면 최근에는 전자에서 후자로 논조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가지 시각 모두 장기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11년만에 금리인상에 나서는 만큼 그렇게 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코너를 통해 여러 차례, 지금의 미국 금리인상은 경기정점 부근에서 시작하는 첫번째 사례며, 그렇기 때문에 금리인상 속도와 폭은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한국의 장기금리는 상승한다는 것이 ‘글로벌 컨센서스’이자 현실이다. 여전히 아니다.


먼저 첫번째 시각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는 미국경제의 정점(2016년)을 앞두고 금리인상에 나서는 첫번째 사례다. 1990년대 이후 세차례 금리인상은 모두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강하게 뚫고 올라가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당연히 주가와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는 기준선을 강하게 하향돌파 중이다. 예전 같으면 금리인상을 하다가 멈춰야 하는 시기다. 


금리인상은 2014년 1월부터 시작된 테이퍼링(Tapering)의 연장선에서 생각해야 한다. 가장 완화적인 수준에서 덜 완화적인 수준으로 2년을 왔다. 과거 세차례 금리인상의 최대기간은 25개월이었다. ‘경제가 좋아서 단행했던’ 테이퍼링 당시 주가와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과거와 달리 연방준비제도는 미국경제가 8부 능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금리인상에 나섰다.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금리인상이 이제 드디어 시작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이미 마무리 단계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수준은 내년말 최대 0.7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인상 마무리 단계에서 주가는 고점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며 장단기 금리차는 축소된다. 장기금리는 하락한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의 투자전략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금융위기보다는 경기둔화 장기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두번째 시각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최근 “다시 한국경제에 금융위기가 온다, IMF가 온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들린다. 이제는 낙관적으로 보는 시장참여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 상위계층의 양호한 현금흐름으로 향후 1~2년 한국경제는 금융위기보다 경기둔화의 장기화 위험이 더 높아 보인다.


첫째, 과거와 달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향후 2년간 약 2.00%p 가까이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0.50%p 내외에 그칠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압박할 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통화완화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행만 미국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 셋째,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끝난 선진국경제는 경기둔화기에 진입하더라도 과잉투자나 과열이 거의 미미했기 때문에 완만할 것이다. 물론 상당한 부채가 쌓여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이 받는 충격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그림. 한국정부의 재정, 전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수준

자료: IMF


넷째, 설령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래의 성장둔화를 반영하여 장기금리는 하락할 것이다. 민간의 신용등급은 하향되고 있지만 재정건전성을 고수해 온 한국정부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상향조정되고 있는 중이다. 즉 기업(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은 이탈하겠지만 정부(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이탈 명분은 약하다.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 세율 인하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민간에서도 상위권 기업과 가계(거액자산가)의 현금흐름은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우리가 가진 양호한 재정과 현금흐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이후에 금융위기가 다시 올 리스크도 분명히 꽤 높다. 그러나 그것을 지금 대비하여 포트폴리오를 짜기에는 너무 이르다. 모두 현금화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의미도 없다.


향후 1~2년 달러대비 원화는 약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달러 뿐 아니라 선진통화표시 자산을 늘려가는 대응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달러-원 1,150원에 달러-엔 125엔이면 달러보다는 엔을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또 하나, 장기채 매도는 상당한 기회손실의 위험이 있다. 장기채 매도는 적어도 은행의 신용등급이 한두단계 하향조정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