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경제 위기론과 달러자산 투자

bondstone 2015. 12. 23. 03:42

한국경제 위기론과 달러자산 투자
(2015.12.22)


일방적인 달러강세 컨센서스, 달러자산 투자가 불안하다?
12월1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25~0.50%로 0.25bp 인상했다. 2008년 이후 7년 만에 제로금리를 탈출한 그날 오후,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다.

 

“미국경제가 좋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따라서 향후 시장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달러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컨센서스다. 지금까지는 달러자산에 투자한 결과가 좋았다. 그러나 모두가 달러강세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모두가 한 방향을 말할 때는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갔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달러’에도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 ‘달러강세’라고 말할 때는 달러인덱스를 의미한다. 달러인덱스란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지수화 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달러강세’는 원화에 대한 상대가치 개념이다. 즉 원/달러 환율의 상승(원화약세)이다.

 

문제는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달러강세’가 나타날 때도 원/달러 환율은 거의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달러강세를 촉발한 2013년 5월 버냉키 쇼크 이후 2년 반 동안 달러인덱스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는 18.4%나 강세였지만, 원화에 대해서는 4.3%의 소폭 강세에 그쳤다. 반면 신흥국통화에 대해서는 28.6%의 초강세를 나타냈다.

 

그림1. 달러강세의 차별화 
자료: OECD, Bloomberg, 하나금융투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더 완만할 것
‘환율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최근 수년간 환율은 각국 간의 경기상황과 통화정책의 차이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따라서 달러강세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미국경제의 상대적인 강도와 기준금리를 포함한 통화정책 전망이 중요하다. 미국경제가 강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수록 달러는 강해진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을 둘러싼 시각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미국경제가 좋기 때문에 단행하는 금리인상이므로 주가와 시장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며, 또 하나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조만간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금리도 상승하여 부채가 많은 한국경제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다. 언론의 논조는 최근 전자에서 후자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시각 모두 속도는 느리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경제의 정점(2016년) 부근에서 금리인상에 나서는 첫번째 사례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세차례 금리인상은 모두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강하게 뚫고 올라가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당연히 주가와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는 기준선을 강하게 하향돌파 중이다. 예전 같으면 금리인상을 하다가 멈춰야 하는 시기다.

 

금리인상은 2014년 1월부터 시작된 테이퍼링(Tapering)의 연장선에서 생각해야 한다. 가장 완화적인 수준에서 덜 완화적인 수준으로 2년을 왔다. 통화정책 수단이 테이퍼링에서 금리인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과거 세차례 금리인상의 최대기간은 25개월이었다. ‘경제가 좋아서 단행했던’ 테이퍼링 당시 주가와 시장금리는 상승했다. 과거와 달리 연방준비제도는 미국경제가 8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나섰다.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단계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2016년말까지 1~2차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달러인덱스의 강세 역시 추가 금리인상이 선반영되는 2016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이다.

 

금리인상의 마무리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주가는 고점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점과 저점을 순차적으로 낮춰간다.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차이는 축소된다. 환율전망을 포함한 미국 금리인상 이후의 투자전략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그림2. 미국 금리인상은 과거 경기개선 초기에 시작 
자료: OECD, Bloomberg, 하나금융투자

 

 

원/달러 환율은 2016년 상반기 중 1,200원을 상회할 것
달러인덱스의 강세속도가 완만해지더라도 원/달러 환율은 다소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 중 1,200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화강세로 수출경쟁력은 상실되었고, 과다부채에 따른 구조적인 소비부진으로 내수회복은 어렵다. 90년 이래 첫 2년 연속 매출감소로 대기업의 성장은 멈췄다. 상장기업의 약 35%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며 부도위험은 크게 증가했다. 향후 한국경제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국면이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경제에는 금융위기에 빠질 것이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들린다. 이제는 낙관적으로 보는 시장참여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나 향후 한국경제는 극단적인 금융위기보다 경기둔화의 장기화 위험이 더 높다. 과거와 다른 몇가지 완충(buffer)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끝난 선진국경제는 과잉투자나 과열이 미미했다. 경기개선 과정이 그랬듯이 향후 경기둔화 역시 상당히 완만할 것이다. 물론 과다부채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의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둘째, 민간의 신용등급은 하향되고 있지만 균형재정을 고수해 온 한국정부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상향조정되고 있다. 외국인도 과거와 다를 것이다. 기업(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은 이탈하겠지만 정부(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이탈 명분은 약하다. 셋째, 민간의 하위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상위 기업과 가계(거액자산가)의 현금흐름은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 넷째,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통화완화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행만 미국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 설령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다면 미래의 성장둔화를 반영하여 시장금리는 즉각 하락할 것이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의 우려대로 지난 2년 반 동안 강세였던 ‘달러인덱스’는 컨센서스와 달리 향후 강세 속도가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던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유럽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QE)도 상당부분 선반영된 만큼, 이제는 달러자산 뿐 아니라 엔, 유로 등 선진통화표시 자산을 함께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 1,150원에 엔/달러 환율 125엔이라면 달러보다는 엔을 사는 것이 더 낫다.

 

물론 향후 1~2년 동안 우리가 가진 양호한 재정과 현금흐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이후에 금융위기 시나리오에 빠질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그 부분을 우려하는 투자자라면 달러를 포함한 선진통화표시 자산 포트폴리오로의 분산은 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 숭실대 겸임교수
djshin@hanafn.com/ 3771-7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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