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0년대는 미국 기술주, 2020년대의 성장주는?

bondstone 2020. 7. 21. 17:44

[Wealth Management] 2010년대는 미국 기술주, 2020년대의 성장주는?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팬데믹 이후 전세계 증시를 이끌던 미국 대형 기술주의 상승세가 주춤하다. 기술주로 과도한 쏠림에 대한 경계심과 백신 개발 기대로 그동안 비대면 (untact) 산업에 비해 뒤쳐졌던 전통산업들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 기업들에게 성장 주도권을 빼앗긴 유로존 리더십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미국 역시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고용없는 성장’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기술 기업 규제를 통해 IT에서 기후변화 대응 산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표 성장주의 장기 상승추세에는 유지될 것이다. 다만, 기술주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 산업이 성장동력의 양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도한 쏠림 해소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국 기술주의 상승세 둔화

미국의 대표지수인 S&P500과 다우 산업지수는 3월 저점 이후 7 20일까지 각각 45%, 43% 상승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7% 급등하며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7 10일 이후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나스닥 종합 지수는 2.1% 상승에 그치며 각각 3.8%, 3.2% 상승한 다우 산업 지수와 S&P500 지수에 비해 조금 뒤쳐지는 중이다. 업종별로 나눠보면 분위기는 더 뚜렷하다. S&P500 11개 업종 중에서 그동안 성장주로 분류되며 시장을 주도하던 IT, 커뮤니케이션서비스, 경기소비재 등 범 IT 업종의 성과는 모두 S&P500 지수보다 덜 올랐다. IT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포함되어 있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는 페이스북과 구글 알파벳, 넷플릭스 등이, 경기소비재에는 아마존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기간 애플을 제외한 다섯개 종목은 평균 0.3% 상승에 그쳤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 대형 기술주의 상승 탄력 둔화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기술주로의 과도한 쏠림에 대한 경계심이 나타나고 있다. BoA메릴린치의 7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술주는 이번 달에도 가장 몰려 있는 거래 (the most crowded trade)’로 꼽혔다. 미국 기술주를 꼽은 비율은 74%, ‘가장 몰려 있는 거래를 조사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둘째,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모더나社 등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들이 늘어나면서 경제를 다시 열게 되었을 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항공주와 자동차, 산업재와 소재, 에너지, 금융 등 그동안 비대면  (untact) 산업에 비해 뒤쳐졌던 경기민감주 또는 전통산업의 반등이 강하게 나타났다.

 

기술주의 장기 상승추세 재점검

그렇다면 기술주의 상승세는 끝물일까? 기술주의 상승세를 가로 막을 수 있는 위험 요인은 규제다. 현재 배팅사이트에서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60%를 상회한다. 현재 민주당은 하원, 공화당은 상원에서 다수당인데, 이번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될 확률은 60%로 점쳐지고 있다. 대형 기술주의 상승세는 경쟁기업 인수와 자사주 매입을 제한할 경우,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경쟁기업 인수는 가격 담합과 함께 독점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기술 기업들은 경쟁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성을 유지해 왔다. 기술 업종의 경쟁 저하를 막겠다는 논리로 경쟁기업 인수를 제한할 경우, 기술주의 성장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발행주식수를 줄여서 순자산수익률 (ROE)과 주당순이익 (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들은 이익잉여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순자산 (자본)을 낮춰서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순이익 성장세가 약해지는 기업들이 주당순이익 (EPS)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고, 부채를 조달해서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기업의 자본 구조가 충격에 취약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기술주의 단기 상승세가 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IT 버블 당시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환경이다. 앞서 언급했던 6개 대형 기술 기업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36%에 달한다. 아마존의 주가는 연초 이후 73%,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34%씩 상승했다. 지수가 급등하면서 나스닥 종합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 (P/E) 34.6배로 지수 급락 직전인 26.3배에 비해 30%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IT 버블 당시보다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과도하게 높지는 않다. IT 업종의 12개월 선행 P/E는 현재 25.5배며, IT 버블 당시에는 56.8배까지 상승했다. IT 버블 당시에 비해 지금은 기술주의 실적 전망이 견고하여 성장성이 강한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경제성장 기대가 낮아지면서, 경기와 무관한 성장성을 보이는 기술 업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로 생긴 경제의 공백을 부채로 메우면서, 부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금리를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기술주와 같은 성장주에 긍정적인 환경이다. 단기적인 속도조절과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형 기술주의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성장동력의 또 다른 한 축은 기후변화 대응 산업이 될 것

7 21, 유럽연합 (EU) 정상들이 EU 회복기금에 합의했다. 나흘간의 회담 끝에 27개 회원국은 7,500억유로 회복기금 중에 3,900억유로는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대출로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은 재정긴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EU 회복기금으로 유로존의 재정지출과 투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전망이다.

 

EU 회복기금이 추구하는 투자의 핵심 중 하나는기후변화 대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복기금 7,500억 유로 중에 5,600억 유로를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화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는데, 지난 10년 간 미국의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 기업들에게 성장 주도권을 빼앗긴 유로존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차기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유럽 리더십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작년 유럽의 권력 지형이 대거 교체된 후, 유럽의회는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으며,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ECB) 총재도 기후변화 대응을 ECB의 우선과제로 선언한 바 있다.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산업 (탄소배출권, 저탄소생산기술), 교통/운송 (친환경자동차, 수소 대중교통시스템) 분야에서 정책 지원이 예상된다. 관련 업종의 비중이 높은 유로존 주식의 장기 수혜를 예상한다. EU 회복기금으로 EU 집행위원회의 정책 추진력이 높아지고 대규모의 투자가 집행되면서, 경제성장 기대와 함께 유로존 기업들의 이익증가 기대도 높아질 전망이다. 향후 성장동력은 기후변화 대응 산업에서 나올 것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달라질 성장주

정책 대응이 늦어진 미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주요 과제다.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경제 정책으로 내세웠다. 작년에 1.7조 달러의 기후변화 대응 예산을 설정하겠다고 했던 바이든 후보는 2조 달러로 금액을 높였다. 땜질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역사적 기회로 삼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민주당 진보진영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바이든 후보는 보다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2035년까지 전력생산에서 탄소배출을 없애고, 전기자동차와 탄소배출 없는 대중교통,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 등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기술 기업으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생기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전통적인 일자리를 더 빠르게 사라지게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고용창출을 위해 새로운 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사주 매입과 경쟁기업 인수 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IT에서 기후변화 대응 산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는 중국 중심의 신흥시장, 2010년대는 미국 기술 기업들이 성장주였다면, 2020년대의 성장은 기술기업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산업인 전통산업이 성장동력의 양 축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2020.7.21

KB GOLD&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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