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0년대는 미국 기술주, 2020년대의 성장주는 기후변화 대응 산업

bondstone 2020. 8. 30. 22:33

[똑똑투자] 2010년대는 미국 기술주, 2020년대의 성장주는 기후변화 대응 산업

신동준 Ph.D.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팬데믹 이후 대형 기술주 등 성장주의 랠리가 연일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 기업들에게 성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유로존 리더십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미국 역시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고용없는 성장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기술기업 규제를 통해 IT에서 기후변화 대응 산업으로 성장 동력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를 주도한 성장주가 중국과 신흥시장이었다면 2010년대는 미국 기술기업들이 성장주였고, 2020년대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기후변화 대응 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인식 변화, 경기침체의 극복, 초저금리와 확대된 재정정책 요구,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프로젝트, 빨라진 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은 주요국 정부들로 하여금 기후변화 대응에 지금 나서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대형기술주의 장기 상승추세 재점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가 역사상 가장 깊은 침체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성장주 랠리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지수인 S&P500과 다우 산업지수는 3월 저점 이후 8 31일까지 각각 56%, 53% 상승했고, 성장주가 다수 포함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2% 급등하며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연초 이후 상승률도 두드러진다. S&P500지수가 8% 상승에 머문 반면 나스닥 종합지수는 31%나 상승했다. 연초 이후 495% 급등한 테슬라를 제외하더라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성장주로 불리며 시장을 주도했던 6개 대형기술주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55%에 달한다. 아마존과 애플의 주가는 연초 이후 각각 87%, 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우 산업지수가 -0.4%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랠리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헬스케어 등 구조적 성장섹터의 향후 3년간의 성장성을 반영한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여전히 적정한 수준이다. 기술주의 경우 IT 버블 당시보다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과도하게 높지도 않다. IT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 (P/E)는 현재 26배이며, IT 버블 당시에는 54배까지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지금은 기술주의 실적 전망이 견고하여 성장성이 강한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경제성장 기대가 낮아지면서, 경기와 무관한 성장성을 보이는 기술 업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로 생긴 경제의 공백을 부채로 메우면서, 부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준이 저금리를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기술주와 같은 성장주에 긍정적인 환경이다. 미국정부의 추가 재정부양책은 결국 합의될 것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미국 대표성장주의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주의 상승세를 가로 막을 수 있는 위험 요인은 규제다. 이르면 9월 초에 대형 기술기업들에 대한 미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에서 반독점법 개정안 초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기업의 경쟁기업 인수와 자사주 매입 제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대형 기술주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시기다.

 

경쟁기업 인수는 가격 담합과 함께 독점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기술 기업들은 경쟁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성을 유지해 왔다. 기술 업종의 경쟁 저하를 막겠다는 논리로 경쟁기업 인수를 제한할 경우, 기술주의 성장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발행주식수를 줄여서 순자산수익률 (ROE)과 주당순이익 (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들은 이익잉여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순자산 (자본)을 낮춰서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순이익 성장세가 약해지는 기업들이 주당순이익 (EPS)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고, 부채를 조달해서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기업의 자본 구조가 충격에 취약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또 다른 한 축은 기후변화 대응 산업이 될 것

지구온난화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그런데 왜 지금 '기후변화'일까? 왜 지금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주목해야 할까?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메가 트렌드이다. 유럽은 지난 20년 동안 신흥국과 미국에게 뺏긴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2000년대 첫 10년은 중국에게 제조업 추격을 허용했고, 2010년대에는 미국의 대형기술주에게 성장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이후, 유럽 의회와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등 유럽의 주요 리더십은 모두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작년 말에는 EU 정상들이 그린 딜’ (European Green Deal)에 합의했는데,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인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55% 감축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7 21, 유럽연합 (EU) 정상들이 EU 회복기금에 합의했다. 나흘간의 회담 끝에 27개 회원국은 7,500억유로 회복기금 중에 3,900억유로는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대출로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EU 회복기금이 추구하는 투자의 핵심 중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코로나19 EU의 그린 딜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독일-프랑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EU 회복기금의 최소 30%를 기후변화 대응에 지출하기로 하면서 그린 딜 달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산업 (탄소배출권, 저탄소생산기술), 교통/운송 (친환경자동차, 수소 대중교통시스템) 분야에서 정책 지원이 예상된다. 관련 업종의 비중이 높은 유로존 주식의 장기 수혜를 예상한다.

 

정책 대응이 늦어진 미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주요 과제다. 마침 미국에서는 재정확장 정책을 선호하는 민주당이 대권과 의회권력을 쥘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좁혀지고 있지만, 주별 선거인단의 간접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구조를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전국 지지율 격차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여전히 높다. 바이든 후보는 7월에 향후 4년 동안 2조 달러를 환경에 투자하겠다는 대규모의 환경정책을 경제공약으로 내세웠다. 2035년까지 전력생산에서 탄소배출을 없애고, 전기자동차와 탄소배출 없는 대중교통,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 등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기술 기업으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생기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전통적인 일자리를 더 빠르게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고용창출을 위해 새로운 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사주 매입과 경쟁기업 인수 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IT에서 기후변화 대응 산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를 주도한 성장주가 중국과 신흥시장이었다면 2010년대는 미국 기술기업들이 성장주였고, 2020년대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기후변화 대응 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인식 변화, 경기침체의 극복, 초저금리와 확대된 재정정책 요구,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프로젝트, 빨라진 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은 기후변화 대응에 지금 나서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2020.9.4

KB골든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