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통화정책 시대와 경영자들의 심리 변화

bondstone 2022. 7. 5. 08:08

[Wealth Management] 새로운 통화정책 시대와 경영자들의 심리 변화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경기 침체 전망이 늘면서 경영자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기업 경영자들의 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조사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750명의 CEO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CEO Survey, 5월 10~24일) 결과, “각 기업들이 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가 내년 말 이전에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이 60%를 넘었다고 밝혔다. CEO와 CFO (최고재무책임자)의 15%는 '이미' 침체 상황이라고 응답했고, 올해 안에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응답 비중도 CEO가 43.3%, CFO가 23.8%나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가격과 투입원가 상승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에 집중하면서 위험 및 위기 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가격 전가, 비용 축소, 이익마진 축소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설문조사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전쟁에 의한 원자재 가격 상승보다 더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영자들이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냉전 시대처럼 경제 블록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지 묻는 문항에서 약 90%의 응답자가 그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외 정책의 도구로 무역제재와 보호무역주의가 더 자주 사용될 것이므로, 다른 나라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설문조사를 종합하면 글로벌 공급망은 흔들리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 불확실성이 가라 앉으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고용 확충 계획도 조용히 접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인 아마존과 월마트는 감원을 통해 시간당 근무하는 노동자 수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인디드에 따르면, 미국의 구인 건수도 줄고 있는데,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의 수혜로 고용을 많이 늘렸던 기술 업종뿐 아니라, 접객 부문에서도 구인 건수가 줄고 있다.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산시장의 변동성도 높게 유지되면서, 경영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구인공고를 내리거나 채용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발표가 아니더라도, 채용 진행을 늦추거나 사실상 멈추는 등 고용 확대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일할 사람을 오랜 기간 동안 찾고 있지만 쉽게 채워지지 않으면서, 꼭 이 자리를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용주들의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들도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이직을 시도하지 않는 등 고용시장의 무게 중심이 고용자에서 고용주로 이동하는 모습들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통화긴축에 대비해야 하는 시장
뉴욕 연방은행의 경제전망 모델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올해 4분기의 전년 대비 GDP 성장률은 -0.6%로 전망되어, 지난 3월 전망치 0.9% 대비 큰 폭으로 하향 수정되었다. 향후 10분기 동안 전년 동기비 GDP 성장률이 -1%를 한 번이라고 하회하는 것을 '경착륙'이라고 정의한다면, 이 확률은 80%로 추정되었다.

성장률 전망이 크게 낮아진 배경은, 공급 충격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긴축 전망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급측면의 문제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통화긴축이 향후 수 분기 동안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히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는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통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즉 실업률이 변동할 때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민감도가 금융위기 이후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에, 그동안 중앙은행들은 '낮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용시장을 충분히 과열시켜도 괜찮았다. 즉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는 과감한 통화‘부양’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과감한 통화‘긴축’이 필요하며 이는 실업률이 대폭 상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서, 파월과 연방준비제도 (Fed)는 고물가에 따른 혹독한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 이제는 경기 우려가 높아져도 통화긴축에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여는 새로운 통화정책의 시대
연준이 0.75%p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다음날, 스위스 중앙은행 (SNB)이 깜짝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로 0.50%p 인상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강한 긴축에 나섰다고 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0.25%p가 아닌 0.50%p로 시작한 것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더 광범위하게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화긴축에 나섰으며, 필요하다면 추가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안전통화인 스위스프랑 (CHF)으로 자금이 유입되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랬던 스위스 중앙은행이 0.50%p 기준금리 인상과 추가 인상 시사로 전환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 (ECB)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만약 스위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스위스프랑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수입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즉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전략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통화가치를 낮춰 저물가에서 벗어나고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소위 ‘환율전쟁’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고 통화가치를 높여 고물가에서 벗어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ECB가 예고대로 7월 0.25%p, 9월 0.50%p 인상에 나선다면 201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 저금리를 주도했던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종료될 전망이다. 

낮은 금리와 낮은 원자재 가격, 낮은 임금 등에 익숙해져 있던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계는 임금이 오르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 더구나 휘발유와 식품, 주거비용처럼 꼭 써야 하는 지출 항목들의 가격이 유난히 많이 오르고 있다. 향후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면, 수요 위축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위험이 있다. 수요가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보통 재고 조정 과정에서 이익률 압착이 나타나는데, 코스피의 이익률에 대한 기대도 눈높이를 낮추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기업과 가계의 약한 고리들 중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이다. 분산투자를 통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 구축이 여전히 중요한 시점이다.

202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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