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식 외에 다른 투자 대안이 “있는 (TARA)” 시기

bondstone 2022. 7. 25. 13:54

[Wealth Management] 주식 외에 다른 투자 대안이 “있는 (TARA)” 시기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초여름부터 걱정되는 추운 겨울
KB증권은 미국과 유로존, 한국 등 주요국의 경제 성장률이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 중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빠른 긴축 및 통화정책 불확실성, 기업들의 감원과 주문 취소 등이 경기 침체를 앞당기는 배경이다. 

미국경제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각각 전기대비 연율 -1.0%, -1.3%의 역성장을 전망한다. 다만 지금과 경제 환경이 비슷했던 1969~70년의 침체 시기와 비교해보면,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아직 높지 않아 이번 경기침체의 폭은 비교적 온건할 듯하다. 반면 에너지 불안이 해소될 조짐이 없는 유로존은 물가 상승과 긴축 우려로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침체에 가까워질 것이다. 한국경제도 1,300원대로 높아진 달러/원 환율은 수출에 우호적이나 선진국 소비가 둔화되면서 수출이 동반 감소할 것이다. 선진국들과 함께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에 각각 전기대비 -0.6%, -0.1%의 역성장을 예상한다. 중국 경제는 부양 정책이 대외 경기 불안을 일부 상쇄하며 2022년 3.7%, 2023년 4% 내외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역성장은 아니지만 3~4%대 수준의 저성장이 익숙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여부가 위험 요인이다.

투자은행인 BoA메릴린치의 7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 따르면, 경제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걱정도 극대화된 상태다.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응답률과 그렇지 않은 응답률의 격차가 금융위기와 팬데믹 당시 수준까지 상승했다. 전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과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역대 최소치를 경신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장기간 지속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데, 미국 국채 10년과 2년물 금리차는 7월 5일 역전이 시작된 이후 2006년 이후 최대인 -0.22%p까지 확대되었다.

기대 인플레가 낮아지면서 반등하는 주식시장
흥미로운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질수록 수요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아질 것이며, 결국 연준의 통화긴축이 장기간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영향으로 장기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반락하고 달러강세가 진정되면서 7월 중순 이후 주식시장이 힘을 내고 있다.

실제 7월 중순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9.1% 급등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틀 뒤 미시건 대학교에서 공개한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2.8%로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bp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후퇴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더 강한 통화긴축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이미 경기 둔화 조짐이 관찰되고 있어 통화긴축 강도를 계속 높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리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해 연말 약 3.75%까지 인상한 후 내년부터는 오히려 인하 사이클로 전환할 것이며, 2024년 상반기 말까지는 2.75%로 낮춘다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국채10년 금리도 6월 중순 고점 3.47%를 기록한 이후 7월 22일 현재 2.80% 아래로 내려왔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대폭 하락한 영향이다. 국제유가도 WTI 기준 100달러 아래로 다시 하락했다. 

인플레 상승 둔화는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
그러나 경기침체 전망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상승, 주거비 부담 등에 따라 인플레이션 상승률 둔화는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급이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수요가 증가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결국 공급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인플레이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공급 차질 이슈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서, 일반적인 경기사이클처럼 경기 하강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렵다.

첫째, 2018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이 무역분쟁 등으로 본격화된 이후,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이 한 공급망 내에 있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급망 간 호환성이 낮아지면서, 이는 기존 공급망의 효율을 낮추고 비용을 높였다.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공급 확대를 이끌어내지는 못한 가격 인상은 수요 위축으로 나타났다.

둘째, 2020년 이후 팬데믹은 상품 수요를 높여 공급망에 부담을 주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자의 이탈에 따른 공급 위축을 통해 비용 부담을 높였다. 이후에도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재확산될 때마다 경제봉쇄 조치가 단행되면서 공급의 안정성을 낮추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각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으나, 이동 제한으로 인해 노동력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셋째,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큰 비용이 치러지고 있는 점도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 (LCOE)이 화석연료에 비해 낮아졌고, 재생에너지는 계속 연료를 공급해야 하는 화석연료 발전 시스템과도 차별화된다. 그러나 화석연료 발전은 이미 시설투자가 완료되어 가동 중인 반면, 재생에너지는 시설투자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급망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넷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에너지와 곡물의 공급망에 부정적 충격을 주고 있다.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을 낮추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에너지 전환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에는 모두 소극적인 상태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생산이 즉각 늘지 못하면서 공급 비용을 높이고 있다.

다섯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품 가격과 경제적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했던 ‘아마존 효과’가 소멸되었다. 전통 기업들의 사업 영역을 빼앗아 성장하던 아마존도 운송 차질과 비용 상승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이외에 다른 투자 대안이 “있는 (TARA)” 시기
투자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주식 비중을 이미 많이 줄여둔 상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실제 7월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을 2001년 이후 최대치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채권 대비 주식 비중을 크게 줄여 놓았던 금융위기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의 비중도 많이 줄여 놓았다는 점이 다르다. 주식 투자자들은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초대형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발행어음의 6개월 금리가 3.95%에 달하는 시기다. 통화완화 환경에서 독보적인 성장성을 바탕으로 성장주가 강세를 보이며 '주식 이외에 대안이 없었던' (TINA, There is no alternative) 시기에서, 채권 금리의 매력이 높아져서 '주식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 (TARA, There are reasonable alternatives) 시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금리 매력과 함께 자본차익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채권 투자를 늘릴 시점이다.

[그림] 금융시장의 달라진 분위기, 기대인플레 하락이 배경  
자료: Bloomberg, KB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