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럽발 인플레이션 2라운드,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기조가 재확인될 것

bondstone 2022. 8. 24. 18:19

[Wealth Management] 유럽발 인플레이션 2라운드,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기조가 재확인될 것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3가지 기대가 이끈 뜨거웠던 써머 랠리
경기침체 우려가 무색할 만큼, 전세계 주식시장의 한 여름 상승세가 뜨겁다.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두 달 동안 미국의 대표지수인 S&P500은 17% 반등하며 1월 고점 대비 하락폭을 57% 되돌렸다. 유럽과 일본을 포함한 선진시장 증시 역시 15% 반등하며 고점 대비 하락폭을 54% 되돌렸다. 전미실물경제협회 (NABE)가 7월 2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경제학자 중 72%가 내년 중반쯤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고, 이들 중 19%는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고 응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랠리다.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배경은 크게 세 가지의 기대였다. 첫째,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형성하면 연준 (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누그러뜨리거나 내년 봄 이후부터는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둘째, 미국의 고용과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가 양호했기 때문에 향후 경기침체가 나타나더라도 그 정도가 가볍거나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었다. 셋째, 달러강세가 주춤하면서 S&P500의 연간 이익수정비율이 반등하는 등 기업의 순이익이 우려만큼 줄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1932년 이후 S&P500 지수가 전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면서 하락 추세에 진입한 후, 낙폭의 절반을 되돌렸지만 다시 하락했던 경우는 3차례뿐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하락 추세는 마무리되었으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면서도 경기를 심각한 침체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주가 반등 과정에서 경기와 증시를 비관하던 투자자들이 급하게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는 ‘숏 커버링’이 나타난 것도 써머 랠리를 더 강렬하게 만들었다.

유럽발 인플레이션, 미국 자산시장으로 전이 위험
연준이 6월과 7월 FOMC에서 두 차례 연속 0.7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미 국채10년 금리는 6월 중순 3.38%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연준이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며 미 국채10년 금리는 8월 초 2.50%대까지 빠르게 반락했다. 미국 증시는 성장주를 중심으로 랠리를 펼쳤다.

그 결과 금융환경이 긴축적인지 완화적인지를 판단하는 ‘금융환경지수 (FCI)’는 연준의 연속 0.75%p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강력한 긴축을 펼치는 동안 오히려 완화되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수요보다 공급측면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완화된 금융환경은 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연준 역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목표치를 낮출 명분이 약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9.1%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7월 8.5%를 기록하며 고점을 형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변동성이 컸던 항목들을 제거해 기저의 인플레 흐름을 측정하는 지표 (Trimmed mean CPI)들은 여전히 꾸준히 상승 중이며, 8월 중순부터는 영국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각각 10.1%, 8.9% 급등하면서, 영국은 40년 만에 최고치, 유로존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천연가스 공급이 급감하면서 전기, 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재화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등으로 공급망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진 영향이다.

나겔 독일중앙은행 총재는 “가을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1951년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서고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성장을 둔화시키면서 동시에 물가 압력을 높이는 공급 충격이 나타나고 있으며, 성장 둔화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릴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공급 능력의 취약성이 팬데믹을 계기로 드러나고, 유력한 차기 영국총리 후보인 트러스 외무장관이 총 350억파운드 (약 55조원)의 감세 공약과 중앙은행의 책무 변경 등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따른 영향이 더해졌다. 일부 투자은행은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2023년 1분기에 18%까지 급등하는 등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중앙은행은 영국 경제가 올해 4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유럽의 극심한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영국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유럽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금방 통제되지 못할 수 있고,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8월 이후 23일까지 영국과 독일의 국채 10년 금리는 각각 0.80%p, 0.57%p 급등했다. 그 영향으로 미 국채 10년 금리도 0.46%p 상승하며 다시 3.00%를 상회하는 등 유럽발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 급등세가 반등하던 전세계 주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럽 경제가 공급 충격과 에너지 위기로 흔들리고 있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유럽과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초 대비 각각 12.7배, 7.3배 폭등하는 동안,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2.9배 급등했다. 달러인덱스도 다시 급등하면서 미국 자산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유럽의 물가 불안으로 유로/달러 환율은 패리티 (1유로=1달러)가 깨지며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달러 강세가 재개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이익전망도 재차 하향 수정될 전망이다.

성장주 비중을 낮추면서 여유있게 다시 매수 기회를 기다릴 것
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과 유로달러 선물 시장 모두 내년 하반기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을 여전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과 유로존에서 파급된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의 완화된 금융환경은 연준과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기조를 고수하도록 만들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2008년과 2018년의 사례를 감안할 때, 주가가 급락 이후 반등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주가 상승 과정에서 더 이상 기대가 높아지지 못하면서 기업가치 배수 (Valuation multiple), 즉 주가수익비율 (PER)의 고점이 먼저 나온다. 성장둔화 전망에 의구심이 많고, 중간에 베어마켓 랠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2단계에서는 성장둔화가 현실화되면서 기업의 이익전망이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한다. 이익전망이 하락하면 PER은 상승해야 맞지만 오히려 함께 급락하며 투매가 나타난다. 이익전망 (E)보다 주가 (P)가 더 빨리 하락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PER이 바닥을 찍고 반등한다. 이때는 주로 통화와 재정 등 경기부양 정책이 계기가 된다. 이후 주가는 더 하락하기도 하지만 저점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는다. 7월부터 이익전망이 하락하기 시작한 미국 증시는 현재 2단계에 위치한 것으로 판단한다.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있지만 실제로 금융시스템의 유동성이 감소하지는 않고 있다. 금융환경이 오히려 완화되면서 위험자산을 지탱하고 있고, 특히 주식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로 마치 3단계처럼 기업가치 배수 (Valuation multiple)가 반등한 영향이다. 그러나 양적긴축 (QT)에 따라 금융시스템 유동성은 다시 위축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아 지금과 유사했던 1970년대 하락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낙폭의 50%를 되돌린 반등이 나온 이후에 시장은 상당 기간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했다. 주가 바닥론에 편승한 추격 매수보다는 최근 크게 반등한 성장주 비중을 낮추면서 여유있게 저점 부근에서의 매수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 (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림1] 영국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 중앙은행의 매파적 기조 강화  
자료: Bloomberg, KB증권

[그림2] 주요국 장기금리,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서 재차 상승세  
자료: Bloomberg, KB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