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위축으로.. 약세장의 끝은?

bondstone 2022. 12. 23. 15:36

[Wealth Management]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위축으로.. 약세장의 끝은?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금융시장의 걱정,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위축으로 전환되는 중
지난 12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미국, 유로존, 영국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0.50%p씩 인상했다. 일본중앙은행도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사실상 긴축 기조로의 깜짝 전환을 발표했다. 통화정책 기조는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11월까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p씩 인상하며 소위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던 연준 (Fed)은, 12월에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25~4.50%로 0.50%p 인상하며 속도조절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에 제시했던 전망과 비교하면 12월 FOMC의 긴축 기조는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연준 위원들이 예측한 점도표는 2023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0.5%p 높인 5.125%로, 2024년과 2025년 말 전망치는 각각 0.25%p씩 높인 4.125%, 3.125%로 제시되었다. 연준은 성명서와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아서 9월 FOMC 당시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여줬지만,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11월까지 발표된 소비자물가 지표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자동차 가격 안정으로 공급망 충격이 크게 완화되었고, 휘발유 가격 역시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낮아졌다. 주거 관련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선행성을 가진 지표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정점을 찍고 낮아지는 중이다. 다만,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 연준의 긴축 의지가 약해질 것이므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는 금융시장의 인식이, 이제 “연준의 긴축 의지가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으로 바뀌고 있다.

ECB (유럽중앙은행)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00%로 0.5%p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위원 중 3분의 1이 0.75%p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여 ECB는 대차대조표 축소 (양적긴축) 시점을 2023년 3월로 앞당겼다. ECB는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 유로존의 경기침체를 전망하면서도 큰 침체는 아닐 것이라며 통화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통화긴축 정책이 금융환경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통제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라가르드 ECB총재는 “한동안 기준금리를 0.50%p씩 올릴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긴 싸움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OJ (일본중앙은행)는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고, 수익률곡선 통제정책 (YCC: Yield Curve Control) 대상인 국채10년의 목표금리도 0%로 유지했다. 그러나 국채10년 금리의 변동폭 허용 범위를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하면서 사실상 예상보다 빠른 긴축 기조 전환에 나섰다.

연준과 보폭을 맞추는 것이 버거워지기 시작한 나라들
반면 BOE (영국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3.50%로 0.5%p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위원 9명 중 2명이 경기를 걱정하며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통화정책 성명서의 문구도 삭제했으며, 금융시장은 영국의 기준금리 상단 전망을 낮춰서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 우려에 기준금리 인상폭을 낮추는 건 지금 가능하더라도, 향후에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 전환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고용시장이 잘 버티면서 경제가 충분히 긴축되지 않은 탓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연준 예상만큼 약해지지 않았고, 연준은 향후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기준금리 인상폭을 보면 연준은 4.25%p로 유로존 2.50%p와 영국 3.25%p, 한국 2.75%p 등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올렸고, 이 과정에서 달러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그런데 경제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나라들이 연준과 통화정책 기조를 맞추다가 어려움에 빠지면, 달러는 다시 강세 흐름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은 미국보다 미국 바깥 경제에 먼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잘 버틸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고정금리 모기지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서 통화긴축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것이고 둘째, 에너지와 농산물 등의 원자재를 다른 나라에 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변동금리 모기지의 비중이 높아서 통화긴축 효과가 먼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준이 미국 경제가 흔들리기 전에 대외 불확실성만으로 통화긴축 강도를 낮출 가능성은 적다. 반면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미국 이외 경제권에서도 통화긴축 강도를 쉽게 낮출 수 없다. 가파른 자국통화 약세와 자본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연준과 통화긴축의 보폭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미국 이외 지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주식시장 단기조정 예상, 그러나 긴 약세장의 후반부를 지나는 중
미국 주식은 2023년 말까지 4단계를 거칠 전망이다. 1단계로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2단계로 미국 경기 위축이 본격화될 것이다. 3단계로 신용 위험이 확대되고, 4단계에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통화긴축 강도 완화가 기대되는 수순을 지날 것이다. 2023년 중반까지 1~3단계를 지나며 하락하고, 빠르면 2분기 또는 늦어도 하반기에는 4단계에 진입하면서 주가지수는 반등할 전망이다.

12월 초부터 미국 증시는 반등을 마무리하고 다시 하락하는 중이다. 2022년 들어 2번의 베어마켓 랠리 이후 3번째 하락이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점은 확실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굳건한 연준의 긴축 의지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누적된 긴축의 영향은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ISM제조업 지수가 기준점인 50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과거 ISM제조업 지수가 50 이하인 위축 국면에 있을 때 기준금리 인상이 병행된 사례가 많지 않은데, 매번 주가는 하락했다.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 조절이 있으면 반등도 가능했지만, 과거 사례에서의 강도 조절은 기준금리 인하 또는 동결이었다. 이번에는 연준이 2023년 0.50%p 이상의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추가 긴축으로 경기가 더 강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주가지수는 더 낮아질 수 있다.

경기 하강에도 비교적 잘 버틸 수 있는 팩터와 업종들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  ([그림]의 ‘후퇴’와 ‘수축’ 국면)에서 상대 성과가 좋았던 팩터는 저변동성, 퀄리티, 고배당이다. 3가지 팩터 지수의 편입 종목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유틸리티와 필수소비처럼 전통적인 방어 업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역으로 이 업종들이 가격 변동성이 낮고, 배당성향이 높고, 재무 퀄리티가 좋은 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방어 업종으로 평가된다고도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주식비중을 축소하되,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가 예상되는 고배당, 저변동, 퀄리티 팩터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면서 성장 팩터의 비중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확대해 나갈 시점이다.

주가지수는 밸류에이션 (PER)과 기업이익 추정치 (EPS)의 곱으로 구성된다. 10~11월의 코스피는 기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PER)이 급등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에 주가는 반등했다. 경기위축과 함께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업이익 추정치는 나빠지겠지만, 할인율인 채권금리가 낮아지면서 밸류에이션 (PER)은 반등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PER은 8.5배에서 11배를 넘어 급등했다. 향후 2~3개월 동안에는 높아진 밸류에이션의 과열 해소 과정이 나타날 전망이다. 기업이익 추정치는 경기위축을 반영하며 약 10~15%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이러한 패턴은 추세적인 하락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약세장의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지금부터는 경기위축에 따라 기업이익 추정치가 하락하는 속도와 밸류에이션 (PER)이 상승하는 속도를 비교하면서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관찰해야 한다.

[그림] 경기 하강 국면에서 꾸준히 상대 고성과를 보이는 팩터들: 저변동성, 퀄리티, 고배당
자료: 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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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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