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3 한국경제 대전망: 채권시장 - 저성장, 고금리 시대로의 전환

bondstone 2022. 11. 9. 10:35

[2023 한국경제 대전망] 채권시장: 저성장, 고금리 시대로의 전환
채권(금리, 통화): 채권금리, 팬데믹 이전보다 상당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에 대한 경계감이 유지되는 2023년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22년 10월 현재 금리파생상품 시장에는 기준금리가 2023년 2분기에 5.00~5.25%까지 인상된 후 2024년 말까지 4.25%로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 중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연동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장기금리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 우려로 나타나면서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진 명목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상향 요인들, 연준의 양적긴축 (QT) 등을 감안할 때, 채권금리는 하락 폭이 제한되면서 상당기간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대폭 높아진 만큼 부동산 대출 등의 위험관리에 주의해야 할 때다. 2022년은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의 저변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해였다. 2023년은 정기예금 대비 높은 이자를 바탕으로 매월 또는 매분기 안정적인 이자, 배당 등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월 이자지급 채권 등이 각광받기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다.

2022년 개인투자자의 채권투자가 급증한 배경 세 가지
2007년 이후 13년 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의 상단을 3,300포인트대로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은 이른 바 ‘동학개미’로 불렸던 개인투자자들이었다. 2020~21년이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크게 증가한 시기였다면, 2022년은 개인들의 채권투자 저변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10년 (2012~2021년) 동안 월 평균 2,600억원에 불과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는 2022년 이후 9월까지 월 평균 1조 6,400억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개인들의 순매수는 4월 1조원을 돌파했고, 7월부터는 3조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2022년 8월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인 3조 3,400억원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월 평균 대비 무려 12.9배에 달한다. 작년까지 월 최고 순매수 기록이 2004년 9월 1.7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채권투자 증가세다.

미국과 독일의 국채 10년 금리는 2022년 10월 20일  현재 4.23%, 2.40%으로 2022년 들어 각각 2.72%p, 2.58%p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3년과 10년 금리도 같은 기간 4.35%, 4.43%까지 올라 각각 2.55%p, 2.18%p 급등했다. 전세계 종합채권지수 (USD 기준)와 국내 종합채권지수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21.6%, -9.0%로 손실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국내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펀드의 잔고는 8.8조원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타격이 컸다. 연준 등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긴축 기조와 에너지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2022년 내내 채권금리가 상승 (채권가격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 급증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 수요가 급증한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고금리 채권에 대한 만기 보유 수요다. 기관투자자들과 달리 개인들은 평가손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1.0~1.5%p 이상 높은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 (카드/캐피탈채)를 매수하여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수요가 집중되었다.

둘째, 자본차익을 노린 수요다. 2022년 10월 현재 금리파생상품 시장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2023년 중반 경에는 일단락되고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개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자본차익은 과세를 하지 않는다. 만약 국채 30년물을 매수하여 금리가 0.5%p 하락한다면 투자수익률은 약 10%에 달한다. 생명보험사의 예정이율, 즉 장기보험 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용하는 이자율도 2%대 중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2022년 10월 20일 현재 4.20%인 국채 30년물의 금리 수준은 만기 보유 측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셋째, 절세 수요다. 채권투자의 과세는 쿠폰 (표면금리)에 부과된다. 채권금리가 최저점 부근이었던 2019~2020년 상반기에 발행된,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들은 절세를 위한 거액자산가들의 수요가 크다. 예를 들어 2019년 9월에 발행된 20년 만기 국고채의 경우 10월 20일 현재 만기수익률은 4.33%이지만 표면금리가 1.125%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행의 예금금리와 비교한 예금환산수익률은 6.11%나 된다. 표면금리가 1.00%로 낮은 국채인 국민주택1종 채권 (5년 만기)도 절세용 채권으로 인기가 높다.

정상화로 가는 여정, 높아진 균형
팬데믹의 영향권 아래에서도 2022년은 제한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며, 대규모 경기부양책들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진통들을 넘어서야 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1년 전에 그렸던 2022년의 모습이었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어떤 수준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상화의 ‘기준’이다. 기준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인상해야 하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어느 정도까지 흡수해야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중앙은행과 정부는 그 기준에 따라 부양정책의 회수 속도와 강도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급등하면서 기준이 혼란스러워졌다.

2020~21년의 경제지표는 팬데믹에 의해, 2022년의 경제지표는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충격에 의해 크게 왜곡되었다. 따라서 왜곡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투자은행들의 2023~24년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향후 정상화의 ‘기준’과 ‘균형점’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2023~24년 선진국의 실질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팬데믹 이전인 2011~2019년 평균치와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2023~2024년의 평균 실질성장률은 2.0%로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0.5%p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되었고, 2023~24년의 평균 인플레이션은 3.3%로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1.6%p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2022년 8월 말 데이터 기준).

팬데믹의 부정적 충격이 경제에 ‘영구적 손상’을 끼쳐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향후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될 것을 우려했지만, 정작 한 단계 높아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향후 실질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더하여 추정한 명목성장률은 팬데믹 이전의 저성장, 저물가 시대보다 약 100bp 이상 높은 수준에서 균형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첫째, 팬데믹 직전 연준과 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프레임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전환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발생 초기에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저물가가 골칫거리였던 2020년 8월 연준은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정책인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웃돌더라도 일정부분 이를 용인한다는 정책이다. 연준과 중앙은행들이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다.

둘째, 팬데믹을 거치면서 임금상승과 복지확대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팬데믹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임금과 복지정책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복지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 복지정책이 확립된 시기인 1960년대 말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Great Society)’ 정책 이후 고령층의 조기은퇴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타이트한 노동공급과 비용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높인다.

셋째, 2020년 이후 팬데믹은 상품 수요를 높여 공급망에 부담을 주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자의 이탈에 따른 공급 위축을 통해 비용 부담을 높였다. 이후에도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재확산될 때마다 경제봉쇄가 단행되면서 공급의 안정성을 낮추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각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으나, 이동 제한으로 인해 노동력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넷째, 첨단산업과 핵심설비, 인력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상승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흥국으로 생산을 외주화한 결정도 조달 비용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이 무역분쟁 등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이 한 공급망 내에 있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급망 간 호환성이 낮아지면 기존 공급망의 효율은 낮아지고 비용은 높아진다. 글로벌 공급망은 흔들리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가라 앉으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섯째,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큰 비용이 치러지고 있는 점도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 (LCOE)이 화석연료에 비해 낮아졌고, 재생에너지는 계속 연료를 공급해야 하는 화석연료 발전 시스템과도 차별화된다. 그러나 화석연료 발전은 이미 시설투자가 완료되어 가동 중인 반면, 재생에너지는 시설투자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섯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품 가격과 경제적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했던 ‘아마존 효과’가 소멸되었다. 전통 기업들의 사업 영역을 빼앗아 성장하던 아마존도 운송 차질과 비용 상승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여는 새로운 통화정책의 시대
지금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어려운 것은, 강한 수요뿐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팬데믹,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와해되면서 비용 부담이 한 단계 높아졌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높아진 임금상승과 복지확대도 인플레이션의 하단을 높였다. 미중 무역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미국-유럽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립하는 진영간 대결 구조도 선명해졌다. 비용이 낮은 해외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오프쇼어링 (offshoring)이 마무리되고, 신뢰가 쌓인 나라들 안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 (friend-shoring)의 필요성도 비용 부담을 높이는 중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생기면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충분히 낮아지면서 경제의 부담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연결고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인플레이션 상승률 둔화는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급이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수요가 증가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인플레이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공급 차질 이슈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서, 일반적인 경기사이클처럼 경기 하강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렵다.

성장률 전망이 크게 낮아진 배경은, 공급 충격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긴축 전망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측면의 문제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통화긴축이 향후 수 분기 동안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는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통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즉 실업률이 변동할 때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민감도가 금융위기 이후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에, 그동안 중앙은행들은 낮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용시장을 충분히 과열시켜도 괜찮았다.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는 과감한 통화완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과감한 통화긴축이 필요하며 이는 실업률이 대폭 상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서, 연준은 고물가에 따른 혹독한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 경기 우려가 높아져도 통화긴축에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유로존과 영국 등 주요 중앙은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전략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통화가치를 낮춰 저물가에서 벗어나고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소위 ‘환율전쟁’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고 통화가치를 높여 고물가에서 벗어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의미다.

채권금리는 성장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향 안정 폭이 제한되면서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자금수요가 줄면서 금리가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자금수요 감소보다 에너지 전환과 인프라 투자 등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가 이를 압도한다. 경기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3년은 매월 또는 매분기 예금보다 높은 안정적인 이자와 배당 등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인컴 투자가 각광받기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다.

금리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2분기 현재, 민간 (비금융기업+가계)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 (DSR)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대폭 높아졌다. 가계의 DSR이 상승한 영향이다. 이는 가계의 소비여력을 위축시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익숙해진 경제주체들과 가파른 부채의 증가속도를 감안할 때, 이제부터는 부채가 많은 가계 등 취약계층의 부실화 가능성과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2023 한국경제 대전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