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권금리 급등의 원인과 전망

bondstone 2007. 11. 30. 02:46

채권금리 급등의 원인과 전망

 


채권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월9일 이후 보름 만(영업일 기준)에 무려 0.71%p가 폭등하며 2002년 6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6%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 28일에는 0.24%p가 급등하면서 하루 상승폭으로는 SK글로벌과 카드채, MMF 환매 사태가 동시에 겹쳤던 2003년 3월12일(0.51%p)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채권금리 급등의 원인은 두가지다.

첫째는 은행들의 자금부족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는 등 전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은행의 예금상품에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의 투자상품으로의 자금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간 자산확대 경쟁으로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섬에 따라 은행들은 부족한 재원을 은행채와 CD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은행채와 CD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은 2000년말 5.9%에서 2007년 상반기말 28.8%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여전히 예금감소에 따른 자금부족분을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채와 CD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높여 발행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채권금리 상승은 다시 은행채와 CD 금리를 높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둘째는 달러 부족이다. 7월부터 시작된 당국의 외화차입 규제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해 달러를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달러수요자들은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를 빌리는 통화스왑(CRS receive) 시장으로 몰려갔고, 통화스왑 금리는 크게 하락하면서 왜곡되었다. 그 결과 통화스왑 시장과 연계되어 있는 금리스왑(IRS) 시장을 비롯하여 채권시장과 국채선물시장까지 가격이 동시에 크게 출렁이게 되었고, 이러한 변동성을 활용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다양한 시장간 차익거래(채권금리와 IRS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본드스왑 스프레드, 통화스왑과 IRS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스왑베이시스를 활용한 차익거래 등)가 동시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7월말 4.70% 수준이던 1년 통화스왑 금리가 11월21일 2.30%까지 폭락하는 등 가격 왜곡은 점점 더 심화되었으며, 급기야 차익거래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손절(loss-cut)이 손절을 부르는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들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외화차입 규제 이전부터 거래되던 정상적인 차익거래와 헷지 포지션에서도 극도의 가격 왜곡과 시장기능 마비로 손절이 출회되기 시작했으며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건의 발단이었던 통화스왑 시장보다 채권 현, 선물 시장과 금리스왑 시장의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상당기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은행들의 은행채와 CD 발행도 쉽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CD금리도 동시에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1월9일 이후에만 0.23%p가 급등하여 5.60% 수준에 육박했다. CD금리 상승은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늘려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6%를 넘어서고 있는 예금 금리는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에서의 기대수익률을 낮춰 자금의 흐름을 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 밖으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전세계 주식시장과 채권금리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주식시장의 높은 투자수익률에 가려 투자자들의 위험관리는 어느 때보다 느슨해져 있다. 이제는 채권금리의 빠른 상승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