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플레 안정에 대한 의심

bondstone 2008. 6. 9. 20:01

[Market Insight] 인플레 안정에 대한 의심

(2008.6.9)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신동준

 

3/4분기 중반, 물가는 안정될 수 있을까?

안정되는 듯 하던 국제유가가 이틀(6/5~6) 만에 16달러 이상 폭등했다.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150달러도 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한창 유가 급등의 배후 찾기가 진행 중이다. 미국 금융감독당국은 국제 원유선물시장에서 투기세력을 조사하고 있고, 골드만삭스 등 유가상승을 전망했던 투자은행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4.9%까지 급등했다. 2001년 6월 5.0% 이후 최고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언제까지, 얼마까지 올라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기저효과로 인해 3/4분기 중반까지 올라간 후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며, 고점은 5.5% 내외가 될 것이다”라는 것이 지금의 컨센서스이다. 예상이 빗나갈 리스크는 없는가?

 

 

과잉유동성에 의한 상품가격 급등이 인플레의 원인이라면…

IT버블 붕괴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2001년부터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 미국은 2004년 중반까지 정책금리를 1%로 유지했고, 유로는 2005년말까지 2%, 일본은 2006년 중반까지 제로금리정책을 고수했다. 한국은행도 2005년 중반까지 콜금리를 3.25%로 유지했다. 초저금리 덕분에 부동산 등 자산가격들이 상승했고, 부의 효과로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중앙은행들은 비로소 긴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중반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서브프라임 이슈가 본격화되었다. 충분한 긴축 이전에 발생한 신용경색은 미국 등으로 하여금 2007년 말부터 다시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은 7개월만에 정책금리를 325bp를 인하했고, 선진국 중앙은행들과의 공조 속에 새로운 경로들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2007년 중반 이후 글로벌 달러약세는 빨라졌고, 유가 등 상품가격의 상승폭도 가팔라졌다. 글로벌 인플레 압력을 막아준다고 생각했던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동 시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잠자고 있던 인플레도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2004년초 5%대 초반이었던 OECD국가들의 통화량(M2+) 증가율은 올해 3월 9%를 넘어서며 여전히 상승 중이다.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 나타났던 두차례 스태그플레이션의 경험은, 시장에 풀려있는 과도한 유동성을 자연스럽게 상품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두 번 모두 과도한 통화공급과 정부부문의 재정지출 확대 이후 물가관리를 느슨하게 한 경우에 발생했으며, 주식과 채권가격 하락에 비해 실물자산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직전까지의 흐름은 보다 뚜렷했다. 현재 글로벌 펀더멘털과 늘어난 유동성을 고려할 때 유가 등 상품시장에 투기세력이 끼어있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유동성이 흡수되지 않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상품가격 상승은 상당기간 지속될 지도 모른다.

 

 

1차적으로는 통화절상 정책, 2차적으로는?

1차적으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자국통화의 강세를 통해 인플레 완화를 시도할 것이다. 자국통화 강세를 위해 중앙은행은 당분간 매파적인 시그널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과 유럽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도 당분간 통화강세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통화절상 정책은 외환보유고 감소를 가져온다. 글로벌 신용경색 하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외채가 많은 원화자산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스럽다. 한계가 있다.

 

전세계 통화가 강세로 갈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하거나 경기둔화로 통화수요 자체가 감소해야 한다. 통화수요 감소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황을 의미한다.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두가지 모두 나쁜 상황이다.

 

인플레는 상품가격 상승에 상당부분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내수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황을 우려하면서 과잉유동성이 몰려간 것이 상품가격 상승의 이유라면 유동성 흡수 만이 인플레를 안정시킬 수 있다. 미국의 긴축을 배경으로 한 달러강세는 상품가격 안정을 통해 인플레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금리인상은 내수를 위축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냥 둔다면 물가는 더 올라갈 수 있으며 내수는 더 나빠질 수 있다.

 

대부분 국가들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이거나 마이너스권에 근접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대만 등은 유가급등에 따른 재정부담 증대로 국내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했지만, 국내에서는 유가환급금 등을 통해 10.5조원을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나라 안팎에서 유동성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유동성들은 어디로 흘러 들어갈 것인가?

 

2008.6.10

머니투데이. the bell

http://www.moneytoday.co.kr/view/mtview.php?type=1&no=2008061009352852893&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