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에 대한 영향력 점검

bondstone 2008. 7. 17. 23:10

[Market Insight]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에 대한 영향력 점검
(2008.7.17)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신동준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피부로 느끼기에 정작 당사자인 채권시장보다 주식 등 다른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이 커 보인다. 외국인들이 채권을 팔면 금리가 오를 것이므로 그렇잖아도 불안한 주식시장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2007년 하반기 이후 외국인 국내채권 투자 급증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채권 순매수는 작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 2.0조원, 2005년 1.4조원, 2006년 1.8조원에 불과하던 순매수 규모가 2007년 33.5조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14.4조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국내채권을 대량 매수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 8월부터다. 상반기만 해도 월평균 순매수 규모가 7,100억원에 그치던 것이 하반기부터는 월평균 5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2007년 8월부터 무엇이 달라졌을까?

 

2007년 7~8월은 당국의 외화차입 규제가 본격화되었던 시점이다. CRS(통화스왑)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국채 금리와 CRS 금리간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었다. 1년물을 기준으로 2007년 6월말 51bp 수준이던 국채-CRS 금리 스프레드는 2007년말 232bp, 올해 3월 중순 362bp까지 확대되었다. 외국인들은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여 원화로 바꿔 국채에 투자할 경우 국채금리-CRS 금리만큼의 재정거래가 가능하다. 원화로 바꾸면서 CRS 금리를 지불하지만 국채에서 나오는 이자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재정거래의 기회가 확대되면서 외국인들의 국내채권투자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007년 7월~2008년 6월까지 외국인 채권순매수의 69%는 잔존만기 2년 이하의 채권이었다. 국채, 통안채 투자가 92%였고, 5년 이상 장기물의 비중은 8%에 불과했다. 결국 대부분은 단순한 재정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 9월에 8.6조 집중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한 채권 중에서 올해 5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14.5조원이다(2009년 15.7조원, 2010년 8.4조원). 그 중 60%에 육박하는 8.6조원의 만기가 9월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7월 들어 16일까지 1.8조원의 채권을 팔고 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6년 12월 713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첫 순매도이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이탈 가능성 높다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은 만기도래분을 포함하여 재투자되지 않고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원화자산의 매력도는 낮다. 신용경색으로 시스템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머징마켓의 자산배분 결정 기준은 “펀더멘털과 유동성”이 될 것이다. 경상수지, 단기외채, 에너지 의존도, 은행의 예금대비 대출 비중, 외환보유고 등을 고려할 때 외환보유고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다. 수준과 질적인 면에서 나쁘지 않더라도 일부국가들의 외환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머징마켓 중 특정국가의 이면까지 고려해줄 여력은 없다. 더구나 예상과 달리 올해 3월초에는 국고채-CRS 금리차가 더 확대되면서 평가손 때문에 손절을 했던 아픈 경험도 있다. 신용경색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외국인들은 작년에 지나치게 늘려놓은 원화채권에 대한 익스포져를 줄이고 싶어할 것이다.

 

 

 

환경도 나쁘지 않다. 올해 3월초까지 재정거래로 진입했던 외국인이라면, 진입시에 이미 통화스왑(CRS pay) 등을 통해 달러를 950원대 이하에서 확보했을 것이다. 지금 언와인딩을 한다면 환차익이 가능하다. 국고채-CRS 금리차는 3월 대비 약 200bp가 축소되면서 이익이 났다. 자금의 단기화로 외국인이 매도할 3개월 미만의 채권 수요도 무난하다.

 

재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외국인들의 재정거래 매력도는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국고채-CRS 금리차이가 아직 160~170bp 수준이지만, 고점대비 200bp가 축소되었고 변동성도 심하다. 신용경색과 위험자산 회피로 원달러환율이 상승압력을 받고 있고, 선물환과 현물환의 차이를 의미하는 스왑포인트가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CRS 스프레드는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의 영향력
외국인들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한다고 해도 시장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 9월 8.6조원의 채권은 시장에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만기가 돌아오는 것이다. 현금이 풀린다. 7.4조원이 국채며 나머지는 통안채다. 국채의 만기상환을 위한 자금은 이미 국채발행 등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만기상환된 8.6조원의 자금 중 일부가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면서 재정거래 등에 재투자된다면 오히려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외환시장이다. 이미 재정거래로 진입했던 외국인이라면, 진입시에 이미 달러를 확보했을 것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새로운 달러수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립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외국인과 통화스왑 계약등을 체결한 은행의 입장에서 재정거래 계약시점부터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경우는 없다. 마지막에 누군가는 달러가 필요하다. 외국인이 달러를 가지고 나가는 경우 국내의 달러유동성은 당연히 줄어든다. 원달러환율은 상승압력을 받는다. 만약 환율상승 폭이 예상보다 크다면, 시장금리도 인플레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의 거듭된 외환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선물환과 현물환의 차이를 의미하는 스왑포인트는 상승 중이다. 우려되는 대목이다.

 

 

 

위기에 대응한 당국의 노력
당국은 7월초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본점차입에 대한 이자비용 손비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의 3배에서 6배로 확대하고, 공기업의 해외차입을 허용하는 등 달러공급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해외차입이 보다 자유로워졌으며, 덕분에 달러부족 현상은 해결국면으로 접어든 듯 하다. 당초 걱정했던 것 만큼 외국인 자금이탈에 따른 달러부족으로 환율급등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확률이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펀더멘털 여건과 신용경색 문제로 원달러환율의 방향은 서서히 윗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최악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주의해야 한다.

 

 

2008.7.22

the Bell

http://www.thebell.co.kr/article/?id=38964

 

2008.7.29

Moneytoday

http://stock.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08072910034381293&typ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