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월 위기설 이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bondstone 2008. 9. 9. 10:38

9월 위기설 이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신동준

 

외국인 채권 만기 재투자 진행 중, 위기설 진정

 

9월 위기설’로 온 나라와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혼란기 동안 정작 외국인들의 채권매도 혹은 만기자금의 이탈은 없었다. 가격변수들의 변동성은 최근 무역수지 적자와 외환보유고 감소, 가계 및 기업부문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우려, 정부에 대한 정책적 신뢰 저하 등에 근거한 막연한 두려움이 역외의 투기적 매매와 함께 증폭되어 나타났다.

 

9월 외국인 채권만기 67억 달러는 상당부분 재투자가 진행 중이다. 만기가 집중되어 있는 9월 9일~10일을 지나게 되면, 적어도 ‘외국인 채권만기’를 재료로 한 불안심리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7월말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의 재투자 가능성은 낮았다. 3월중 360bp까지 확대되었던 1년 기준 재정거래의 기대수익률이 150bp까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6~7월중 외국인들의 보유채권 잔고는 4조원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8월 이후 국내외 금리차이가 벌어지고 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는 빠르게 하락하면서 재정거래의 기대수익률은 다시 250bp 내외까지 확대되었다. 외국인들의 보유채권 잔고는 8월 중 3,200억원 순증으로 돌아섰으며, 9월 들어서도 5일까지 8,300억원이 순증되었다.

 

8월 이후 외국인들은 재정거래 대상채권을 국고채에서 통안채로 갈아타고 있다. 1년물 기준 스프레드가 국고채 대비 50bp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는 통안채 대비 80bp까지 스프레드가 확대되었던 은행채로 재정거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통안채를 활용한 3개월~1년물의 재정거래 기대수익률이 230~240bp 내외로 비슷해짐에 따라 외국인들은 단기물을 활용한 재정거래에 치중하고 있다. 최근 2주간 3개월~6개월물의 순매수 비중은 62%에 달한다.

 

 

외국인 채권매수는 80% 이상이 재정거래 목적

 

최근 두어달 동안 채권시장보다 다른 시장 참가자들을 더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없지만, 초창기만 해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채를 갑자기 왜 이렇게 대량 매도하는가? 정부가 보증하는 국채를 대량매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게 안좋은가?”라고 묻는 분들이 많았다. 마치 “OO기업의 회사채는 이미 1년 전부터 거래가 잘 안됩니다”라고 말하면, “OO기업, 부도나나요? OO기업 주식 다 팔아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외국인들의 채권매매 패턴은 주식과 다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우리나라 10년 국채 등 장기채를 꽤 많이 매수하면서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에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하반기 이후 이들은 80% 이상을 무위험차익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채 매수를 통한 재정거래는 펀더멘털 여부와 크게 관련이 없다. 국가 부도 리스크만 피하면 된다. 외국인이 채권을 판다고 해서 펀더멘털을 나쁘게 보는 것도, 또 매수한다고 해서 좋게 보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매년 1~2조원씩 증가하던 외국인의 보유채권 잔고가 외화차입을 규제한 2007년 하반기 이후 40조원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재정거래 기회 확대가 원인이다.

 

 

위기설 이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위기설은 일단 진정되었다. 최근 재투자를 포함한 외국인의 채권매수가 3개월~6개월물에 집중되었고, 오히려 순매수 규모는 늘었다. 그만큼 시간은 벌었지만, 머지않아 만기는 또다시 돌아온다.

 

재정거래 목적으로 들어온 자금들은 재정거래 기회가 사라지면 언젠가 나가야 할 돈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준비하고 대응해야겠지만, 노심초사 언제 나갈까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도 없다. 알려진 바와 같이, 외국인들은 재정거래 진입시에 만기에 가지고 나갈 달러를 선물환이나 통화스왑을 통해 미리 확보한다. 자금이탈이 직접적으로 원달러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외채도 감소한다. 설령,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차입해줘야 할 경우라도 일평균 외환거래규모가 약 600억불인 시장에서 한달에 50억불 내외의 자금이탈은 크지 않다. 현재 외화자금사정도 양호하다.

 

어차피 국채의 대규모 만기는 통합발행구조상 매년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바이백을 통한 만기 분산도 검토되고 있지만, 재정거래 목적의 외국인이 바이백에 응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재정거래 대상채권은 주로 통안채다. 만기는  꾸준히 돌아오며, 바이백도 어렵다.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외국인이 재투자했다”는 사실로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시간을 번 만큼, 또 큰 홍역을 치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기적인 위기설에 시달릴 위험도 있다. 외국인의 채권만기는 금리상승 요인이 아니며, 단기채권 매도로 지표금리가 오르지도 않고, 자금이 나가더라도 원달러환율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도 크지 않다. 사람들과 언론이 가장 관심이 많은 부문이 주식시장이다보니, 홍보의 기회가 많이 차단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벌어놓은 시간 동안 진지한 홍보가 필요하다. 단기외채와 외국인 재정거래는 꾸준한 모니터링을 해야겠지만,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2008.9.9

머니투데이

http://stock.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08090911246020699&typ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