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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금통위의 목적

bondstone 2008. 12. 3. 16:20

안녕하세요 현대증권 신동준입니다.

 

추측컨데,오늘 금통위의 목적은 "은행의 간접적인 자본확충" 목적이 아닌가 싶네요.
1. 지준 이자 지급하면 (지준율 인하 대비) 은행의 이자수입 증가로 equity 증가 -> BIS비율 제고
2. 주금공이 은행의 대출채권을 매입해줘야 하므로 주금공 거래대상 채권 편입 -> 은행의 대출자산 감소로 BIS비율 제고 효과..

 

이상임다.


 

 

[BOK Watch] 지준부리, 한국은행식 자본투입
"이익 늘려줄테니 대출 나서라"…돈맥 뚫는 외과수술


한국은행이 3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지준예치금에 대한 이자지급을 의결하자 채권시장의 많은 참가자들이 실망했다. 애타게 기다렸던 지준율 인하가 물 건너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에게 이번 조치는 의미심장한 결정이었다. 통화당국이 지준율이나 기준금리 인하처럼 경제 전체에 영향이 가는 정책을 구사하는 대신에 돈의 길이 막힌 곳을 찾아 뚫어주는 '외과수술'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지준에 대한 이자는 한은이 직접 지출하는 비용으로 수지 악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날 임시 금통위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였다. "이런 걸로 임시 금통위까지 열어야 했나"라는 의구심도 많았다. 한은의 대답은 "기왕 할 것 빨리 하는 게 좋다"였다. 그동안 너무 굼뜨고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벗어던지려는 듯 했다.

 

◇ 지준부리 이유? "BIS비율 올라가야 대출 늘린다"

 

은행이 대출을 늘리지 않는 이유를 한은은 BIS비율 하락에서 찾았다. 한은이 은행채를 사줘서 유동성엔 숨통이 트였지만 그렇다고 대출을 늘릴 순 없었던 게 은행의 사정이다. BIS비율 하락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대출을 줄이지 않고 BIS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이익을 많이 내거나 새로운 자본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편법을 쓰지 않고는 한은이 민간 은행에 직접 자본을 투입할 수는 없다. 민간 기업(은행포함)의 주식을 사는 것은 한국은행법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결국 한은이 은행의 BIS비율 개선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준부리는 한국은행이 정부를 통하지 않고(예컨데, 한은이 국채를 사주고 정부가 그 돈을 은행에 투입할 수 있음)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은행에 대한 자본 투입인 셈이다.

 

지준예치금이 무이자인 이유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은행들이 지불하는 성격이 컸다. 이번 5000억원 이자지급으로 그만큼의 비용이 한은 손익계산서에 계상되게 됐다. 더구나 한은은 그간 외환보유액과 통화안정증권의 역마진 구조로 수지가 극도로 악화돼 왔다. 지준부리 결정이 한은으로서는 상당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채를 공개시장조작 대상 채권에 포함시킨 것 역시 은행의 BIS비율 개선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지준부리가 이익을 늘려주는 방식인 것과 달리 대출자산을 덜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앞으로 한은은 공개시장조작용으로 주택금융공사채를 매입할 것이다. 그럼 주택금융공사는 채권을 발행한 자금으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사들여 MBS를 발행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MBS 발행을 위한 안정적인 조달 수단이 하나 생긴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처분한 은행은 BIS비율을 떨어뜨리지 않고 그만큼의 대출을 추가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한은은 은행들이 현행 BIS 비율을 유지하면서 위험가중치가 100%인 기업대출을 할 경우 은행의 총 여신 여력 확대 규모는 6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주택금융공사채를 공개시장조작에 넣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상돼 왔다. 국채를 제외하고는 공개시장조작 대상 채권으로 그나마 가장 적합했다. 그러나 먼저 국내 MBS 시장이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증거가 필요했다.

 

◇ 지준율 인하? "10조원 잉여자금 갖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한은은 지준율 인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준율 인하보다는 지준부리의 유동성 확대 효과가 더 크다며 최근 은행들의 요구를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준율을 인하하게 되면 은행의 초과 지준만큼은 자동적으로 한은의 공개시장조작에 의해 흡수되고, 지준율 인하 효과가 은행 수지개선, 대출증가, 유동성 확대로 나타나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오히려 5000억원의 이자 지급이 지준율을 0.8%포인트 인하했을 때 은행이 대출로 벌 수 있는 자금을 감안한 것인만큼 은행에게는 더 이롭다는 것이다. 한은이 적용한 대출금리는 지난 10월 예금은행이 신규 취급한 대출 평균금리인 7.79%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지준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은행들의 요청에 대해서는 "10조원이 넘는 단기 잉여자금을 가지고서도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은행들이 연 4%의 낮은 금리를 받는 한은 RP로만 잉여자금을 운용하고, 8% 이상인 우량 회사채를 사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지준율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은행에 불편한 속내도 드러냈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틈을 타 은행들이 한은에서 받아낼 수 있는 걸 모두 끌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란 시각을 노출한 것이다.

 

이주열 부총재보는 "지준율을 한번 내리면 오랫동안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은행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이 종전보다 신용공급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며 "구체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12월 금통위, 금리인하 폭은?

 

오는 11일 열릴 12월 금통위에서는 최고 0.25%포인트, 최대 0.50%포인트의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경제 및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일 더벨이 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0.25%포인트 인하 9명, 0.50%포인트 인하 9명으로 팽팽했다.

 

지준예치금에 대한 이자지급과 지준율 인하에 대한 분명한 거절은 12월 금통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우선은 한은이 돈맥경화 해소를 위한 유동성 공급에 주력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내년이후 상당한 수준의 경기수축을 불가피하다고 보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선다는 전망은 상식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중단한다면 그 자체가 쇼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은행들의 대출축소와 신용스프레드 확대 이유는 기준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다. 위험한 곳으로는 돈이 흘러가지 않는 '돈맥경화'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뜨려도 은행 대출금리나 회사채 금리는 하락하지 않았다.

 

한은으로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치는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융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표현한 셈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를 금리인하 폭의 확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년 이후를 감안하면 금리인하 카드를 물 쓰듯 써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상보다 심하고 긴 경기악화를 대비해 남겨둬야 한다. 기준금리를 미리 잔뜩 낮추었다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유동성함정과 디스플레이션의 악몽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2008.12.4

the bell 강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