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ng Idea·Strategy

예상하지 못했던 금리인상 이후의 고민들

bondstone 2011. 6. 13. 08:55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가 인상되었습니다.

 

그럼 5월엔 왜 동결했지?라고 질문해보면 이번 금리인상이 이해는 잘 안됩니다만, 물가잡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특명을 받아 취임 이후 줄곧 물가를 강조하고 다녔던 박재완 신임 재정부장관의 취임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뭐 그런대로 이해는 됩니다. 한은총재 말씀처럼, 외압을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외압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지만, 장관님이나 총재님이나 모두가 같은 생각이셨을테니까요. MB정부 초대 정무수석 출신 재정부장관과 초대 경제수석 출신 한은총재...통화정책의 독립성은 장관님이나 총재님의 인물평을 떠나 태생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입니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고민이 생겼습니다. 당초 생각은, 경기 우려로 6월은 물론 7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봤습니다. 7월 중순쯤부터 경제지표가 나빠지는 것이 멈추고, 그 다음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는 8~9월부터는 다시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요. 채권금리도 8~9월부터 상승추세로 바뀔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경제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의 금리인상은 부정적 효과가 조금 더 크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카드사와 은행의 론과 대출을 규제하고, 삼성테크윈 CEO 교체 후 삼성그룹은 법인카드 사용은 물론이고 저녁약속도 피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채권금리가 8~9월부터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근거는 1) 원자재가격 안정, 2) 신흥국 물가 정점, 긴축 마무리, 3) 6월말 QE2 종료와 그리스의 5차 구제금융지급 이후 불확실성 해소.. 등의 해외요인과, 4) 일본 재건수요 본격화와 국내 반사익그에 따른 5) 국내 설비투자 및 대출수요 증가, 6) 내수회복에 따른 균형성장, 7) 3월 이후 약 5~6개월 쉬었다가 다시 인상을 시작하는 기준금리에 의한 충격 등이었습니다.

 

6월 금리인상으로 2), 5), 6), 7)의 근거가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초 채권금리는 6월 금리동결로 급락과 소폭반등, 그리고 박스권을 유지하다 8~9월부터 상승하고, 장기영역 커브가 더 누울 수 있는 여지는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고 예상했습니다만, 이번 인상이 경기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8~9월보다 금리상승 시점은 더 늦어지고, 국고10 금리는 전저점인 4.19% 아래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서, 장기커브는 더 많이 눕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호흡을 늦추면서, 5년 이상 장기물의 매수와 장기영역 커브 플래트닝 포지션 구축의 타이밍을 보셔야 할 듯 합니다.

 

전략적으로는, 월요일 장 시작부터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가 기계적으로, 즉 일정한 물량을 일정하게 대량매도하여(누적순매수 그래프가 우하향하는, 거의 직선으로 예쁘게 만들어지면서) 선물이 밀릴 경우에만 매수를 다소 늦추되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3 3.70%, 5 3.95% 위에서는 조금씩 단기매수 하셔도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아직 오버웨잇까지는 아닙니다.

 

만약 신임 재정부장관이 계속 물가를 강조하고, 8~9월에 오히려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되는 경우에는 채권금리도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가 겹쳐지면 변동성은 더 커질 듯 합니다. 그럴 경우 길게 보면, 일드커브는 거의 일자로 누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중기적으로는 금리하락 요인이 늘었지만, 단기적으로는 재정부장관의 물가강조가 지속될 리스크와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리스크가 있습니다. 일단은 커브 플래트닝으로 대응하되, 듀레이션 확대나 저가매수 시점은 다소 늦춰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Epilogue

 

"금리인상, 5번 연속 틀렸다, 미치겠다"라는 기사까지 떴습니다. 남 얘기가 아닌 것이, 저 역시 5번 연속은 아니지만, 올해 여섯번 중에서 다섯번을 틀렸습니다. 그것도 결과가 뻔한 4월 동결만 맞췄습니다. 아주 창피합니다. ㅠㅠ

 

지난 5월 금리동결 직후에는 매경에 전문가들의 기준금리 전망이 너무 틀린다는 1면 기사가 떴습니다. 언론사인 매경 스스로도 작년 11월부터 세차례 금리인상과 네차례 금리동결을 모두 다 맞췄는데,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의 전망이 너무 틀린다며, '전문가들이 금리인상 전망을 유포해서 채권가격을 떨어뜨린 뒤 매수하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나섰었죠. 한은은 충분히 시그널을 줬고, 매경조차도 딱딱 다 맞췄는데, 전문가라는 자들만 못맞추는 걸 보니 어떤 불순한 의도나 왜곡된 시각이 있는 것 아니냐", 설문조사를 직군별로 공개해야 한다는 논조였습니다. 아마도 금투협에서 발표하는 설문조사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토요일자라서 못보신 분들이 많으셨겠습니다만, 저는 그 기사를 보고 우리나라 대표 경제일간지의 채권시장과 통화정책 이해도가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싶어 실망했습니다. 음모론 같은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마치 기준금리가 매월 금융시장에 방향타 구실을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결정 하나만 잘 맞추면 채권, 주식, 외환투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습니다.

 

언론사의 애널리스트/이코노미스트 Poll이든, 금융투자협의의 채권시장참여자 Poll이든 왜 자꾸 틀리는걸까요? 아마도 설문조사 시점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듯 합니다. 설문조사 시점은, 매달 열리는 금통위와 금통위의 중간쯤에 진행됩니다. 매월 하순경에 진행됩니다. 그러다보니 애널리스트들을 포함해서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은 경제와 정책의 흐름을 보고 Poll을 하게 되겠죠. 하순에 많이 발표되는 국내외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흐름 등이 가장 큰 참고자료가 됩니다.

 

그러나 막상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열리는 금통위 당일까지는 약 짧게는 열흘에서 길면 보름 간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그 사이에 국내외 경제나 금융시장에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나, 당국의 정책조율 과정에서 흐름이 바뀌는 경우에는, Poll과 실제 금통위 결과가 많이 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유독 그런 경우가 많았던 걸까요... 아마 애널리스트나 시장참여자들의 Poll도 금통위 당일 아침에 다시하면 꽤 적중률이 높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도 사전 설문에서는 "동결"이 컨센서스였지만, 이례적으로 금통위 직전 박재완 신임 재정부장관이 직접 주재한다는 물가관계장관회의가 금통위 당일 오전에 열린다고 보도되고, 그린북 내용이 발표되면서 시장은 인상을 반영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왜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기준금리 선물이나 옵션은 없는걸까? 기관들은 포지션 헷지용으로, 개인들은 대박상품으로...상품성이 상당할텐데...거래소는 왜 이런 상품을 안만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