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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채권투자시대(下)

bondstone 2011. 9. 21. 00:38

◆ 개인 채권투자시대 (下) ◆ 

 

채권도 발빠른 갈아타기로 개미들 재미
도시철도債로 고수익 내 팔고 물가債 샀더니 두달만에 6.75%…
위험·수익률 적절히 조합한 펀드 많아…장기 보유 대신 경기따라 과감히 바꿔  

 
개인사업을 하는 김 모씨(50)는 2년 전에 연 7.5% 수익을 기대하고 도시철도 채권을 사들였다. 그런데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 덕분에 자본차익이 늘어나고 매년 이자 수익이 나오면서 불과 2년 만에 연 11% 수익을 거뒀다.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높은 수익이 나자 김씨는 지난 7월 도시철도 채권을 모두 팔고 이번에는 물가채로 바꿔 탔다. 물가 상승이 꺾이긴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3.5% 물가 상승을 전제로 설계한 물가채권에 투자한 김씨는 불과 2개월 만에 6.75% 수익을 냈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죽을 쑤고 있는 와중에 채권 바꿔 타기로 당장 돈을 빼도 될 만큼 목표수익을 초과했다. 또 다른 사업가인 박 모씨는 김씨보다 앞서 올해 초 물가채권에 투자해 8개월 만에 12% 수익을 거뒀다. 물가채에서 기대 이상 성과를 거둔 박씨는 얼마 전 돈을 빼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브라질 채권으로 갈아탔다.

 

채권을 만기까지 장기 보유하는 대신 환율과 금리, 물가 등 경기 상황을 감안해 채권 전략을 수립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3년 투자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과감하게 더 유망한 성장채권으로 갈아타는 `다이내믹 리밸런싱`을 하는 투자자들이다.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내에서도 능동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펀드만 잘 고르면 회사채에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위험과 수익률을 적절히 조합한 투자 대상을 고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펀드가 쏟아지고 있는 덕분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회사채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채권투자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더 일반적인 만큼 어떤 펀드를 어떻게 고르느냐가 수익률을 가르는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안전자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채권형 펀드도 주식형 펀드처럼 유형마다 수익률은 큰 편차가 나타난다.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최근 2년간 국내외 채권형 펀드의 유형별 평균 수익률과 변동성을 조사한 결과 국내 채권펀드 중에서는 하이일드가 12.47%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국공채가 12.29%로 뒤를 이었다. 회사채 펀드보다 국공채 펀드 수익률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오현세 푸르덴셜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락했던 기준금리가 2009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며 "금리가 계속 내리면서 만기가 짧은 회사채보다 만기가 긴 국고채 수익률이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에서 골프숍을 운영하는 이 모씨(45)도 주변 전문가 조언을 듣고 2008년 말 기존 채권형 펀드 대신 A급 이상 우량채권과 국공채에 BBB+급 회사채를 섞어 운용하는 채권펀드에 5억원을 투자해 1년간 11% 수익률을 올렸다. 이듬해에도 8.5% 수익을 낸 이씨는 경기 상황을 감안해 추가로 펀드에 돈을 넣다 빼는 식으로 관리해 높은 수익률을 유지 중이다.

 

해외 채권형 가운데는 글로벌 채권 수익률이 24.49%로 가장 좋았고 신흥국 채권도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변동성이 6.47%로 가장 높았다. 2년 성과만 놓고 보면 해외 채권형이 국내 채권형에 비해 평균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변동성 리스크도 컸다는 결론이 나온다.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투자자들은 신흥국이나 브릭스 등에 투자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 높은 수익률을 냈다.

 

이들 채권 투자자는 경기 상황에 따라 국공채와 회사채, 글로벌 채권과 물가채 전망을 분석한 후 최적의 채권 투자 대상을 고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50대 후반 최 모씨는 지난 2월 말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딤섬펀드에 10억원을 넣었다. 7개월 동안 딤섬펀드 누적수익률은 3.45%. 연 단위로 환산하면 6.4% 정도 수익을 거둔 셈이다. 최씨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 난 손실을 딤섬펀드를 통해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 구조가 복잡해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는 자산배분을 하기 전에 전문가 조언을 충분히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중단기 전망에 자신이 없다면 아예 장기 전망에 의거해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들어 목표수익률에 따라 채권 리밸런싱을 하는 투자자와 함께 고령화 추세에 맞춰 아예 10년 이상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고 있는 점이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현 기준금리(3.25%)가 낮긴 하지만 향후 10년 뒤를 놓고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노후에는 초장기채가 빛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채권 주가 상승은 `덤`
동양종금증권CB·동부건설BW 청약 앞둬  

최근 자동차 시장에 `하이브리드` 신상품이 쏟아지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힘센 가솔린 엔진에 연비를 ℓ당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배터리까지 탑재하면서 힘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재테크 시장에서도 `고수익과 안정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를 이상적으로 섞어 놓은 주식형 채권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연계 채권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으면서 발행사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는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금융상품이다.

 

 

개인이 주식연계 채권에 투자할 때 발행시장에서 사서 만기(혹은 풋옵션 행사일)까지 보유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특히 다음달 말까지 대규모 CBㆍBW 발행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이달 26~27일 1000억원 규모 동양종금증권82회 후순위 CB가 공모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콜차입 상환 등 운영자금 조달과 수익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 채권시장에서 1000억원 규모 뭉칫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가 이 채권에 5년6개월간 1000만원을 묻어두면 연 4.5% 확정 이자를 받고 이와 별도로 만기 시 1155만원을 되돌려받는 구조다. 19일 현재 4900원인 주가가 향후 5880원을 넘어서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채권은 △후순위여서 회사 파산 시 선순위 채권자에 밀려 회수 가능성이 낮고 △BW와 달리 주식 전환 시 채권 권리가 소멸된다는 점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달에는 동부건설235회 BW 1000억원어치가 공모 시장에 나온다. 3년 만기인 이 채권은 만기 보유 시 연 7% 수익을 보장하며, 주가가 6850원을 넘어서면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19일 동부건설 주가는 5260원으로 마감했다.

 

이 BW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특별한 공모 방식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반공모 청약에 앞서 9월 16일 기준으로 주주 명부에 올라 있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10월 24~26일 사흘간 우선 공모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권된 잔여분을 대상으로 10월 31일~11월 1일 일반인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신주인수권이 붙어 있는 BW를 대량으로 발행할 때 기존 주주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 있음을 고려한 조치다.

 

CB나 BW 발행 정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수시로 공개된다. 다만 한계기업들이 상장폐지나 재무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할인된 가격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CBㆍBW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황형규 기자 / 전범주 기자 / 이유섭 기자]

매일경제 20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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