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dit

개인 채권투자시대(上)

bondstone 2011. 9. 17. 01:53

◆ 개인 채권투자시대 (上) ◆

 

널뛰는 주가 불안…개인 채권투자시대 `성큼`
저금리 은행이자엔 불만 
 

     
#. 10년 전 은퇴한 이 모씨(67)의 노후 생계비는 주식이나 예금이 아닌 채권에서 나온다.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후배의 권유로 2008년 투자한 10년 만기 `수협신종자본증권`(표면금리 연 7.36%, AA등급 후순위채)이 연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회사채 가격이 떨어지자 이씨는 2억원의 현금으로 9% 할인된 가격에 수협증권 2억5000만원어치를 샀다. 후순위채지만 AA등급으로 부도 위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예금 대신 선택했다. 이씨는 요즘 채권 이자로 연 1840만원(월 153만원, 세전)을 받는다. 2018년 만기에는 2억5000만원을 받는다. 5000만원의 자본이득에는 세금도 붙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주식시장이 또다시 대혼란에 빠져들면서 `채권투자`에 눈을 돌리는 개인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 물가채(연 6.7%)와 장기 국고채(연 4.5%), 브라질채권(연 10%) 등 글로벌 채권을 적절히 배합해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내는 채권 포트폴리오에 자산의 30~40%를 넣은 강남 고액자산가가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엔 40~60대 노후준비 세대를 중심으로 채권투자 붐이 일고 있다.

 

자산의 약 60%를 채권에 투자해 연 6~7% 수익률을 추구하는 한 증권사 상품에는 보름 만에 1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일반 회사채에 직접 투자해 7~8% 수익을 내는가 하면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BB+ 등급 이하 채권에 투자해 10~20%의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대우건설ABCP(신용등급 A, 연 5.3%) 두산건설CB(신용등급 A-, 연 7.5%)뿐만 아니라 범양건영 남광토건과 같은 BB CCC 신용등급 채권을 적절히 배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채권투자가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재테크 시장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계 금융자산 중 실질 장기채권보유비율(직접+간접투자 포함, 2009년 기준)은 3.8%로 미국(22%)이나 일본(32.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최근 채권투자 방법을 묻는 주변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이젠 주식과 예금이 아니라 주식과 회사채를 놓고 자산을 배분하는 스마트머니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0살이면 채권에 50%…나이만큼 묻어두라
부도나면 주식은 휴지되지만 채권은 일부 회수 가능
 
 
       

개인투자자에게 채권은 생소하다. 주식에 비하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채권투자를 늘리라"고 하면 으레 돌아오는 질문은 두 가지다.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월가의 투자 대가이자 뱅가드그룹을 설립한 존 보글이 명쾌하게 했다. "30만달러(3억원)를 가진 자산가가 45세라면 45%를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55%는 주식에 투자하라"는 게 보글의 답이다. 이른바 `100-나이법`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젊고 기회가 많은 30대는 주식 등 위험자산(70%)에 주로 투자하고 나이만큼 안전한 곳에 투자하면 된다. 은퇴한 60대는 채권에 60%를 묻어두고 40%만 주식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한 투자법이라는 것이다. "어떻게?"에 대한 답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로 요약된다.

 


 
사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크다. 국고채 공사채 회사채 등 국내 채권은 총 4만1006종으로 그 규모가 1338조원(14일 기준)에 이른다. 상장주식 종목 1965개, 시가총액이 1123조원인 주식시장보다 크다. 그러나 채권은 주식과 달리 장외시장에서 주로 거래된다. 채권이 익숙하지 않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큰 이유는 바로 장외시장 위주의 거래 때문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채권은 부동산과 비슷하다"며 "아파트나 전세를 알아보러 여러 부동산을 다니며 최적의 상품을 결정하듯이 증권사마다 보유한 채권도 다르고 물량도 다르니 초기에 발품을 조금 팔면 그때부터는 알아서 정보를 보내준다"고 말했다.

 

채권전문가들은 채권을 잘 고르면 거의 위험이 없는 상태로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예금과 국고채는 거의 같은 기대수익률인 만큼 회사채 투자에 대한 재테크 정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부도 위험 때문에 회사채 투자를 꺼린다는 막연한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회사가 위태해지면 채권보다 주식이 먼저 폭락하고 심한 경우 회사가 망하면 주식은 휴지가 되지만 채권은 우선순위로 돈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다양한 신용등급의 회사채를 적절히 배합하면 주식보다 낮은 위험으로 연 10~16% 수익률을 올리는 포트폴리오를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매일경제신문은 한국채권투자자문과 함께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층, 가장 많은 수익과 지출이 발생하는 중장년층, 퇴직 이후 안정적인 자금관리가 필요한 은퇴자층으로 투자그룹을 나눠 최근 상황에 맞는 채권 직접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려봤다.

 

가장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은퇴자는 수협신종증권과 토지주택공사채 등 저수익 저위험 채권으로 자산의 40%를 채웠다. 수협신종증권은 수협법에 따라 만들어진 금융사로 부도 가능성이 거의 없고 연 5.4% 수준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해준다. 정부가 부채를 사실상 보증해주는 토지주택공사 채권도 무위험으로 연 4.10% 수익을 보장한다.

 

나머지 자산바구니에는 캐피털채, 건설사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트리플B급 회사채,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선 하이일드 채권 등을 적절히 나눠 담는다. 이런 포트폴리오를 꾸리면 부도 위험을 감안해 기대수익률을 조정하더라도 연 9.83% 수익이 기대된다.

 

연 15% 이상 고수익을 내기 위해 청년층 자산바구니에는 남광토건77회 회사채를 20% 담았다. 워크아웃 상태인 남광토건이 2012년 10월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을 때 현재 이 회사 채권을 사면 연 100%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통한 파산으로 원리금 상환이 지연되거나 일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고려해 기대수익률은 50%로 낮춰 잡았다.

 

또한 자기자본이 1조5000억원 규모인 대형건설사 두산건설이 발행한 64회 전환사채와 신용등급 A+인 두산중공업 40회 교환사채를 각각 15%씩 담았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 지분이 72%로 유동성 위기 발생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보다 두산중공업의 합병 가능성이 높고 주가가 5000원 이상 오르면 주식 콜옵션 행사로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대한전선 계열로 워크아웃 리스크를 안고 있는 연 20% 기대수익률의 범양건영2회 회사채와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LG이노텍 27회 전환사채를 각각 10%씩 담았다. 수협신종자본증권과 토지주택공사채 등 안전자산도 총 30%를 담아 균형을 맞추면 연 16.3% 정도 수익이 기대된다.

 

중장년층은 청년층과 은퇴자층 포트폴리오를 중간 지점에서 적절히 조합해서 연 12% 수준의 기여수익률을 노리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날마다 공개되는 채권별 수익률 매트릭스를 바탕으로 직접 투자바구니를 꾸려 볼 수 있다. 예로 든 회사채는 대형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증권사 위탁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장내 일반채권의 현재가를 검색해 호가 정보를 알 수 있고 주식과 똑같은 방법으로 매매할 수 있다. 다만 수협신종자본증권이나 토지주택공사채 은행채 등 안정성 채권은 HTS 거래량이 없거나 미미하기 때문에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매해야 한다.

 

채권투자로 안정적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각 채권 기대수익률과 위험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분산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개인은 채권가격 변화에 따라 매매하는 전략보다는 만기까지 들고 가면서 확정수익을 내는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만기까지 수익률이 이미 고정돼 있다.

 

결국 투자자는 채권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확정 수익과 혹시 이 회사가 파산하면서 일정 부분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잘 판단해야 한다. 이런 정보는 채권가격, 수익률(금리), 신용등급 등 채권별 매트릭스에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비해 거래량이 적고 호가가 촘촘하지 않아 개인은 만기 보유 투자가 유리하고 중도에 처분하면 다소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기준 채권별 금리표를 보면 파산 위험이 없다고 가정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38%로 나타난다. 부도 위험을 전혀 지지 않고 3년을 투자하면 연 3.38% 이자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다음으로 안전한 시중은행과 공사 발행 채권이 3년 투자시 국고채보다 0.47%포인트 높은 3.85%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황형규 기자 / 전범주 기자 / 이유섭 기자]

매일경제 2011.9.16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598399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598273